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 커지는 시멘트업]'삼중고' 삼표그룹, 고민 깊어져간다'일본산 석탄재 규제·지역자원시설세·공장이전'…높아진 재무 부담
박기수 기자공개 2019-09-30 10:00:00
[편집자주]
최근 시멘트 업계를 관통하는 단어는 '내우외환'이다. 각 업체가 가지고 있는 내부 고민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도 점점 비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닥친 위기는 일본산 석탄재 수입 규제와 지역자원시설세의 도입이다. 시멘트 업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설 경기도 좋지 않다. 위기관리가 요구되는 시멘트 업계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5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산 석탄재 수입 규제는 지난 7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대급부 격 조치다. 쉽게 말해 일본에서 석탄재를 더이상 들여오지 말자는 내용이다. 다만 이는 되레 국내 시멘트 업체들에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시멘트의 원재료로 기존에는 점토를 사용했던 시멘트 업체들이 환경 파괴 논란이 일자 대체재로 찾은 것이 값싼 일본산 석탄재인데, 이것마저 쓰지 못하면 원료 대체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이런 염려는 최근 현실화했다. 지난 23일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시멘트업계에서 입수한 '수입 석탄재 연도별 감축 목표'에 따르면 시멘트업계는 향후 5년 동안 일본산 석탄재 수입량을 70% 감축하기로 했다. 수입선이 급격하게 뚝 끊기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대체재 물색에 비용을 쏟는 것은 피하지 못한 셈이다.
지역자원시설세는 2016년 9월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강원 동해삼척)이 대표 발의한 지방세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제품 1t을 생산할 때마다 공장이 있는 지역에 세금 1000원을 내야 한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연간 백만 톤 이상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대형 시멘트사들에게는 세금 폭탄이 쥐어지는 셈이다. 최근 충청북도·강원도지사가 지역자원시설세 신설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 처리에 힘을 모으기로 하면서 시멘트업계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시멘트 및 레미콘 업계에서 가장 영향을 받는 곳 중 한 곳이 바로 삼표그룹이다.
삼표그룹은 외부 악재와 별도로 내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고민스런 처지에 있었다. 우선 레미콘 생산 법인인 삼표산업의 수도권 공장들이 현재 부지를 비워줘야 한다. 성수동 공장과 풍납동 공장이 강제 이전 대상이다.
지난 2017년 서울시는 2022년 6월 30일까지 삼표산업의 성수동 공장을 이전·철거하고 서울숲을 넓히는 '완전한 서울숲'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바 있다. 성수동 공장 이전과 맞물린 서울숲 확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 공약 중 하나이기도 했다.
풍납동 공장에서는 풍납토성 서성벽이 발견되면서 풍납토성을 발굴·복원하고자 하는 송파구와 공장 이전을 거부하고 나선 삼표산업과의 법적 다툼이 이뤄지기도 했다. 법정 다툼 결과 삼표산업이 패소해 일정 시점에 풍납동 부지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대체 부지 물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용 문제도 생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레미콘 공장을 서울시 인근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는 점을 레미콘 업계는 토로하고 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제품 특성상 제조 후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해 수도권에 반드시 위치해야 한다"라면서 "다만 환경 문제 등이 대두되면서 레미콘 공장에 대한 '님비 현상'이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표의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675억원, 483억원이다. 2017년 영업이익 1559억원보다 무려 1000억원 이상이 줄어들었다. 해운 물류사인 명성기공과의 분쟁 탓에 영업 차질이 큰 영향을 줬지만 건설 경기 하락 등 비우호적인 외부 환경도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2015년 동양시멘트 인수 후 재무적인 부담도 높아진 상태다.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에 대한 척도인 '자산회전율'의 경우 작년 말 ㈜삼표는 0.6회를 기록했다. 보유 자산 대비 매출 발생량이 60%밖에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인수 전 2014년 말에는 자산회전율이 1회를 넘겼던 바 있다.
동양시멘트 인수 과정에서 상당량의 차입금을 동원했던 터라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들도 높아져 있는 상태다. 지난해 말 ㈜삼표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97%다. 총차입금과 순차입금은 각각 1조3036억원, 1조1970억원으로 모두 1조원을 넘긴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동양시멘트 인수로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차입금으로 인한 재무 부담이 커진 것은 확실하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연거푸 닥쳐오는 외부 악재들이 삼표그룹 입장에서는 큰 고민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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