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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IPO 실적 쌓기에 스팩 동원? 이달 4건 연간 전체 22% 비중…관행 2년 지속 시장 왜곡 등 우려

이경주 기자공개 2019-11-04 07:55: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31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가 기업공개(IPO) 실적을 늘리기 위해 증권사 스팩(SPAC) 상장을 동원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팩은 심사기간이 짧아 단기 상장이 용이하다. 거래소 입장에선 손쉽게 IPO 건수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하지만 시장 수요 이상의 스팩이 상장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스팩이 합병 기업을 찾지 못하고 청산될 경우 투자자 자금이 장기간 묶이게 되는 역효과가 생긴다. 증권사 등 발기인은 각종 비용 부담을 떠안는다.

◇10월 초부터 스팩 만들어 달라 요청

31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본부는 주요 증권사들에게 이달 초부터 스팩 상장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말 성과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IPO실적 확보에 나선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스팩 상장 요구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것으로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2~3주 전부터 거래소가 스팩 상장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KPI(핵심성과지표)와 같은 지표에 스팩도 IPO실적으로 포함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도 거래소가 연간 IPO 100건 달성을 목표로하면서 연말에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스팩을 동원했다"고 덧붙였다.

스팩(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공모(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유일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명목회사)를 뜻한다. 우회상장 제도로 보면 된다.

스팩 제도 특징
(사진:한국거래소)

스팩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자금만 모아 놓는 것이기 때문에 상장은 쉽다. 심사기간이 한 달 밖에 걸리지 않고, 검증된 증권사가 발기인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결격사유가 제로에 가깝다. 공모도 규모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수월하다. 다만 상장 후 3년 내 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밝아야 한다.

거래소가 스팩을 동원하게 된 배경이다. 실제 이달 들어 스팩 상장이 부쩍 늘었다. 이달 2일 유진스팩5호, 11일 대신밸런스제7호스팩, 29일 교보9호스팩, 31일 신한제6호스팩 등 4건이 상장됐다. 올해 들어 이달까지 상장된 전체 스팩 건수인 18건의 22%(4건)가 이달에만 집중됐다.

코스피 코스닥 신규상장 현황

작년에는 연말 집중이 더 심했다. 거래소가 연간 IPO 100건 달성을 목표로 했지만 10월까진 성과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작년 10월까지 IPO실적이 코스피가 16건, 코스닥이 43건으로 59건에 그쳤다. 100건이 넘으려면 41건이 더 필요했다.

스팩이 이 문제를 상당부문 해소했다. 11~12월에만 11건의 스팩이 상장됐다. 작년 연간 스팩건수 20건의 55%(11건)가 연말 2개월에 집중됐다. 덕분에 거래소는 연간 IPO 101건을 달성해 목표치를 넘었다.

◇시장 왜곡 우려…스팩 수요 주는데 공급만 확대

스팩합병을 원하는 기업들이 많을 경우엔 거래소 요구가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테슬라나 기술특례, 성장성추천 등 증시입성 문턱을 낮추는 제도를 활용해 상장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스팩합병 수요가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최근 거래소 요구는 증권사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 올 하반기들어 합병을 하지 못해 청산하게 된 스팩이 다수 나오고 있다. 올 9월 19일 신한제3호스팩이 청산절차를 밝는다고 공시했다. 대신밸런스제4호스팩는 같은 이유로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경고를 받은 상태다. 올 8월 30일에는 SK제3호스팩이 상장폐지됐다.

스팩 설립
스팩의 기본 구조(사진:한국거래소)

스팩이 수요 대비 공급만 많아지면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우선 청산될 경우 투자자 자금이 3년 동안 묶이게 되는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다른 발행사로 유입될 수도 있었던 자금이다.

증권사와 FI(재무적투자자) 등 설립 초기 자본금을 댄 발기인은 각종 비용부담을 지게 된다. 스팩 청산시 공모 투자자들은 원금에 2% 안팎의 이자를 받게 되는데, 발기인이 지불해야 할 몫이다. 더불어 합병기업을 물색하면서 발생하는 회계감사와 자문수수료 등 수억원대 비용도 발기인이 내야 한다.

때문에 일각에선 거래소가 IPO실적집계에서 스팩을 제외해야 잘못된 관행이 바로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는 상장 과정 전반을 총괄하는 절대 '갑'인 거래소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홍보실 관계자는 "유관부서에 스팩 동원 진위를 확인해 보고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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