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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디스플레이]1등 달리던 LG디스플레이, 어쩌다 넘어졌나②中 성장성 오판에 OLED 출구전략 시기 놓쳐…日기업 과거사와 닮은 꼴

김장환 기자공개 2019-10-02 07:41:46

[편집자주]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LCD 강자로 글로벌 시장을 오랜 기간 누벼왔던 LG와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매서운 추격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TV용 LCD는 중국에 1위 자리를 넘겨준지 오래다. 삼성과 LG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전환을 본격화했다. 산업 전반의 '대격변'이 불가피하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겪고 있는 위기의 실체와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7일 08:2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한상범 부회장이 자진 사퇴하며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LG그룹에서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닌 회계연도 중간에 대표이사를 바꾸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케이스는 사실상 처음이다.

LG디스플레이는 그룹내 대표적인 기술통으로 불렸던 한상범 부회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재무전문가 정호영 사장이 채웠다. 후임으로 정 사장을 택한 건 LG디스플레이가 수년전 위기를 겪고 있던 시절에도 재무통인 권영수 부회장이 사장을 맡으며 회사를 살린 경험을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이유든 대표이사의 갑작스러운 교체는 LG그룹과 LG디스플레이가 현 상황을 얼마나 큰 위기로 인식하고 있느냐를 잘 보여준다. LG디스플레이는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단행할 계획이다.

LCD 패널로 세계시장 1등을 달리던 LG디스플레이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가 본격화된 지 불과 5년만의 일이다.

중국발 LCD패널의 공습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일이다. 이 와중에 LG디스플레이가 가장 심하게 휘청거리고 있다. 관련한 다양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형 OLED로 전환해 OLED TV 패널로 전환을 시작했지만 관련 시장이 아직 개화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는 기술 개발 시기가 늦었다.

중국발 LCD 패널의 공급 물량이나 OLED 전환에 대해선 수년전부터 예고된 사안이다. LG디스플레이는 관련 대응에 한발 늦은 패착이 뼈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中 성장 흐름 오판에 무너진 1등 기업

LG디스플레이의 최근 부진은 과거 일본 기업들의 패착을 떠올리게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LCD 시장 패자는 일본이었다. 계산기용 LCD 개발 성공이 일본 샤프, 파나소닉, 재팬디스플레이 등 업체들을 LCD 시장 최강자로 키우는 마중물이 됐다. 하지만 그 기류는 20년을 넘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디스플레이 산업 지형은 대격변기를 맞이한다. LG디스플레이와 대만 AOU 등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LCD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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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롤러블 TV. 자료-LG디스플레이 홈페이지

샤프는 대만 폭스콘에 매각되고 재팬디스플레이는 대만 자본에 인수되는 등 일본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쇄락의 길을 걸었다. 이들의 몰락은 한국과 대만 등 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급속도로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오판했던 데 있다. 일본 전자기업들의 자부심이 대단한 건 누구나 잘 아는 얘기다. 일본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한국과 대만 등 기업은 원천기술이 없는 '카피캣', 인건비가 보다 낮은 생산기지 정도로 치부했다.

당시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다. 일본을 따라잡다 못해 얼마 되지 않아 뒤집는데 성공했다. 그 중에서도 LG디스플레이는 LCD 디스플레이 1등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발군의 입지를 오랫동안 점해왔다.

전세가 뒤바뀌었다. 한국과 일본을 중국과 한국으로 배치해 놓으면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발 디스플레이 공습에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에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현지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급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대형 TV용 패널 시장의 경우 매출액 기준 LG디스플레이가 여전히 세계 1위이지만, 점유율 기준으로는 중국 BOE가 1위다. 이미 2017년 점유율 역전 현상이 시작됐다.

중국이 이만큼 빨리 따라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일본이 한국의 추격을 오판한 것과 판박이다. 2년 전부터 조짐이 있었음에도 LG디스플레이는 대비에 늦었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앞으로도 '한참' 뒤질 것이라고 봤던 것이다. 현재 LG디스플레이의 대형 LCD 생산라인은 8.5세대가 전부인 반면 중국 BOE와 CSOT 등은 10.5세대 라인을 2년 전부터 열심히 돌리고 있다.

65인치 TV용 패널로 치면 10.5세대에서는 8장을 만들지만 8.5세대는 3장밖에 만들지 못한다. 그만큼 원가 경쟁력이 뒤떨어진다.

중국의 공격적인 생산능력 증설로 LCD 패널 시장은 공급과잉이 심화됐다. 보급률 증가로 TV와 스마트폰 등 LCD 패널 전망제품 수요는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공급과잉마저 심화됐다.

LG디스플레이 실적은 지난해 말부터 울상이다. 흑자 전환을 다짐했던 올해 들어 1분기 1300억, 2분기 3700억원 등 상반기에만 50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내년마저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면 상장 이후 역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회사 내부에서 나온다.

◇돌파구 삼은 OLED…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LG디스플레이가 타개책으로 삼은 건 OLED다. 8.5세대 공장 생산라인 전환을 10.5세대 LCD로 갈 것이냐 아니면 바로 이를 뛰어넘고 10.5세대 OLED로 갈 것이냐 갈팡질팡하던 와중에 최종 OLED로 방향키를 잡았다.

파주 일부 공장에는 지난해 말부터 10.5세대 OLED 파일럿 라인을 구축 가동했고, 또 P10 공장에 OLED 라인도 깔 계획이다. 10.5세대 OLED 생산라인 구축이 이뤄지면 '세계 최초'란 타이틀을 딸 수 있게 된다. 처음으로 시도되는 일이어서 예상대로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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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저우 OLED 생산공장 조감도. 자료-LG디스플레이 홈페이지

중소형 OLED도 본격 육성을 시작했다. 중소형 패널 개발에 애를 먹었던 LG디스플레이는 올 들어 P-OLED(플라스틱 올레드) 개발에 마침내 성공했고 지난 분기부터 애플 신제품에 납품도 시작했다. 관건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장악하고 있는 애플 납품 물량을 얼마나 빠르게 흡수할 수 있을지다. 중소형 OLED 부문 경우 BOE가 더 앞서 기술을 개발한 상태이기도 하다.

'애물단지'가 된 LCD 사업은 고부가가치 부문에 맞춰 서둘러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파주 일부 LCD 라인은 가동을 중단하고 구미 LCD 공장도 내년 말까지 전면 정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노트북과 모니터, 상업용 LCD 등 수익이 나는 부문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 과정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LCD 사업을 정리하고 OLED로 출구전략을 실행해나가는데 가장 큰 관건은 역시 자금 확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만 8조원대 OLED 투자를 앞두고 있지만 대규모 손실로 여유가 별로 없다. 내년까지 필요한 OLED 증설비용은 15조원대로 예상된다. 구조조정을 결정한 LCD에서는 당분간 수익을 기대할 수 없고, 또 중소형 OLED 생산 시작에 따른 고정비 및 초기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대형 OLED 라인 구축에 따른 대규모 자금 투자까지 동시에 이뤄져야 해서 자금 소요 부담이 상당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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