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정의선 체제 출범 1년]인적쇄신, '생산·판매' 미세조정…구조조정 성과③부회장단 체제 종식…중국 '극약처방', 신흥국 '권역본부' 출범

고설봉 기자공개 2019-10-04 08:33:07

[편집자주]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위기론이 커지고 있었다. 글로벌시장에서의 판매량 감소가 장기화하며 상황은 계속 악화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사이에서 미래차 대응 전략의 갈피를 잡지 못하며 성장동력이 꺼지는 듯 보였다. 이대로라면 추락하는 일만 남았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매분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수익성은 뒷걸음질 쳤고, 기아차는 영업손실을 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가 출범했다. 풍랑을 만난 현대차그룹의 키를 쥐고 1년을 달려온 '정의선 체제'는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더벨은 지난 1년 현대차그룹이 겪은 변화를 되돌아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2일 1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현대차그룹 '수술'이다. 최고 경영진에 대한 인적쇄신을 통해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인사의 다음 단계는 글로벌 생산·판매 체계 미세조정이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내부 정비를 마친 뒤 곧바로 중국과 신흥국으로 눈을 돌렸다. 완성차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권역별 맞춤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정 부회장의 수석부회장 승진은 현대차그룹 내의 의사결정 및 지휘 체계의 변화를 가져왔다. 윤여철, 김용환, 양웅철, 권문식 등 당시 4인의 부회장과의 관계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총괄이라는 명확한 위계를 부여받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회장-수석부회장-부회장'이라는 보좌 체계의 명문화는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의 탄생을 의미했다.

지휘봉을 잡은 뒤 약 달포만인 지난해 10월29일 정 수석부회장은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어 지난해 12월12일 단행한 대표이사, 사장단 인사는 '정의선식 인적쇄신'의 백미로 꼽힌다. 김용환 부회장, 설영흥 고문 등으로 대표되는 원로급 임원을 대거 이선후퇴 시키며 '정의선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렸다. 특히 2015년 구축된 '4인 부회장 체제'를 해체하며 '정몽구 회장-정의선 수석부회장-전문 경영인' 체제로 조직을 단순화 했다.

지휘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과 함께 정 수석부회장이 메스를 들이댄 곳은 중국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첫 중국 공식 일정을 현대차그룹이 주최한 한·중·러 문화예술 프로젝트 개막식 참가로 소화했다. 조립에 기반한 제조기업에서 모빌리티 등 ICT 서비스에 강점을 둔 미래차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정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행사였다. 하지만 정 수석부회장의 중국 출장은 중국법인에 대한 구조조정을 위한 현장조사 성격이 강했다. 방문 당시 정 수석부회장은 조직 점검 및 정비 구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방중 직후 정 수석부회장은 곧바로 중국법인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중국사업을 이끌었던 설영흥 총괄 고문은 비상임 고문으로 물러났다. 설 고문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그동안 중국사업을 총괄해 온 현대차그룹의 실력자 중 한명이다. 이외 중국 지주사 총경리, 베이징현대, 둥펑위에다기아의 생산본부장도 모두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사드사태 이후 위축된 중국 내 영업환경을 정상화 하기 위해 중국 지주사 역할도 확대했다. 또 인사를 계기로 중국 지주사 내 고객경험전략실을 신설해 현대·기아차의 중국 마케팅을 총괄하는 임무를 부여했다.

현대자동차 해외공장 생산 현황

추락하는 중국에 극약처방을 하는 한편, 떠오르는 러시아와 인도 등에는 사업 확대를 주문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러시아권역본부를 출범시켰다. 러시아는 현대기아차 점유율이 25%에 달하는 주요시장으로 성장한 상태였다. 러시아권역본부 출범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생산판매 체계의 미세조정의 신호탄이었다. 권역본부는 현대·기아차에서 비중이 큰 조직이다. 또 기아차에는 인도권역본부 출범을 주문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시장 점유율 16.3%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기아차 공장을 설립하고, 권역본부를 출범해 현대·기아차 점유율을 동반 상승한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권역본부는 글로벌 생산량과 판매량 증가에 따라 지역별 거점에 해외영업본부를 세분화한 형태다. 과거 현대·기아차는 국내에 해외영업본부를 두고, 글로벌 모든 지역의 판매를 담당했다. 국내 본사에서 생산과 판매를 총괄하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시장별 특성이 다양해 지고 판매전략도 세분화 하면서 주요 거점에 대한 맞춤 대응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주요 거점에 권역본부를 설립하고 자율성과 유연성을 부여하는 책임경영체제를 갖췄다. 현지 생산과 판매를 권역본부별로 스스로 관리하게 했다.

이렇게 시작된 글로벌 생산·판매 체계에 대한 미세조정은 올해도 지속됐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로 나눠 권역본부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전 세계에 걸쳐 현대차가 북미, 유럽, 러시아, 인도 등 4곳, 기아차가 북미, 유럽, 러시아, 인도 등 4곳을 각각 두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기아차가 인도에 권역본부를 출범하면서 인도 및 동남아 시장 확대의 포문을 열었다.

기아자동차 해외공장 생산 현황

이러한 신흥국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현대차그룹의 해외공장 생산실적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북미와 유럽은 완성차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 현대차그룹 뿐만 아니라 폭스바겐, 토요타 등 글로벌 1,2위 제조사들도 주력 시장의 침체로 고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고, 신흥국 판매를 늘리며 매출 볼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신흥국에서의 현대·기아차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2016년 1분기 현대차의 해외공장 생산량은 70만7500대였다. 이 가운데 미국, 중국, 유럽 시장을 겨냥한 공장들의 생산량은 전체의 60.08%를 차지했다. 반면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비중은 39.92%에 그쳤다. 하지만 올 1분기 해외공장 총 생산량 중 미·중·유럽 공장의 생산 비중은 46.4%로 떨어졌고, 신흥국 비중은 53.6%로 성장했다. 기아차의 경우 아직 신흥국에 거점 공장을 운영하지 않은 만큼 비교 대상이 없다. 다만 올 하반기 연산 30만대 규모 인도공장을 준공한 만큼 향후 신흥국 생산량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의 구조조정도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둔 상태다. 판매량을 대거 개선하지는 못했지만 현대차의 경우 분기별 10만대까지 떨어졌던 판매량을 15만대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기아차는 분기별 5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던 판매량을 7만대 수준으로 높였다. 또 노후화되거나,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진 공장의 선별적 구조조정도 성과를 거뒀다. 현대차는 베이징1공장 가동을 멈추고, 전기차 생산기지 등으로의 변모를 추진 중이다. 기아차는 옌청1공장을 가동 중단 후 파트너사에 장기임대했다.

결과적으로 '정의선식 개혁'은 현재로서는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권역본부 출범으로 글로벌 생산·판매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 점은 예년보다 판매량이 크게 늘지 않은 상황에서도 현대·기아차의 매출이 늘고, 수익성이 높아진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국에서의 성과는 아직 가시화 되지 않았다. 다만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추가 손실을 멈춘 상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의 베이징1공장의 경우 노후화됐고 생산의 효율성이 극히 떨어졌던 곳으로 유지·관리비 부담이 컸다. 이런 곳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하면서 추가 비용 투입이 제한됐다"며 "꾸준히 판매량이 늘고 있는 러시아, 인도 등에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