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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입찰전략]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 전략은 '7대3'이다③미래에셋대우가 최대 20% 지분 직접 확보…FI 역할에만 집중, 이사회 참여도 안해

최은진 기자공개 2019-10-29 08:44:41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5일 09: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꼽힌다. 다른 경쟁 후보군과 비교해 가장 먼저 전략적투자자(SI)-재무적투자자(FI) 조건을 갖춘데다 미래에셋대우를 통해 막강한 자금력을 입증하면서 초반 기세를 잡았다. 이 컨소시엄의 전략은 7대3(추정치)으로 압축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각각 나눠 보유하는 형태의 딜 구조를 검토 중이다.

'7대3'전략에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의 강점과 약점이 모두 담겨있다. 양사가 지분을 나눠가진데 따른 안정적인 자금조달은 강점으로 꼽히는 반면 자칫 양사의 견제가 많아질 수 있을 가능성은 약점으로 거론된다. 얼마전까지 시장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SI같은 FI를 원한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양사의 공존에 많은 궁금증을 갖는 시각이 존재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시장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최대한 보수적인 정공법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M&A의 예비입찰 하루 전날 모습을 드러냈다. 두 회사의 협업은 현대산업개발이 막판까지 장고를 거듭한 데 따라 예비입찰이 임박해서야 컨소시엄 구성이 성사될 수 있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과 관련된 다양한 부정적 뉴스들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렇다 할 두드러지는 SI가 없다는 판단으로 해볼만한 딜이라고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컨소시엄의 등장으로 아시아나항공 M&A딜의 분위기는 급반전 됐다. 시장이 기대하던 유수의 대그룹이나 대형 사모펀드운용사(PE)가 전면에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에셋대우라는 큰 손의 등장과 현대산업개발이라는 확실한 SI의 등장은 시장의 관심을 단숨에 빨아들였다. 미래에셋대우는 단순 투자회사가 아닌 박현주 회장이라는 거물급 인물이 있는 곳이다. '아시아나항공 딜에 박현주가 등장했다'는 얘기가 돌면서 딜의 활기를 북돋았다. 아시아나항공은 호남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박 회장이 광주출신인 덕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SI인 현대산업개발보다도 FI인 미래에셋대우가 더욱 돋보이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시장에선 다양한 해석들이 나왔다. 양사간 과거 협력 관계나 오너간의 친밀도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을 취하기 위해 현대산업개발을 선택했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이런 추측은 기우였다. 당연히 미래에셋대우는 FI로서만 역할을 할 뿐 시장의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소문을 접한 박 회장은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전통적인 FI의 딜 구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지 않도록 하라"고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도 전해진다.

시장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선택한 방법은 정공법이지만 통상 FI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공동인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미래에셋대우가 직접 지분을 취득하는 형태가 될 것이란 점이 눈에 띈다. SPC(특수목적회사)를 세우지 않고 양사가 직접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약 7대3 비율로 소유해 주주로 올라서겠다는 생각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따로 펀딩하지 않고 PI(자기자본 투자) 자금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우선 이 컨소시엄이 SPC를 세우지 않는 것은 지주사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HDC의 자회사인 현대산업개발이 SPC를 세우고 이 SPC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인수하면 지주회사 HDC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증손회사가 된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최저 보유 지분율을 100%로 규정하고 있다. 이 거래는 불가능한 거래이므로,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는 SPC 없이 지분을 직접소유하는 구조를 택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따라서 '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순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HDC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손자회사가 된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에어부산과 같은 자회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고민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가운데 아시아나IDT·아시아나세이버·에어부산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HDC의 증손회사로 편입할 수 없다. 이들 자회사만 따로 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

미래에셋대우는 최대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20%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PI의 자금으로 투자금을 마련할 방침이기 때문에 주주명부에는 미래에셋대우 이름이 올라간다. 금산분리 규제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20%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다. 따라서 미래에셋대우가 PI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상한선이 20%이다.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최대 20%까지 확보한다는 점을 놓고 가정하면 양사가 아시아나항공의 구주와 신주를 합쳐 각각 취득하는 비율은 대략적으로 7대3이 된다.

미래2
신주의 발행가격을 5000원으로, 8000억원을 증자한다고 가정하면 발행주식수는 1억6000만주가 된다. 구주 6868만주까지 합치면 인수자가 확보하게 되는 주식수는 총 2억2869주이다. 전체 발행주식수가 3억8124만주로 확대되기 때문에 미래에셋대우가 20%룰에 맞게 최대 보유할 수 있는 지분은 7625만주, 현대산업개발은 1억5244만주를 확보하게 된다. 현대산업개발이 이번 인수전으로 확보할 수 있는 주식의 약 67%를, 미래에셋대우가 33%를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구상하는 7대3전략에는 강점과 약점이 모두 공존한다. 우선 미래에셋대우가 단순히 대출과 유사한 인수금융이 아닌 지분을 공동으로 인수하는 일종의 공동인수자가 되면서 자금 확보 리스크가 상당히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HDC나 현대산업개발이 탄탄한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어 원활한 자금조달이 예상되는데 더해 미래에셋대우가 지분을 공동 소유하면서 추가수혈이 필요할 때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경쟁 인수 후보들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을 써 낼 수 있는 힘이다. 각각의 현금에 더해 각각의 신용으로 자금을 더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엑시트도 쉬워진다. 각각 따로 지분을 취득하기 때문에 추후 경영권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언제든지 각각 따로 매각할 수 있다.

반면 미래에셋대우가 의결권 있는 지분을 확보하는 데 따라 상당한 지배력을 갖추면서 애매한 1·2대 주주 관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7대3비율로 지분을 취득하면 현대산업개발은 지분율 40%, 미래에셋대우는 20%를 확보하면서 1대주주와 2대주주가 된다. 1·2대 주주의 협업이 더욱 중요해 지는 반면 1·2대 주주의 견제도 더욱 많아질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시장의 이같은 우려와 현대산업개발과의 확고한 파트너십을 고려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 자사 인력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어디까지나 FI로서 자금력 보강에만 집중할 뿐 경영 일체는 현대산업개발 역할이라는 생각이다. 박 회장 역시 FI의 기본원칙에 집중해달라는 요구를 한만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에 욕심낼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 딜에 참여하는 고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는 내부적으로 FI로서의 역할에만 집중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딜 구조를 짜고 있다"며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PI 자금으로 최대 20%까지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지만 의결권 대부분이 현대산업개발에 치우치기 때문에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 선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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