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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을 움직이는 사람들]차석용 부회장, '대체불가능 1인' 존재감②5년 전 사퇴설만으로 시장 충격파…전천후 M&A 활약, 실적 상승 주춧돌

이충희 기자공개 2019-10-30 07:13:00

[편집자주]

LG생활건강은 2001년 LG화학에서 독립 출범했다. 만 18년의 길지 않은 역사를 가졌다. 그러데 이 중 15년을 한 명의 인물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2004년 CEO로 영입돼 지금도 건재한 차석용 부회장이 주인공이다. 그의 재임 기간 LG생활건강은 14년 연속 성장을 달성하는 등 기적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차 부회장을 중심으로 LG생활건강을 선두에서 움직이고 있는 임원진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2일 10: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4년 6월 차석용 부회장은 본인 소유의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 주식 2만2000주를 장내 처분했다. 매매금액은 당시 시가 기준으로 약 110억원에 달했다. 앞서 2013년 12월 주식 2만1700여주를 매각했던 것을 포함해 차 부회장은 6개월 사이 LG생건 보유 지분율을 0.30%에서 0.06%로 낮췄다.

차 부회장의 주식 처분은 당시 시장에 큰 충격파를 몰고 왔다. 그가 더페이스샵과 코카콜라음료 등 겸직해왔던 자회사 대표까지 사임하고 LG생건을 완전히 떠날 것이란 소문의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차석용 리스크'가 퍼진 2015년 6월 5일 LG생건 주가는 무려 12.01%나 폭락했다.

◇'차석용 리스크'에 주가 급락…그룹과 기싸움 승리

[크기변환]차석용 부회장
차석용 부회장.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회고했다.

"차 부회장이 ㈜LG와 어떤 갈등을 겪었고 결국 강하게 부딪혔다. 실제 그는 퇴사도 불사했다. 그러나 영향력이 큰 CEO가 떠나려 한다는 소문에 주가가 폭락했고 시장 우려도 커지자 결국 그룹이 백기를 들었다. 차 부회장이 LG생건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그만큼 막강했다."

그룹 임원들이 계열사 부회장·사장들과의 회의에서 특히 그를 대하는데 있어 어려워 했다는 일화도 많이 전해진다. 이는 고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얻은 두터운 신임이 바탕이 됐다. CEO 취임 후 한해도 거르지 않은 실적 성장 역시 그에게 강한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다는 평가다.

차 부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자신감과 승부욕이 남달랐다. 서울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 법대에 입학한 그는 군 전역 후 뉴욕 유학을 결심한다. 대학도 최고가 아니면 안된다는 포부를 안고 1981년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입성했다. 뉴욕주립대 회계학 학사를 거쳐 코넬대 MBA, 인디애나대학 로스쿨에서 수학했다.

1985년 첫 직장생활을 미국 P&G에서 시작한 그는 14년만인 1999년 한국P&G 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이후 해태제과 사장을 거쳐 2004년 말 LG생건 사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외국계 회사에서 배운 업무 방식을 한국에서도 일찌감치 적용하는 등 선진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LG생건에 적용된 유연근무제가 대표적이다. 능력있는 여성 직원들을 대거 임원으로 발탁한 것도 외국계 기업 문화와 닮았다.

◇15년 장수 CEO 비결은

차 부회장은 조직이 한명의 전문가에 의존하는 것을 무척 경계하는 편이다. 조직에서 대체할 수 없는 한 사람이 존재하면 여러모로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주요 임원들을 럭셔리화장품, 프리미엄화장품, 퍼스널케어, 홈케어, 생활용품, 음료 등 각 사업부에 순환배치하는 건 이런 그의 경영 스타일을 잘 드러내준다.

업계 관계자는 "차 부회장 본인이 워낙 사업부별 특징과 전략을 꿰고 있어 임원 순환배치도 가능한 일"이라며 "부하 임직원들에게 상황에 맞는 영리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훌륭한 리더"라고 평했다. 그는 "아이러니 하게도 차 부회장 만큼 LG생건 내 대체불가능한 전문가는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숫자에도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특히 실적을 매년 성장시키는데 대해서는 한치의 양보가 없다. 차 부회장의 이런 성격은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라고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말한다.

CEO 취임 후 매년 인수합병(M&A)에 열의를 보였던 것도 외부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전략이었다. 유학 시절 회계사 자격을 취득했고 대학원에서 경제·법학 등을 망라해 지식을 쌓은 건 그가 M&A 시장에서 전천후 활약을 펼친 비결이 됐다는 평가다.

◇21개 기업 인수에 2조225억 투입

그가 LG생건을 이끈 지난 15년여 동안 인수한 기업은 총 21개에 달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2조255억원 규모다. 2007년 인수한 코카콜라음료(3521억원), 2010년 더페이스샵(4668억원), 2014년 CNP코스메틱스(742억원) 등이 대표적 인수 성공 사례로 꼽힌다.

LG생건 관계자는 "외부 기업을 과감히 인수하면서 여러 사업부가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여름이 비수기인 화장품사업과 성수기인 음료사업이 서로의 계절 리스크를 상쇄해 보다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 알려진 것 만큼 M&A에서 성공 사례만 있었던 건 아니다. 특히 일본 시장 장악을 위해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데 비용 만큼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5개 일본 기업을 인수하는데 약 6500억원을 투입했지만 몇몇 자회사는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생건 mna
2005~2019년 LG생활건강이 인수한 기업은 총 21개. 이중 순수 투자금이 1000억원 이상인 주요 기업만 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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