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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통큰' 투자, 현대차그룹 '게임체인저' 만든다 앱티브와 'JV' 설립, 지분 50% 확보…자율주행 기술 선점, 미래차 선도 '방점'

유수진 기자공개 2019-09-24 07:52:32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4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역대 최대 투자금액을 '베팅'했다. 무려 20억달러(한화 약 2조4000억원) 규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 설립을 위한 계약서에 서명했다. 현대차그룹 창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외부투자다. 정 부회장의 '베팅'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

현대차그룹은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차량용 전장부품 및 자율주행 전문 기업인 앱티브(APTIV)와 JV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JV를 통해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에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JV 투자액 평가 금액은 총 40억달러로, 양사가 20억달러씩 출자해 각 50%씩 지분을 보유한다.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지난 2017년 10월부터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 투자 및 협업을 진행해온 횟수가 스무 차례가 넘는다.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지난해 1월 동남아시아 초대 카헤일링 업체인 그랩에 2억7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6월엔 미국 자율주행기술 전문 기업 오로라에 전략투자해 자율주행 기술 관련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차그룹 전략투자 현황

하지만 이번처럼 약 2조4000억원대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투자 대상 회사의 지분 50%를 확보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를 단순한 지분 확보가 아닌 사실상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자회사를 갖게 된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앱티브와의 공조는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영역에서 하드웨어(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차체)부터 소프트웨어(자율주행 등 첨단 주행 S/W)까지 자체 제작할 수 있는 자동차 회사로 재탄생 한다는 의미다. 향후 앱티브 및 JV가 개발할 자율주행 기술은 현대차그룹이 양산할 미래차에 우선 적용된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경쟁사들은 신설법인이 구현할 선도적인 자유주행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완전히 차단된다. 다만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자율주행 기술이 판매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앱티브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러한 해석에 더욱 힘이 실린다. 앱티브는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타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지분 투자 등 적극적인 협업 구도를 갖추지는 않았다. 바꿔 말하면 독보적인 기술력을 온전히 보유하고 있는 '숨겨진 보물'인 셈이다. 이 점이 현대차그룹이 과감한 투자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양사가 지분을 절반씩 확보해 JV를 만들고, 공동경영 한다는 점에서 이번 투자의 의미는 더 커진다. 이사회도 양쪽에서 동수로 구성하기로 했다. 완성차 업체가 자율주행 전문 IT기업을 완전 인수하거나, 소수 지분만 확보했을 때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완전 인수시 기술 폐쇄성으로 인해 호환성 부족 문제를 겪을 수 있고, 소수 지분 확보시 핵심기술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새로 설립한 JV가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와 적극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할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2일 시무식을 직접 주재하며 '게임체인저'가 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투자의 숨겨진 의미는 정 부회장이 그리는 새로운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현실화할 방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수석부회장에 오르며 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 부회장은 늘 '게임체인저'를 강조했다. 뒤늦게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그룹은 판매량 글로벌 5위의 완성차 업체로 도약했지만, 내연기관 시장에서 일류회사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 분야에선 내연기관 분야에서 앞서 가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제치고 사실상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로 거듭났다. 이번 신설법인 설립 결정으로 완전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자체적으로 수행한다면, 미래차 시장을 선도할 퍼즐을 맞출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차 시장에서는 누가 더 먼저 100% 자체 기술력으로 자율주행 차량을 양산할 수 있는지가 시장 선점 가능성을 가늠할 주요 평가 요소가 될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양산할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에 궁극의 자율주행 기술인 레벨 5(미국자동차공학회 SAE 기준)를 구현하는 순간, 정 부회장이 꿈꾸는 '게임체인저' 자리에 자연스럽게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레벨 5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 운행되는 수준의 궁극의 자율주행기술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현대차그룹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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