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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를 움직이는 사람들]'무색무취' SK네트웍스에 컬러 입힌 '박상규'⑫에너지사업 매각, SK매직·AJ렌터카 인수…렌탈 전문 사업회사 대변신 '주역'

박기수 기자공개 2019-11-14 13:33:00

[편집자주]

재계 서열 3위에 이름을 올리는 SK그룹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선두권 경쟁 대그룹을 압도하는 성장을 이루고 있다. 섬유사업에서 시작해 석유화학·텔레콤·반도체 등 전혀 다른 영역에 과감하게 도전한 결과다. 상위권 대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등 독특한 의사결정기구를 마련하며 효율적이고도 투명한 경영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더벨은 SK그룹을 움직이고 있는 조직과 인물들을 조명해 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1일 15: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색무취'. 2016년 이전 SK네트웍스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었다. 당시 SK네트웍스는 휴대폰 단말기 판매 사업과 주유소 사업, 종합상사 사업, 패션 사업 등 연관성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었다. 소위 말해 '돈이 되면 무조건 하는' 회사에 가까웠다는 게 당시 업계의 시선이었다. 수익성은 매년 1%대에 그치면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극명한 대비를 보이기도 했다.

박상규
이런 SK네트웍스가 현재는 '렌탈 전문 사업회사'라는 확고한 콘셉트를 지니게 됐다. 수익성이 저조하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적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확장한 결과다. 1%대에 머무르던 전사 수익성도 조금씩 벽을 깨려는 조짐이 보인다. 이런 변화는 박상규 SK네트웍스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부임하며 시작됐다. 박 사장은 변화한 SK네트웍스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모든 것을 함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박 사장과 비슷한 시기(2016년 말)에 SK네트웍스로 복귀한 최신원 회장을 비교적 주목해왔다. 이는 자신의 성과 등을 매스컴 등에 노출하는 것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박 사장의 특성 탓이라는 후문도 있다.

물론 최 회장이 회사의 맏어른이자 경영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것은 맞지만 실제 SK네트웍스를 변신시킨 주된 작업은 모두 박 사장의 몫이었다고 전해진다. 최신원 회장은 본인 뜻에 '정말 아니다' 싶은 게 아니라면 박 사장 주도의 회사 경영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알려진다. 이는 다시 말해 박 사장에 대한 최신원 회장의 믿음이 확고하다는 뜻도 된다.

◇'교수' 박상규 사장, SK네트웍스 어떻게 변화시켰나

SK네트웍스 내부에서는 박 사장을 '불도저 경영인'과는 거리가 먼 '젠틀한 교수' 스타일의 최고경영자(CEO)라고 평가한다. 박학다식하고 독서를 좋아한다. 박 사장이 SK네트웍스에 부임한 이후 사내에 도서관(채움)이 생길 정도였다. 전 사원들 간 높임말 사용을 권장할 정도로 예의를 중시하고 사내 문화 개혁에도 관심이 많다고 전해진다.

얼핏 보면 무난한 성격처럼 보이지만 SK네트웍스의 경영 체질 개선에는 가차없는 모습을 보여준 게 박 사장이다. 그의 강력한 개혁 의지는 2017년 회사 내부에서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잘 드러난다. 당시 박 사장은 "우물을 깊게 파도 물이 나오지 않으면 충분히 Deep하지(깊지) 않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얼마나 바뀌어야 하는 가는 기업가치가 실질적으로 높아질 만큼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업은 저마다 역할이 있다"라면서 "어떤 사업이 캐시카우로서 흐름을 받쳐 준다면 다른 사업은 전방 공격수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업 개편으로는 에너지 사업 부문 내 홀세일(Wholesale) 사업부를 SK에너지로 전격 매각했던 일이었다. 홀세일 사업부는 전국에 있는 3000여 개의 SK 브랜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등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연간 3400만 배럴 수준의 석유 제품을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사업이었다. 홀세일 사업부 매각 이후 에너지 사업 부문의 매출 감소분은 무려 7조원이다. 그만큼 규모가 큰 사업이었지만 수익성과 시너지 효과 등이 적다고 판단한 박 사장은 이 사업을 과감히 매각했다.

올해는 에너지 사업 부문에 남아있던 직영주유소 사업까지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가만 1조원이 훌쩍 넘을 이 딜이 완료하면 SK네트웍스 내에 에너지 사업은 사라지게 된다. 박 사장 부임 전 회사에서 가장 매출을 많이 내는 곳이 에너지 사업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박 사장의 개혁 의지가 얼마나 컸는지 가늠할 수 있다.

SK매직 출범식
△SK매직 출범식. 박상규 SK네트웍스 총괄사장(왼쪽 첫번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왼쪽 네번째).

대신 박 사장이 주목한 사업 영역은 '공유 경제'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그룹에서 내세우는 '사회적 가치'의 구현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사업으로 박 사장과 최 회장은 '렌탈 사업'으로 뜻을 모았다. 박 사장이 SK네트웍스로 복귀한 2016년 인수한 SK매직과 사장 부임 이후 지난해 말 인수한 AJ렌터카 역시 이 맥락에 있다.

현재 SK네트웍스의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은 모두 렌탈 관련 사업에서 나온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 831억원 중 761억원을 AJ렌터카가 속해있는 카라이프 사업 부문과 SK매직이 책임졌다. 만년 1%대였던 영업이익률도 박 사장 부임 이후 한 지붕으로 들어온 두 회사 덕분에 올해 3분기 2.1%로 상승했다.

◇최태원 비서실장 출신, 위원회 두 곳 참여

박상규 사장 이력
현재 최신원 회장과 지근거리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박 사장은 사실 최태원 회장이 아끼는 인재라고 알려진다. 2016년 말 사장 승진이 부사장 승진 1년 만에 이뤄진 것도 최태원 회장의 총애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1987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유공으로 입사한 박 사장은 2011년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은 현재 SK텔레콤의 대표이사 사장이자 현 SK그룹 수펙스추구위원회의 글로벌성장위원장인 박정호 사장이 거쳐 갔던 자리이기도 하다.

박 사장 커리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지주사다. 2004년 소매전략팀장을 비롯해 2007년 투자회사관리실의 기획팀장 등을 거치며 기획·투자 분야의 전문가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SK네트웍스는 2009년 S-Movilion 본부장과 소비재Platform 본부장을 1년 동안 맡았던 것과 2016년 초 워커힐 호텔총괄로 1년 동안 있었던 것 외에는 경력이 없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는 최신원 회장과 좋은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박 사장은 커리어 대부분을 지주사에서 보낸 인물"이라면서 "SK네트웍스의 임무를 마치면 언젠가 다시 지주사에서 특정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현재 SK그룹 내 수펙스추구위원회 산하의 ICT위원회와 글로벌성장위원회, SV위원회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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