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기로에 선 디스플레이]삼성-LG, 이번엔 '대형 OLED'…마침내 열리는 시장①LCD 출구전략 본격화…TV 마케팅 경쟁에 산업 판도 변화 주도

김장환 기자공개 2019-10-01 08:00:57

[편집자주]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LCD 강자로 글로벌 시장을 오랜 기간 누벼왔던 LG와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매서운 추격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TV용 LCD는 중국에 1위 자리를 넘겨준지 오래다. 삼성과 LG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전환을 본격화했다. 산업 전반의 '대격변'이 불가피하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겪고 있는 위기의 실체와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6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얌전하던 LG전자가 삼성전자 TV에 적용된 QLED 디스플레이의 화질 문제를 두고 집중 포화를 쏟아내던 와중에 삼성전자가 말로만 꾸준히 돌았던 QD-OLED 디스플레이 투자를 마침내 꺼내 들며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삼성전자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는 13조원대 달하는 자금을 들여 대형 QD-OLED 생산라인 구축을 곧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에서는 아직 설익은 사안이란 입장이나 지난달부터 복수의 QD-OLED 제조 장비 발주 업체들을 찾아 다니고 있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시장 진출은 최대 경쟁사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란 평이다. 관련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드는데 있어 삼성의 움직임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물론 삼성이 선택한 QD-OLED와 LG의 OLED는 발광구조는 같지만 이를 위해 사용하는 물질이 달라서 서로 같은 기술 제품으로 볼 수 없다. 다만 삼성 역시 QD-OLED를 들고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을 개척해주는 동시에 치열한 마케팅을 펼치는 경쟁자 역할이 돼준다면 LG도 여러 측면에서 이익을 노릴 수 있어 보인다.

삼성과 LG는 최근 8K 화질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발 LCD 패널 공급에 따른 시장 가격 폭락으로 기존 디스플레이 산업으론 버틸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일들이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구조부터 체질까지 대변화의 시대를 걸어야 하는 상태다.

◇3D의 악몽… OLED 시장은 개화할까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지난 2010년경 소위 '3D 디스플레이 대전'을 벌이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2009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제작해 세계 최초로 선보인 3D 영화 '아바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은 3D 영상 구현 기술을 적용한 가정용 TV를 앞다퉈 내놨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특수를 염두에 두고 공격적인 마케팅도 벌였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가 산학협동으로 개발한 3D TV 안경을 직접 쓴 채로 2010년 1월 세계가전박람회(CES) 현장에 모습을 직접 비췄다. 이곳에서 임원들에게 안경다리와 코 받침을 더 편하게 만들라고 지시하는 등 3D TV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기도 했다.

3D TV 시장 열풍은 이후 불과 2년도 안돼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 별도 안경을 쓰고 봐야 한다는 불편함과 구현 콘텐츠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 등이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열기가 식은 핵심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삼성전자가 조기에 발을 뺀 게 3D TV 시장을 급속도로 냉각시킨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술적 문제와 성장성 한계 등을 이유로 마케팅에서 완전히 발을 빼면서 3D TV 열기가 식어버렸다"며 "화질 등 구현이 삼성전자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었던 LG전자는 역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시장 분위기가 확 식어버려서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QLED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QLED 8K TV를 살펴보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대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 TV 사업을 근간으로 2012년 무렵부터 대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 뛰어들어 생산 설비 확장에 적극 나섰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삼성전자의 QLED TV 전략을 토대로 대형 OLED 진출을 미뤄왔다. QLED는 OLED와 달리 LCD에 퀀텀닷 필름과 백라이트유닛(BLU)을 부착한 LCD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LG전자가 이달 독일에서 열린 IFA 2019에서 삼성전자가 선보인 '삼성QLED8K' TV의 해상도에 문제가 있다는 신랄한 비판을 내놓은 것도 OLED와 LCD 디스플레이 패널의 근본적인 차이를 소비자들이 잘 모른다는 점에서 기인했다는 평이다.

OLED TV 시장은 LG 측이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시장이다 보니 마케팅 등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전세계 대형 OLED TV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패널은 전량 LG디스플레이 제품이다. 삼성은 LCD 기반의 QLED TV를 활용해 고가 TV 시장에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LG 입장에선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OLED TV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시장 파이를 크게 키워줄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할 수 있다.

◇삼성 대형 OLED 진출 '선택 아닌 필수'

삼성 측은 그동안 OLED 기반 TV는 시기상조란 입장을 보여왔다. 유기물을 기초로 한 OLED 패널의 내구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사실상 LCD로 볼 수 있는 패널에 'QLED'란 이름을 붙여놓고 프리미엄급 TV 사업을 벌여왔다. 이면에서는 OLED에 활용할 수 있는 자발광 물질 퀀텀닷을 활용한 QD-OLED 디스플레이 상용화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 생산설비 투자를 개시할 경우 이 같은 기술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또 LCD 패널로는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데 따른 대형 OLED 투자 결정으로 볼 수 있다.

LCD는 중국 업체들의 굴기로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만들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었다. 이제 한국 기업들의 위상이 독보적인 시장이 아니다. 세계 1위 LCD 생산업체였던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중국 BOE에 자리를 내줬다. 중국 정부의 수십조원대 지원금을 등에 업은 BOE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경쟁사 기술을 발 빠르게 따라잡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TV용 LCD패널 글로벌 시장 점유율 부문에서 5위권까지 밀려난 상태다. 시장조사전문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분기 기준 TV용 LCD패널 출하량은 BOE, LG디스플레이, 이노룩스(대만), 차이나스타 순을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 뒤를 잇는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 일감을 등에 업고 삼성디스플레이가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 출하량은 중국 기업들보다도 한참 떨어지는 상태다.

OLED
LCD-OLED 구조 차이. 제공-LG디스플레이

OLED 진출은 시기의 문제였을 뿐 삼성디스플레이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아울러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를 계획 중인 QD-OLED는 일반 OLED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술력을 갖춘 디스플레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QD-OLED는 일반 OLED와 달리 청색 무기물 발광물질 광원에 적색과 녹색 퀀텀닷(QD) 컬러필터를 올려 색을 재현하는 방식을 쓴다. OLED의 화면 잔상이 남는 번인(Burn-in) 현상과 짧은 수명(3만 시간)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신기술로 여겨진다.

업계 관계자는 "QD-OLED 기술 개발은 아직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태로 보이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오는 2021년쯤에는 결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LG디스플레이와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이고, OLED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데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LG디스플레이도 LCD 라인을 축소하며 OLED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라인 전환 작업도 병행할 방침이다.

삼성과 LG의 탈(脫) LCD가 본격화되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생태계도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지게 된다. LCD를 기초로 한 부품업계와 장비업체들도 새로운 공급 체인을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 주요 거래선을 중국 업체들로 전환하는 곳과 OLED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 전환하는 기업 등이 대거 탄생하며 산업 전반에 변화를 줄 것으로 점쳐진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