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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정호영號 LGD, '2012년 위기극복' 재현할까

김장환 산업2부 차장공개 2019-09-26 08:18:06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5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를 대표하는 분야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가전을 떠올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머리를 스친다. 롤러블 TV를 보며 일반 소비자야 "LG전자가 좋구나" 생각할 따름이었겠지만 LG디스플레이의 기술 구현이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제품이란 생각이 앞섰다. 담당 기자로서 오랜 기간 연을 맺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다만 디스플레이는 '만년 2등'이란 수식어로 설움을 받는 LG가 전 세계 시장에서 '원톱' 자리를 오랫동안 차지해온 몇 안되는 분야임은 사실이다.

LG그룹 내 몇 안되는 '1등 기업' LG디스플레이가 역대급 위기를 겪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5000억원 넘는 순손실을 냈다.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 의식은 외부 시선보다도 더 짙어 보인다. 주력해왔던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 게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중국 정부의 수조원대 자금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굴기가 매섭다.

최대 경쟁사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 브랜드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점하고 있는 삼성전자란 든든한 납품처가 있지만 LG디스플레이는 이런 동반자도 없다. LG전자 스마트폰은 LG디스플레이 수익에 별다른 도움이 안된다. TV도 마찬가지다. TV 시장은 '오버서플라이' 상태여서 전방 업체들의 소위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비일비재하다. 아쉬운 대로 매출이라도 이어가야 해서 납품을 끊을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한 돌파구로 보고 있는 대형 OLED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점이다. OLED 시장이 서둘러 커지지 않는다면 세계 시장에서 유일하게 중대형 OLED 패널을 생산 중인 LG디스플레이의 위기가 말로만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 LG디스플레이는 OLED로 전면 전환까지 인고의 시간을 버텨야 하는데 필요한 '여윳돈'은 없는 형국이다.

그런데 LG디스플레이는 과거에도 비슷한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2012년 무렵이다. 연이은 영업손실로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010년 4분기부터 2011년 말까지 누적 적자가 1조2000억원에 달했다. 현금창출능력이 급속도로 떨어져 수조원대 OLED 투자비 자체 조달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었다. 1조원대 유상증자 설이 업계에 휘몰아쳤고, 주식시장은 재깍 반응했다. LG디스플레이는 주가 폭락에 시총이 곤두박질쳤다.

당시 LG디스플레이를 살린 건 모기업 LG전자도, 지주사 ㈜LG도 아니다. 주요 고객사 애플이 백기사가 돼줬다. 2012년부터 5년간 LCD 패널 장기공급계약을 맺은 대가로 선수금 10억달러를 받아냈다. LG디스플레이와 애플의 단일 계약 중 사상 최대 규모다. LG디스플레이는 덕분에 급한 불을 끄고 OLED 투자비도 일부 마련할 수 있었다. 회계기준상 선수금도 부채로 계상되지만 이자비용 발생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입금보다 재무적 부담이 적었다.

이 같은 조달 구조를 짰던 게 다름 아닌 최근 수장을 맡은 정호영 사장이다. 정 사장은 당시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였다. LG디스플레이 전략 혹은 영업 선에서 움직임으로 시작된 협상일 수 있지만 그 매듭을 지은 건 재무 담당자였다. 시장에서는 정 사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조달 전략을 짜고 마무리한 일로 봤다. 뭐가 됐든 당시 LG디스플레이의 위기극복 이면에 정 사장이 있었던 건 사실이고, 또 지금의 위기 상황에도 정 사장이 전면에 서 있다.

LG디스플레이 내부에는 정 사장 부임을 두고 "기술하는 회사에 재무 전문가는 맞지 않는다"는 불만 어린 시선도 있다. 전임 사장인 한상범 전 부회장은 대표적인 기술통이다. LG디스플레이가 그동안 성장하는데 있어 엔지니어 출신 사장들이 기여한 공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LG디스플레이는 기술보다도 자금 조달 등 측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시기로 보인다. 부족한 돈으로 어떻게든 버티고 버텨야 다시 일어설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재무적 관점의 구조조정도 일부 필요해 보인다. LG디스플레이의 2012년 위기를 떠올려보면 LG그룹이 정 사장을 현 시점에 LG디스플레이로 보낸 이유도 얼핏 이해가 간다. 정 사장이 그때처럼 LG디스플레이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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