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주인찾기 바쁜 김형 사장, '미션 임파서블'? 임기 3년 반환점 코앞…실적 회복 기반 다졌지만 매각 성공 여부 회의적
고진영 기자공개 2019-10-18 08:22:32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6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 '몸값'을 책임지고 있는 김형 사장의 어깨가 다시 한번 무거워졌다. 이번 국감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높여 2년 뒤 매각을 시도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매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지만, 김형 사장 입장에서는 주어진 시간에 안심할 틈이 없다.매물의 매력은 계약에 실패할 때마다 떨어지기 마련인데 대우건설은 벌써 10년째 제 주인을 못 찾고 표류 중이다. 게다가 건설경기에 먹구름이 끼면서 건설사들은 인수합병 등으로 덩치를 키우기보다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김형 사장이 대우건설 매각 성사라는 어려운 임무를 넘겨받은 지는 1년이 좀 넘었다. 최근 2년간 대우건설은 대표가 2번이나 바뀌었다. 2017년 8월 박창민 전 사장이 사임하자 송문선 전 사장이 대표를 맡았고, 작년 초 매각이 불발되면서 산업은행은 다시 대표 교체에 나섰다. 김형 사장은 작년 6월 취임했는데 시작부터 험난했다.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에다 과거 비리 의혹까지 겹쳐 노조와 크게 갈등을 빚었다.
반면 김 사장이 대형 건설사를 두루 섭렵한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구원투수로 적임자라는 평가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외부 출신 CEO로, 현대건설 토목사업본부 상무, 삼성물산 토목사업부 부사장, 포스코건설 부사장을 역임하며 30여 년간 국내외 토목 현장을 누볐다. 특히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재직 당시 중동 등 해외에서 활약한 이력이 장점으로 꼽혔다. 지난해 매각 무산을 해외사업 부실이 초래했다는 점에서 해외사업 정상화가 대우건설의 핵심 과제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임기 3년의 반환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김형 사장의 성적표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실적 개선이 지지부진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혹평과, 재도약을 위한 밑거름을 성공적으로 쌓았다는 호평이 모두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우건설의 단기 실적은 전망이 썩 좋지 않다. 2018년 2분기 이후로 외형이 계속 축소되면서 올해 2분기 매출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7% 줄었다. 주택부문 실적 부진이 이어진 탓에 3분기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후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대우건설 연간 매출이 8조5000억~8조9000억원 사이에 그치면서 연매출 10조원대마저 깨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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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잠재력은 상당하다는 평가다. 올해 전체 수주목표(10조5600억원)를 이미 2분기에 60.4% 채웠고 3분기 누적 신규수주는 10조원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간 소극적이었던 해외수주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 LNG 트레인(Train) 7호기 EPC(설계·조달·시공)사업에 대해 원청사로 참여하게 됐다고 9월 공시했다. 이로써 유럽, 일본 등 해외 카르텔이 과점하고 있는 LNG 액화플랜트 EPC 시장에서 국내 최초로 레퍼런스를 쌓아 향후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 셈이다. 대우건설은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투게더투자운용을 설립하고 선박 대여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성과와 별개로 향후 매각 향방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4일 국정감사에서 "대우건설 매각에 실패했을 때 대한민국의 잠재적 매수자는 다 접촉한 상황이라, 추가적으로 매각을 단기간 성사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듯 지금으로선 국내에서 원매자를 찾기에 무리가 있다. 2년 뒤 사정이 크게 달리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힘들다.
대우건설은 가격을 아무리 낮춰잡아도 1조원대 중반은 되는 매물이다. 9조원에 가까운 자산규모를 따졌을 때 이를 소화할 여력이 있는 업체는 얼마 되지 않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품으려고 시도했다가 겪은 '승자의 저주'를 봐도 기업들이 인수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국내사업과 해외사업부문을 분리해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 경우 노조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여겨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나마 작년에는 유동성 넉넉한 호반이 나섰지만 인수 철회과정이 그리 원만치 못했던 걸로 아는데 추후 다시 대우건설을 사겠다고 뛰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국내에서 웬만한 기업은 다 떠올려봐도 적당한 후보자가 없고, 만약 인수가 된다면 해외자본이 유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1999년 대우그룹에서 해체된 이래 10년 동안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6조6000억원을 들여 대우건설 지분 72.1%를 매입했지만 결국 차입금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사실상 공중분해되면서 다시 토해냈다. 이후 산업은행이 3조2000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가 됐고 2017년부터 매각을 추진해왔다. 작년 초에는 호반건설이 단독 입찰자로 나서 거래 성사가 코앞까지 다가왔지만 막판에 해외사업 부실이 발견됐다며 발을 빼면서 결국 불발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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