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미래에셋대우, 삼양식품 지분 넘겨받은 배경은 호실적 기대감…아시아나인수 자금 확보 '우군' 역할

박상희 기자공개 2019-09-25 09:39:41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4일 10: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대우가 HDC현대산업개발이 보유 중이던 삼양식품 지분 전량(약 17%)을 넘겨받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삼양식품 최근 주가는 사상최고가(11만7500원)을 호가했던 2017년 대비 30% 가량 떨어져 있어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HDC의 자금 확보에 미래에셋대우가 우군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HDC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양식품 지분 전량인 127만9890주를 모두 처분하기로 결의했다. 삼양식품의 23일 종가(7만7800원)에서 할인율 5%를 적용한 주당 7만4000원으로 시간외대량매매(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했다. 거래 상대방은 미래에셋대우로, 매각 규모는 총 947억원이다.

HDC는 2005년 당시 화의에 빠져 있던 삼양식품 지분을 20% 넘게 매입했다. HDC가 지분을 사들여 삼양식품의 '백기사' 역할을 했다. 평균 매입단가는 6598원으로, 총 매입금액은 110억4934만원이었다.

삼양식품 주가는 14년 동안 10배 이상 뛰었다. HDC의 4년 전 삼양식품 주식 매입금액과 처분 단가를 단순 비교하면 시세 차익만 800억원이 넘는다.

다만 삼양식품 최근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2011년 6월 기록한 11만7500원 대비 33%가량 하락한 상황이다. 삼양식품이 매년 호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상승 여력 가능성은 크다.

삼양식품은 2016년부터 사상 최대 매출 경신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2016년 이후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다. 지난해 매출은 4694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매출은 4585억원이었다.

특히 인구 감소로 내수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수출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에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라면 등을 비롯한 삼양식품 전체 수출은 2016년 931억원, 2017년 2052억원, 지난해 2001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는 라면 수출(1188억원)이 내수(1087억원) 매출을 약100억원 가량 앞서며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분기와 연간 매출을 통틀어 삼양식품 라면 수출이 내수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미래에셋대우가 단순히 삼양식품의 기업 가치 및 장기 성장 가능성만 보고 투자했다고는 보고 있지 않다. HDC가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HDC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필요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삼양식품 지분을 매각했고, M&A 우군 파트너로 나선 미래에셋대우가 그 지분을 사들인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정몽규 HDC 회장은 고려대 동문으로 알려져 있다. HDC는 또 미래에셋대우와 주가수익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나중에 미래에셋대우가 삼양식품 주식을 처분할 때 이번 인수가보다 싼 값에 팔 경우 차액을 보전하는 조건을 달았다.

HDC가 보유했던 삼양식품 지분율은 17% 가량으로 덩치가 컸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블록딜 방식으론 거래 완료가 어려워 쪼개 팔아야 하는데, 이 경우 오버행 이슈 부담으로 주가 하락 염려가 컸다. 다행히 미래에셋대우에서 전량 지분 매입에 나서 HDC 입장에선 수월하게 거래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번 거래로 2005년 시작된 HDC와 삼양식품 간 15년 우군 관계는 막을 내렸다.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과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막역한 친구 사이였다. HDC는 당시 회장 간의 친분 관계를 바탕으로 2005년 삼양식품 지분을 매입했다. 경영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서 정 회장이 아버지 세대 간의 우정보다 실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앞서 회사가 어려웠을 때 HDC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HDC도 이번 매각으로 충분한 보상이 되었기 때문에 양사가 서로 윈윈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새로운 2대 주주가 된 것과 관련해선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