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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김동철 전 수석부사장 공석 안채우나 사내이사 3인→2인 체제, 한국인 경영진 구심점 사라져…글로벌 생산기지 전락 우려감

박상희 기자공개 2019-10-25 13:46:25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4일 10: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비맥주 '2인자'로 불렸던 김동철 수석부사장이 8월 물러난 이후 그가 맡았던 이사회 등기이사 자리가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비맥주는 이사회 멤버 정원 수를 꼭 맞춰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현재 2명의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외국계 기업인 오비맥주에서 김 전 수석부사장 사임 이후 한국인 경영진 구심점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 브랜드인 '카스(Cass)' 점유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오비맥주가 대주주인 AB인베브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오비맥주 이사회는 브루노 콘센티노(한국명 고동우) 사장을 비롯해 김 전 수석부사장, 법무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구자범 부사장 등 3명의 사내이사가 이끌었다. 김 전 수석부사장이 사임하면서 현재 사내이사는 2명인 상태다. 김 전 수석부사장이 사임한 지 약 두달 여가 지났지만 새로운 사내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것이다. 김 전 수석부사장은 서브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자리를 옮겼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24일 "현재 등기이사(사내이사)는 브루노 콘센티노 사장과 구자범 부사장 2명"이라면서 "당분간 이사회는 이 체제로 유지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이사회

브루노 콘센티노 사장은 지난해 1월 취임했다. 외국계인 오비맥주는 3년 만에 한번씩 CEO를 교체하고 있다. 전임 프레데리코 프레이레(한국명 김도훈) 사장은 2014년 11월 취임해 3년 간 사장 직을 맡았다.

구 부사장은 외국계 로펌 등을 거쳐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삼성탈레스 사내변호사를 거쳤다. 2007년부터 오비맥주에서 법무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김 전 수석부사장 사임 이후 오비맥주 등기이사는 3년 단위로 교체되는 단기 CEO와 법적 이슈를 전담하는 법무담당 임원 2명으로 압축된 셈이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회사는 통상적으로 생산과 재무 등을 총괄하는 임원이 등기이사로 선임돼 있다.

오비맥주에서는 김 전 수석부사장이 그 역할을 했다. 오비맥주 원년멤버인 김 전 수석부사장은 오비맥주의 2인자로 불렸다. 2003년 오비맥주에 입사해 2013년까지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2013년부터 2017년 말까지는 영업을 총괄했다. 지난해 1월 수석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생산은 물론 물류, 영업 등 국내에서 생산하는 맥주와 관련된 제반업무를 일체 총괄했다. 재무를 제외한 주요 업무를 모두 꿰차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비맥주 조직 체계에서 각 부문은 대개 부사장 직급이 맡는다. 김 전 수석부사장이 생산과 물류, 영업을 총괄할 당시에도 각각의 부문장(부사장)은 존재했다. 다만 김 전 수석부사장이 상관관계가 깊은 세개 부문을 총괄하면서 부문장을 컨트롤하는 수석부사장 역할을 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생산부문, 물류부문, 영업부문을 담당하는 부사장이 있는 상황에서 김동철 전 수석부사장 역할은 이례적인 경우였다"면서 "현재는 원래대로 3개 부문을 부사장 직급이 맡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영업부문은 국내맥주(코어)부문과 수입맥주(프리미엄)부문으로 쪼갰다. 최상범 영업 부사장이 국내맥주(코어) 부문을 관장하고, 수입맥주(프리미엄) 부문은 김명길 현 프리미엄권 상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서 맡고 있다. 생산과 물류 부문장은 외국인 임원이 맡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김 전 수석부사장이 사임하면서 오비맥주에서 남다른 무게감을 갖는 한국인 경영진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는 AB인베브의 향후 오비맥주 경영 전략과 맞닻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비맥주가 AB인베브 글로벌 생산기지로 전락할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카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하며 매출 규모가 감소했다. 와중에 오비맥주는 카스를 비롯한 주요 제품 가격을 단행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맥주시장 점유율이 높은 카스에 의존할 뿐 카스 브랜드 가치에 맞먹는 자체 브랜드 개발은 뒷전이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에서 6년 만에 신제품 '테라(Terra)'를 출시하고 롯데칠성음료에서 '클라우드(Kloud)'와 '피츠(Fitz)'를 잇따라 선보인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반면 오비맥주의 ODM을 통한 위탁가공 수출은 늘고 있다. 전 세계 30개국에 40여 종의 다양한 맥주 제품을 ODM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다. 홍콩 시장 점유율 1위인 '블루걸(Blue Girl)',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데스터(Dester)'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김동철 전 수석부사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는 것은 그를 대체할만한 중량감 있는 인물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한국인 사내이사를 추가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면서 "카스 점유율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OEM·ODM 생산 물량이 점차 늘어나는게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각각의 부문은 부사장 직급이 맡고 있는데 임원실이 따로 없다"면서 "김동철 전 수석부사장 등기이사 자리가 공석이지만 임원들이 수시로 회의를 하면서 유기적으로 업무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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