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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기업 메자닌 투자 몸사리는 운용업계 [메자닌 투자 돋보기]리테일시장 바이오기업 기피 심화…내년초 롤오버 물량 '투자기회'

이민호 기자공개 2019-10-01 08:20:11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7일 14: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운용업계가 바이오기업 메자닌 투자에 대한 운신의 폭을 크게 좁히고 있다. 올해 들어 시가총액 상위권에 올라있던 바이오기업들에서 임상 결과 발표 이후 주가가 폭락한 경우가 빈번한 데다 기업가치마저 위협받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리테일시장에서도 바이오기업 메자닌 투자펀드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 풋옵션 행사에 맞춰 메자닌 추가 발행 성공 여부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바이오기업 메자닌에 대거 투자를 감행했던 운용사들이 올해 하반기 이후 인수 검토 단계에서부터 보수적인 자세로 전환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품목 허가 취소와 에이치엘비 리보세라닙 임상 3상 목표치 달성 실패 이후 주가가 급락했고 신라젠이 펙사벡 간암 임상 3상을 중단하며 주가가 크게 빠졌다. 헬릭스미스도 엔젠시스 임상 3상 결론 도출에 실패하며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메자닌 풋옵션마저 '위태'…리테일 자금줄 '꽁꽁'

운용업계에서는 메자닌 투자의 가장 큰 장점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더라도 풋옵션을 행사해 원금 수준을 회수할 수 있는 점을 꼽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임상에서 부정적 결과가 도출되며 주가 폭락뿐 아니라 회사의 가업가치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만연해졌다.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자금을 조달한 바이오기업이 대다수이므로 임상 결과가 기업가치 손상으로 이어질 경우 메자닌 추가 발행에 실패해 상환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파이프라인이 제한적인 바이오기업들은 메자닌을 발행하더라도 사실상 인수 검토에서도 배제되는 분위기다. 다른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어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거나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해 현금을 당장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 비교적 더 주목받고 있다.

A 운용사 관계자는 "여러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는 기업의 경우 유사 시 다른 파이프라인에서 임상을 계속할 수 있어 주가가 무제한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다른 프로젝트 진행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메자닌을 추가로 찍어낼 수밖에 없어 기존 투자자들의 엑시트도 용이해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리테일시장에서도 바이오기업 메자닌 투자펀드에 대한 자금 수급은 사실상 막힌 상태다. 기존에 3년 폐쇄형의 판매구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바이오기업 기피 현상이 심화된 데다 변동성 확대로 3년 만기구조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투자기업을 미리 검토할 수 있는 프로젝트펀드에 자금이 일부 유입됐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펀딩에 애를 먹고 있다. 운용사로서도 한 종목에 대한 노출도가 높아 펀드 관리가 어려운 점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B 증권사 PB는 "하반기 이후 바이오기업 메자닌 투자펀드는 예전에 비해 인기가 없고 일단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펀드가 출시되더라도 바이오기업 메자닌 비중은 포트폴리오 중 한 두 개 정도에 불과한 정도이며 1종과 2종으로 나눠 2종에서 다른 투자자가 깔아주는 구조가 아니라면 판매 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내년초 메자닌 롤오버 다수…발행 성공 여부에서 '옥석' 결정

바이오기업 메자닌 발행시장도 다소 침체된 상황이다. 올해 5월 파멥신이 1000억원 규모 CB를 찍어낸 이후 한 기업이 대량으로 물량을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드물다. 현재 바이오기업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대주주 지분율이 크게 낮은 대부분 바이오기업이 메자닌을 발행할 유인이 적다는 분석이다.

바이오기업들의 메자닌 발행은 지난해 4~6월에 집중됐다. 당시 코스닥벤처펀드를 필두로 수조원의 자금이 일시에 몰리며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까지 떨어지는 등 발행사 우위의 시장이 형성됐다. 주가도 높은 수준으로 올라있던 만큼 전환가액도 그만큼 높게 형성됐다.

이때 발행된 메자닌 대부분은 풋옵션 행사일이 발행 1년 6개월이나 2년 이후로 설정돼있다. 운용업계에서는 이들 물량에서 풋옵션이 행사되면 메자닌을 발행했던 바이오기업들은 상환자금 조달을 위해 올해 말에서 내년 초부터 추가로 메자닌을 찍어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담보여력이 거의 없는 바이오기업 대부분은 은행권으로부터의 대출도 힘들다. 이 때문에 메자닌 추가 발행 성공 여부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운용업계에서는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내년 초부터 이어질 메자닌 추가 발행 때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코스닥벤처펀드의 열기가 사그라지며 메자닌시장의 주도권이 발행사에서 투자자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는 점도 이런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 만기에 이자율이 가산되는 발행조건이 생겨나는 데다 주가 하락으로 지난해보다 낮은 전환가액에 투자할 여지가 생겼다는 시각이다.

C 운용사 관계자는 "헬릭스미스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돌발변수가 상당 부분 제거됐다는 얘기가 많다"며 "내년 초부터 종목만 잘 골라내면 메자닌 투자에도 충분히 업사이드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운용업계 일각에서는 파이프라인의 미래가치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아직 부족하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D 운용사 관계자는 "바이오 분야 전문인력들을 대거 갖춘 해외 바이오 투자 전문 헤지펀드들도 투자대상 기업(유니버스)을 폭넓게 가져가면서 조금씩 투자한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마일스톤을 확인하고 도태된 기업에서는 자금을 빼고 성과를 낸 기업에 좀 더 투자하는 방식을 취한다"며 "국내 바이오기업의 경우 투자 풀(pool) 자체가 빈약한 데다 국내 운용업계에는 파이프라인의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인력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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