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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를 움직이는 사람들]반도체 DNA 이식한 '엔지니어' 출신 박성욱④34년 하이닉스 지킨 장인…ICT 신사업 확보 고민

윤필호 기자공개 2019-10-28 13:32:00

[편집자주]

재계 서열 3위에 이름을 올리는 SK그룹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선두권 경쟁 대그룹을 압도하는 성장을 이루고 있다. 섬유사업에서 시작해 석유화학·텔레콤·반도체 등 전혀 다른 영역에 과감하게 도전한 결과다. 상위권 대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등 독특한 의사결정기구를 마련하며 효율적이고도 투명한 경영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더벨은 SK그룹을 움직이고 있는 조직과 인물들을 조명해 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3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사진)은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한 지난해 말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세대교체를 위한 밑그림을 깔아주면서 용퇴를 결심해 "박수칠 때 떠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도체 현장에서 물러났지만 그는 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장을 맡으며 미래 ICT 산업 먹거리 발굴의 중책을 맡게 됐다.

'박성욱'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반도체'다. 현재 SK그룹은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최상위 대그룹을 향해 도약하고 있는 중이다. SK그룹이 통신 및 정유 그룹을 벗어나 글로벌 ICT 제조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해 준 기업이 SK하이닉스라면 그런 SK하이닉스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장본인은 박성욱이다. 그런 박 부회장이 지금은 반도체를 넘어 ICT 산업 전반을 파악하고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수펙스추구협의회ICT위원장 박성욱 부회장2
◇34년 한우물…하이닉스 키운 원천은 '호기심'

박 부회장은 울산대학교를 졸업하고 KAIST(한국과학기술원) 재료공학과에서 석사를 마친 후 1984년 현대전자산업 반도체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4년간 재직하다 하이닉스 1호 박사장학생으로 1992년에 카이스트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 부회장은 줄곧 한 회사에서만 근무했다. 그는 입사 17년만인 2001년 현대전자에서 생산법인 이사(상무)까지 올랐고,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꾼 이후에도 미국생산법인, 연구소장, 연구개발총괄(부사장)을 역임했다. 2011년 SK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뒤 2013년 CEO(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지금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현대전자·하이닉스반도체 시절 굴곡을 감내해야 했다. 2000년대 초반 반도체 경기 악화로 휘청거렸고, 2001년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갔다. 2003년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에 성공하며 연속 17분기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초 예상보다 이른 2005년에 워크아웃을 졸업했으나 2년 뒤인 2007년 공급과잉에 따른 D램 가격 폭락으로 다시 암흑기가 찾아왔다. 위기의 순간 SK가 손을 내밀었다.

박 부회장은 어려운 시기를 버티면서 기술경쟁력 확보 작업을 주도했다. 1990년대 1세대부터 4세대까지 D램 개발과 양산에 참여했고 2000년대 1년에 1세대씩 미세공정 전환을 주도했다. 2006년과 2009년 세계 최초로 60나노급 DDR2, 40나노급 DDR3 등을 개발했고, 2010년 40나노급 2GB 모바일 D램 등을 선보이며 반도체 시장 내 기술 경쟁을 주도했다. 기술 경쟁에서 이기고 반도체 산업에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박 부회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눈에 띈 것은 필연이었다. 2013년 SK하이닉스 CEO에 오른 박 부회장은 실적으로 실력을 입증했고 최 회장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박 부회장이 반도체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천으로 꼽는 요인은 끊임없는 호기심과 학구열이다. 그는 기술이나 업무상 궁금한 점이 생기면 즉시 해답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CEO 재임 시절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으로 유명했는데, 궁금증이 생기면 사장실로 부르기보다, 직접 현장에 찾아가 의견을 구하고 업무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면서 풀었다. 조용하게 대화를 이어가지만 관련 주제에 대해서는 예리하게 핵심을 찌르는 스타일로 전해졌다.

대화로 다 풀지 못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바쁜 와중에도 다독(多讀)을 했다. SK하이닉스 한 관계자는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으며 공부를 많이 하는 학자 스타일로 볼 수 있다"며 "지난해 하이닉스 '미래기술&성장' 담당 부회장에 올라 새로운 조직을 맡게 되자 미래기술과 혁신 등 관련 도서를 섭렵해 철저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평생을 바친 SK하이닉스를 향한 애정은 상당하다. 박 부회장이 지난해 CEO에서 물러나면서 후임 CEO로 이석희 사장이 선임됐다. 현대전자 연구원 출신인 이 사장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재료공학 박사를 거쳐 2000년부터 인텔에서 10년간 근무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고 평가를 받으며 기술개발에 기여했다.

이 사장은 2010년 인텔을 그만두고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당시 SK하이닉스와 경쟁사인 삼성전자 모두 러브콜을 보냈다. 이 사장이 친정 복귀를 결심하는 데는 일찌감치 그를 후계자로 지목한 박 부회장의 끈질긴 설득이 크게 작용했다.

◇ICT 산업서 미래 먹거리 발굴 중책

박 부회장이 SK하이닉스 CEO 자리에서 물러난 후 맡고 있는 직책은 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장이다.

ICT위원회는 SK그룹의 정보통신기술 사업을 성장·발전시키기 위한 관계사간 협력 촉진을 추구해야 하는 위원회다. 올해 목표는 ICT 관계사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이끄는 것이다. ICT위원회는 관련 사업의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토대로 사업 발굴에 나설 전망이다.

전문분야인 반도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과 관련한 투자와 신규진출 등을 검토한다. 박 부회장은 이미 2017년부터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의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함께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보좌하며 실무 작업을 맡은 경험이 있다. 반도체 분야 전문가에서 ICT 전반에 걸친 핵심 인물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제는 SK실트론과 도시바메모리 이후 다음 스텝을 고민하는 SK에 해답을 안겨야 한다.

박 부회장의 ICT위원장 취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ICT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2017년 글로벌성장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다시 ICT위원장으로 돌아왔다. 정통 SK 출신이 아님에도 반도체 분야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인정받으면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잇따라 중용되며 입지를 넓혔다. 여기에는 최 회장의 깊은 신뢰가 뒷받침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내세운 SK에서 6년간 CEO 자리를 유지하며 최고의 성과로 실력을 입증했다.

박성욱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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