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를 움직이는 사람들]'일본 시장 개척자' 김택헌 부사장⑤신작 '리니지2M'으로 새로운 도전…일본 시장 흥행 여부도 관심
성상우 기자공개 2019-11-07 08:27:35
[편집자주]
1997년 인터넷의 태동과 함께 등장한 엔씨소프트는 1년 뒤 PC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내놓으며 폭풍처럼 성장했다. 이후 리니지로 PC와 모바일을 재패하던 시대를 지나 현재까지도 맏형으로서 약 13조원에 이르는 국내 게임업계를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게임을 넘어 인공지능(AI),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영화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변신을 꿈꾸는 엔씨소프트를 움직이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6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7년 5월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기자간담회장. 이날 행사는 엔씨소프트 창사 이래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리니지M'이 언론에 처음 공개되는 자리였다. 첫번째 발표자로 연단에 오른 김택헌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 부사장)는 회사에서 사전 제공한 원고에 포함되지 않은 즉흥 발언을 했다. 김 부사장은 "리니지답게 만들었고, 엔씨소프트답게 서비스하겠다"고 말했다.이 장면을 두고 "김택헌 부사장의 정체성과 캐릭터가 이 문장에 다 들어갔다"는 말이 나왔다. 평소 '전면에 나서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중요한 순간에서만큼은 짧으면서도 직관적인 한 마디를 내뱉곤 하는 그의 캐릭터가 보였다는 설명이다. 게임 서비스를 총괄하는 자로서의 정체성과 사업 전문성으로부터 나오는 자신감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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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에서 김 부사장은 '일본통'임과 동시에 '탁월한 사업감각의 보유자'로 통한다. 시장 트렌드와 이에 따른 사업 환경 변화, 유저 니즈 등을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는 감각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엔씨소프트 IP(지식재산권)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인물 중 한명으로도 꼽힌다. 2010년대 이후 쇠퇴기로 접어든 리니지를 브이(V)자 반등으로 다시 일으켜 세운 장본인이 김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이 총괄하는 '퍼블리싱(Publishing)'이란 게임의 사업화 전반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말 그대로, 개발된 게임이 시장에서 유저와 만나게 되는 모든 과정에 관여해야한다. 기본적으로 전략·기획·마케팅·홍보 업무를 모두 주관하게 되며, PC방 등 현지 시장의 게임 리테일망 확보 및 관리 역량도 필요하다. 플랫폼사들과의 끊임없는 제휴도 포함된다.
엔씨소프트 게임 유저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미스터케이(Mr.K)의 선물' 프로모션은 이처럼 유저와의 접점을 중시하는 김 부사장의 사업 철학이 담긴 결과물이다. 미스터케이의 선물은 김택진 대표를 의미하는 '티제이(TJ)의 쿠폰'과 함께 엔씨소프트에서 가장 상장적인 프로모션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있는 아이템 등을 오프라인에서 유저들과 직접 만나 증정하는 방식의 행사다. 매년 열리는 e스포츠 행사인 '블레이드앤소울 월드챔피언십'에선 미스터케이 선물 코너에서 나오는 관객 함성이 결승전 경기보다 더 크게 들린다는 후문이다. 유저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제때 찾아내는 김 부사장 특유의 사업 감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PC 온라인 게임 초창기 시절 게임 커뮤니티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김 부사장은 2003년 일본 법인 대표를 맡으면서 엔씨소프트에 합류했다. 이후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전무를 거쳐 지난 2016년부터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 부사장)로 회사의 게임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최근엔 회사의 아시아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아시아비즈니스총괄(ABO)도 겸임 중이다.
김 부사장은 일본 법인 대표로 임명된 직후부터 탁월한 사업 감각을 드러냈다. 부임 직후인 2004년 당시 신작 리니지2로 일본에서 최대 동시접속자 5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일본 내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현재까지 일본에서 서비스된 한국 온라인 게임 중 최고 기록이다. 중국과 함께 아시아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일본에 리니지2를 가져가 단번에 현지 최고 인기게임으로 등극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시장 트렌드 파악과 유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김 부사장의 사업 수완이 주효했다. 일본 현지에 맞는 다양한 프로모션이 제대로 먹혔다는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여러 하드웨어 업체들과 '리니지2' 전용 PC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제휴 및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일본 사용자들에게 어필했다. 당시 동종 게임의 2배에 달하는 월정액 요금을 부과했지만 동시접속자수가 꾸준히 늘었다. 당시 일본 게임업계는 "김택헌 대표가 일본 이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마케팅과 운영으로 한국산 온라인 게임을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고 평가했다.
일본 법인을 안착시킨 역량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 2016년 본사의 최고퍼블리싱책임자로 선임됐다. 이때부터 리니지, 리니지2, 블레이드앤소울, 아이온 등 엔씨소프트의 주요 게임의 사업화를 이끌었다. PC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대전환이 이뤄지던 3~4년전 시장 환경에서 기존 PC게임들이 안정적인 매출을 낼 수 있도록 유저 기반을 다시 다졌다. 이 시기에 김 부사장은 엔씨소프트 PC온라인 게임의 10년 단위 장기 흥행 모델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엔씨소프트는 강력한 IP의 힘으로 안정적인 영업이익은 유지하고 있지만 회사 매출은 1조원대 중반에서 3년째 정체돼 있다. 리니지2M은 엔씨소프트의 외형을 2조~3조원대로 크게 키울 수 있는 차기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사전예약자수 700만명을 끌어모으며 기대치도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출시일은 11월말~12월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작 '리니지2'가 인기IP로 자리잡은 일본에서의 흥행 여부 역시 관전 포인트다. 최고퍼블리싱책임자 김 부사장에게 시장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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