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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모험자본 30년을 추억하다

길진홍 벤처중기부 부장공개 2019-10-07 08:20:18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4일 07:2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9월 27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청립 30주년 기념식.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앉은 메인 헤드테이블 원탁에는 파란색 하드커버로 제작된 책자 몇 권이 놓였다.

이 책자는 국내 벤처투자 역사가 담긴 백서 초본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설립 30주년 기념사업으로 제작했다. 올 초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방대한 자료 수집과 인터뷰 등 고증을 거쳐 9개월 만에 첫 선을 보였다. 글 한 줄 사진 한 장에 협회 직원들의 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 동안 우리 벤처캐피탈 역사를 정리한 별도 책자가 없었음을 생각하면 이번 백서는 사실상 처녀작이 된다. 아직 공식 초판을 하지 않은 '0쇄'본으로 살이 붙어 연말께 일반에 선보일 예정이다.

백서에는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벤처투자 역사가 한눈에 펼쳐진다. 1986년 이전 한국에 첫 벤처투자 씨앗이 뿌려진 태동기를 비롯한 확장과 버블의 붕괴, 재기의 장면들이 담겼다.

환희의 순간. 정책금융으로 시작해 민간화를 거친 모험자본은 30년간 의료, IT반도체 제조, 엔터·게임 등 각 분야에 단비를 내린다. 도전과 실험정신은 1세대 벤처로 불리는 메디슨, 한글과컴퓨터, 안랩에 이어 네이버, 카카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을 탄생시켰다. 또 모험자본을 먹고 영화 은행나무침대, 친구, 공동경비구역JSA 등의 숱한 명작들이 나왔다.

화려한 무대 이면에는 아픔도 있었다. 2010년을 전후해 잘 나가던 벤처캐피탈 일부가 몰락의 길을 걸었다. 고수익을 쫓은 무리한 투자가 화근이었다. 한때 시장을 호령하던 한림창투, 넥서스투자, 제일창투, 그린창투 등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벤처투자 산증인으로 불리는 일부는 횡령과 배임 혐의에 연루되면서 업계를 떠나야 했다. 치유된 듯한 옛 상처는 망령처럼 아직도 우리 주위를 맴돈다.

그 모든 조각들이 벤처투자 업계가 품고 감내해야 하는 역사다. 지난 시간에 대한 반추는 결국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로 귀결된다. 벤처캐피탈협회 수장인 정성인 회장이 제시한 방향키는 크게 세가지다. 벤처캐피탈이 독립된 금융산업으로 기능하고, 중소벤처 생태계와 동반성장을 도모하며, 시장 중심으로 자율성을 갖추자고 했다. 단순히 초기기업 마중물을 넘어 국가경제의 펀더멘털로 거듭나자는 게 행간의 요지다. ‘벤처투자촉진법' 제정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힌 데 따른 안타까움과 한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절박한 심정도 깔려 있다.

어쩌면 모험자본의 미래는 ‘오래된 미래'처럼 우리 곁에 이미 와 있는지도 모른다. 맨주먹으로 일군 신화, 위기 한 복판에서 보여준 정화 능력, 좌절 속에서 오뚜기같이 일어선 DNA가 미래로 안내할 나침반이다. 장기간 파고를 견딘 모험자본 스스로가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곧 모습을 드러낼 벤처투자 30년 백서 완성본의 목차 중 '미래'는 그냥 백지(白紙)로 남겨둬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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