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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피에스넷, 계열 편입 10년만에 역사 뒤안길로 신동빈 재판 결과와 맞물려 흡수합병 '눈길'…계열사 부당지원·경영비리 혐의 '오욕의 역사'

박상희 기자공개 2019-10-31 11:37: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30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피에스넷이 최대주주 코리아세븐에 흡수합병되면서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지 10년 만에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지게 됐다. 현금자동화기기(CD·ATM) 사업을 영위하는 롯데피에스넷은 과거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롯데그룹 오너일가 경영비리 사건에서도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롯데그룹 편입 이후 오욕의 역사를 보냈다.

코리아세븐의 롯데피에스넷 흡수합병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국정농단 및 경영비리 재판이 마무리 된 뒤 공식화됐다. 경영비리 재판에서 롯데피에스넷 ATM 구입에 롯데기공을 끼워 넣었다는 배임 혐의, 롯데피에스넷 지분인수·유상증자 관련 배임 혐의 등은 무죄로 확정됐다.

코리아세븐은 롯데피에스넷을 흡수합병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코리아세븐이 존속회사로 남고 롯데피에스넷은 소멸한다. 합병 비율은 코리아세븐 1 대 롯데피에스넷 0.0000954이다. 합병 기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롯데그룹은 2008년 7월 전자금융 솔루션 전문업체인 케이아이비넷으로부터 ATM부문 자회사 케이아이뱅크의 지분 55.2%와 경영권을 인수하고 2012년 사명을 지금의 롯데피에스넷으로 교체했다. 롯데피에스넷은 2006년 설립 이후 2년 만에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몇 차례 유상증자를 거쳐 2012년 코리아세븐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달 초 기준 코리아세븐이 32.34%,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이 각각 지분 31.30%를 보유했다. 10일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이 보유 지분 전량을 코리아세븐에 넘기면서 손자회사 지분 정리를 완료했다. 코리아세븐은 롯데피에스넷 지분 94.94%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고, 뒤이어 롯데피에스넷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롯데피에스넷

롯데그룹에 편입된 뒤 롯데피에스넷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최대주주가 코리아세븐으로 바뀐 2012년 오너일가의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가 불거졌다. 공정위는 2012년 7월 롯데피에스넷의 계열사 부당지원을 적발하고 과징금 6억4900만원을 부과했다.

경영비리 사건에도 휘말렸다. 롯데피에스넷은 2008년 국내 한 제조업체로부터 현금자동입출금기(ATM) 15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보일러 전문 제작업체 롯데기공을 구매거래 중간에 끼어넣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롯데기공이 ATM을 구매한 뒤 롯데피에스넷에 팔아 차익을 얻도록 한 것이다. 롯데피에스넷은 2009년 9월부터 2012년 7월까지 롯데기공으로부터 707억 원의 ATM을 구매했다. 롯데기공은 2008년 88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나 2009년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국정농단 사건과 롯데 오너가 비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 회장은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최근 신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롯데피에스넷의 ATM 구입에 롯데기공을 끼워 넣었다는 배임 혐의, 롯데피에스넷 지분인수·유상증자 관련 배임 혐의 등은 무죄로 확정됐다.

코리아세븐의 롯데피에스넷 흡수합병 결정은 신 회장의 집행유예 판결 이후 약 12일 만에 나온 것이다. 롯데그룹은 롯데피에스넷이 검찰의 비리조사에서 계열사 불법지원 건의 표적이 되면서 2016년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업황 악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지속되면서 마땅한 인수후보를 찾는데 실패했다.

롯데피에스넷은 롯데그룹에 편입된 이후 편의점과 백화점, 대형마트 등 그룹 내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ATM의 전국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며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늘려왔다. 현재는 이미 다수의 세븐일레븐 점포와 롯데그룹 유통 매장에 ATM 기기가 설치돼 있다. 2012년 기준 15%에 달했던 롯데피에스넷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7.7%로 추정된다.

롯데피에스넷은 지난해 665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마이너스로, 자본잠식 상태다. 지속적인 손실로 인해 회수 불가능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코리아세븐은 롯데피에스넷 투자 지분을 전액 손상 처리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현금 이용건수가 급감하면서 ATM 수요도 점차 줄고 있다. 돌파구가 될 수 있었던 제3 인터넷전문은행도 심사에서 탈락했다. 코리아세븐은 롯데멤버스와 키움증권이 구성한 컨소시엄에 참여했으나 탈락했다.

이번 합병으로 코리아세븐은 롯데피에스넷에 대한 고민을 덜게 됐다. 합병으로 추가 출자 등 자금 지원을 하지 않아도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선 이번 흡수합병은 롯데그룹 차원에서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흡수합병에 앞서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피에스넷 지분을 코리아세븐에 넘겼기 때문이다. 롯데피에스넷이 계열사 부당 지원 및 오너일가의 경영비리와 얽혀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피에스넷은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뒤 내리 만성적자에 시달렸고 공정위와 검찰 수사 등으로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면서 "코리아세븐에 흡수합병되면서 계열사에 편입된 지 1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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