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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보수적' JV 전략 바꾼 배경은 경쟁업체 의식…역대 최대규모 차입, 재무여건도 부담

최은진 기자공개 2019-10-08 09:01:13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4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사(JV)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LG화학의 JV 구상이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술유출 등을 우려해 JV 설립에 보수적이었던 전략이 급선회했다. SK이노베이션 등 경쟁업체들이 완성차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JV를 통해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자극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올초 중국 지리자동차와의 JV 설립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JV 설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JV 유일…그동안 기술유출 우려로 '부정적'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체 가운데 4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두주자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 배터리 점유율은 2019년 6월 말 기준으로 12.8%에 달한다. 2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중국 CATL·일본 파나소닉·중국 BYD 다음 입지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점유율 4.4%, 2.4%로 5위와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글로벌 선두격인 LG화학은 일찌감치 폭스바겐·GM·볼보·아우디·크라이슬러·포드 등 주요 완성차 업체를 거래처로 확보하면서 경쟁우위를 점했다. 약 30여년 간 신성장 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건 데 따라 탁월한 기술력은 물론 평판 측면에서도 주도권을 가졌다.

이를 기반으로 LG화학은 그간 자사에 쏠렸던 완성차 업체의 수많은 JV 러브콜을 배척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과 함께 독점적 공급이 필요했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업체와의 짝짓기를 노렸다. 그러나 LG화학 입장에서는 기술유출의 우려와 함께 특정 완성차 업체와의 돈독한 관계가 마케팅 측면에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JV에 보수적으로 임했다.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관련 JV를 설립한 파트너는 현재로선 현대자동차가 유일하다. 현대자동차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지난 2009년 에이치엘그린파워를 LG화학이 지분 49%, 현대모비스가 51%를 출자해 설립했다. 당시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단계였던만큼 LG화학 입장에선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와의 독점 거래를 맺기 위해 돈독한 파트너십이 필요했다. 현대차 이후엔 그 어떤 곳과도 JV 설립을 논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들어 LG화학의 JV에 대한 전략이 급선회 했다. 그간 손사래 치고 피하기만 했던 JV 설립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LG화학은 처음으로 완성차 업체와의 JV에 대한 의견을 공개했다. 전기차 시장이 급속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JV 설립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기술유출 우려가 있는 만큼 그간 신중하게 나섰지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JV를 비롯한 다양한 마케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당시 LG화학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였던 정호영 사장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기술이 유출될 리스크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했다"며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배터리 업체와의 JV 설립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만큼 LG화학 역시 이를 포함해 검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올초 LG화학은 볼보의 모기업인 중국 지리자동차와 '50대50' 지분으로 각각 1034억원씩 출자해 JV 설립을 합의했다. 현재 생산설비 착공을 준비 중이고, 착공이 마무리 되는 오는 2021년 말 전기차 배터리 10기가와트시(GWh)의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미국 GM이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JV의 유력 파트너사로 꼽히면서 논의를 시작했다. LG화학은 협상 초기단계인만큼 공식적인 코멘트를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GM과 LG화학의 관계를 고려할 때 성사될 것으로 관측된다.

◇SK이노·BYD 등 JV 활발…차입금 약 9조 육박 '부담 가중'

이처럼 LG화학이 기술유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완성차 업체와의 JV에 적극 나서는 배경으로 '조급함'이 꼽힌다. 여전히 글로벌 선두업체인 상황이지만 조단위 투자금을 베팅하면서 맹렬히 쫓아오는 후발주자를 의식한 행보라는 얘기다. 그동안 선두업체라는 입지와 기술력이라는 경쟁력으로 나름의 원칙을 고수하며 수주활동에 나설 여유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연 성장률이 두세배 될 정도로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배터리 업체들이 생겨난 만큼 부담이 따랐다는 분석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저가수주'라는 오명을 감안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수주활동에 나서는 것은 물론 JV 설립도 활발하게 추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배터리 업체인 EVE에너지,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탈사와 각각 JV를 설립한 데 이어 2013년에는 베이징자동차그룹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JV를 설립했다. 지난해부터는 폭스바겐과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JV를 설립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다만 이는 LG화학의 소송 제기로 인해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LG화학 입장에선 그동안 시장 입지와 기술력으로 나름의 원칙을 지키며 마케팅 했던 전략을 후발주자들의 공세로 다시 세워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SK이노베이션과 같이 경쟁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JV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완성차 업체와 관계 맺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JV 역시 고민해야 할 전략이 됐다. 특히 현재 JV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지리자동차와 GM의 경우 LG화학과 10년 이상 관계를 맺어온 돈독한 파트너사라는 점이 눈에 띈다. 폭스바겐이 SK이노베이션과 JV 설립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LG화학과의 거래관계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의식해 기존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LG화학

재무적인 부담도 JV에 대한 전략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됐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생산 캐파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하는 만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LG화학은 역대 최대치인 약 9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끌어다쓰며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 실적이 아직 적자를 내고 있는데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석유화학 사업 역시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LG화학으로선 감당할 수 있는 투자 캐파를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JV가 꼽혔다. 완성차 업체와 재무적인 부분을 함께 감당하면서도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더욱이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를 내재화 하기 위해 보조금 정책을 펼칠 예정인 만큼 현지화를 위해 JV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이에 LG화학은 기술유출을 최대한 방어하면서 협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와의 JV에서도 기술적인 부분을 모두 LG화학이 전담하는 것을 조건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LG화학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기술유출 우려가 있는 만큼 JV 설립에 부정적이었으나 올들어 다소 전략이 선회하는 분위기"라며 "글로벌 트랜드가 완성차 업체와의 JV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인만큼 자사 역시 기술유출을 최대한 방어하면서 협업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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