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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떠나는 한상범 부회장을 위한 박수

이정완 기자공개 2019-09-18 08:31:01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7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부에서 이러다가 정말 위험해지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시선이 팽배한 상황입니다." 올해 초 LG디스플레이에서 일하는 한 직원으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중국 LCD 패널 기업의 저가 공급을 견디지 못한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011년 영업적자 이래로 가장 낮은 영업이익 93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져 상반기 영업적자가 6128억원에 달했다. 이중 2분기 적자는 5502억원으로 시간이 갈수록 실적이 악화됐다. 결국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용퇴를 택했다. 업계에선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 부회장이 더 이상 머물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다음달 공개될 3분기 경영 실적 발표를 앞두고 책임을 진 것이란 이야기도 나왔다.

기자가 기억하는 한 부회장은 유쾌한 경영자였다. 그간 봤던 여러 대기업의 최고경영자와는 결이 달랐다. 지난 2월 열렸던 LG디스플레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설명회에서 강인병 CTO(부사장)가 전문적인 용어를 쓰며 설명하자 한 부회장은 "그렇게 말하면 강 부사장만 알지 다들 어떻게 알아듣냐"며 딱딱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대형 OLED TV와 LCD TV 비교 시연장에선 기자에게 "여기에서 봐야 시야각 차이가 더 잘 드러난다"면서 직접 자리를 추천해주기도 했다. 당시 한 부회장은 경영진과 연속된 회의를 마친 후 이어질 저녁 일정에도 불구 잠깐 짬을 내 설명회장에 들렀다. 경쟁사의 QLED(LCD)와 OLED 용어가 혼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명회를 열었다고 밝혔을 만큼 OLED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다.

한 부회장은 2012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OLED 투자를 이끈 장본인이다. 그가 대표이사에 오른 후 LG디스플레이를 대형 LCD 패널 업계 1위로 이끌었던 LCD 사업의 업황은 긍정적인 때가 드물었다.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한 부회장은 취임 첫 해부터 OLED에 1조원 가량의 투자를 시작했다. 그 후로도 매년 조 단위 투자금이 집행됐고 2015년부턴 아예 회사의 간판사업을 OLED로 바꿨다.

한 부회장은 떠나지만 투자 결과물은 회사에 남았다. 2017년부터 5조원이 투입돼 지난달 가동을 시작한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패널 공장이 대표적이다. OLED 패널 대량 생산으로 수익성이 개선된다면 한 부회장이 지난 7년간 진행한 투자 의사결정은 지금보다 더 높게 평가 받을 것이다.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 짓고 사임한 한 부회장의 모습은 늘 당당하던 그다운 행보였다. 떠나는 한 부회장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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