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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금호의 굴욕?' 구주 3080억 받아들여야만 했다'경영권 프리미엄' 없고 되레 '디스카운트'…금호산업 장부가도 아시아나 지분 '3035억' 평가

고설봉 기자공개 2019-11-14 13:12:0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3일 1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제시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인수가는 3080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금액보다 훨씬 더 적은 금액을 써낸 현대산업개발의 '구주가 셈법'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산업개발이 구주가를 산정하면서 평가하고 고려한 요소는 무엇일까. 시장에서는 구주가 산출 과정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이 가운데 '경영권 프리미엄이 아닌, 구주 디스카운트가 적용됐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13일 인수합병(M&A)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인수가는 308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6868만8063주(31.05%)를 매각하는 만큼 1주당 4484원으로 인수가를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1주당 4484원이란 금액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공식화한 올 4월11일 아시아나항공의 종가인 4330원에 근접한 수치다. 매각이 시작된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구주 인수가를 책정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매각이 공식화한 이후 상한가 등을 기록하며 치솟았고, 이후 하반기 드어 꾸준히 550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최대주주 교체에 대한 희망으로 실적 및 재무상태와 상관없이 시장가가 부풀려 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른 한편에서는 본입찰 직전 거래일인 11월6일 종가 5600원에 약 20% 할인율을 적용해 구주가를 산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1주당 금액은 4480원이다.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제시한 구주 1주당 가격인 4484원과 비슷한 금액이다. 이 역시 매각 기대감으로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에 '거품'이 꼈다는 점을 현대산업개발이 감안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어떤 분석에 기초해도 3080억원 이라는 금액은 '구주 디스카운트'가 이뤄졌다는 점을 방증한다. 그동안 시장에서 제기됐던 '경영권 프리미엄'이 아닌, '구주 디스카운트'가 현실화된 이유는 뭘까. 현대산업개발은 어떤 점을 근거로 구주가를 산정했을까.

해답은 비교적 간단하게 찾을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초기부터 제기돼 왔던 '구주 가격이 비싸다'는 인수 후보자들의 인식과 이에 따른 예비입찰 및 본입찰 흥행부진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인수 후보들이 손사래 치며 떠난 상황에서 경쟁 상대가 줄어든 만큼 인수가를 높게 쓰지 않아도 된다는 공감대가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들 사이에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M&A 초반 금호산업 내부에서는 아시아나항공 구주 매각대금으로 7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을 기대했다. 이 금액을 두고 인수 후보자들은 시장의 입을 빌어 '구주가격이 비싸다'는 말을 여러 경로로 확산시켰다. 하지만 금호산업 안팎에서는 '국적 대형항공사(FSC)의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들어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야 한다는 논리가 퍼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오히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흥행에 실패했다. SK, GS 등 유력 인수자로 예상됐던 대기업집단은 모두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주항공을 경영하고 있는 애경그룹이 M&A 중반부터 유력한 인수자로 떠올랐다. 현대산업개발이 뒤늦게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싱겁게 끝날 수도 있었다.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장부가

이러한 시장의 기류를 금호산업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080억원이란 구주가격은 금호산업이 올 상반기보고서에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하면서 책정해 놓은 장부가에 근접한다. 금호산업은 올 상반기보고서에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5%에 대한 장부가로 3035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올 6월30일 아시아나항공 종가인 5490억원을 기준으로 평가한 공정가치 3771억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회계 기준에 따르면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한 비유동자산은 공정가치와 장부가치 중에서 작은 금액으로 측정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에 기반한 지분가치는 3771억원이지만, 금호산업이 평가한 장부가는 3035억원에 그쳤다. 이 장부가는 올 3월31일 기준 아시아나항공 순자산가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만큼 실제 아시아나항공의 평가액을 그대로 반영한 금액이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금호산업 내부에서는 구주가격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던 것으로 보인다. 6월30일 기준 매각예정가로 3035억원의 가격을 재무제표에 계상했지만, 계속해서 금호산업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구주가격을 높게 제시해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성공할 수 있다'는 여론전을 펼쳤다.

더불어 금호산업은 향후 금호그룹 재기를 모색할 투자금(구주 매출)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한 복안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뒤 금호그룹은 금호고속(금호터미널 포함)과 금호산업 등 2개 법인만 남는다. 아시아나항공 구주가격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남아 있는 법인을 지렛대로 새로운 사업에 진출, 그룹 재기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M&A가 흥행에 부진하고, 금호산업 내부적으로 이미 구주가에 대한 평가를 3035억원으로 해놓은 상황에서 현대산업개발이 구주가를 높게 제시할 요인은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신주에 2조2000억원 가량을 베팅하며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애경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리 수 있다는 내부적 판단을 내린 현대산업개발이 금호산업이 책정한 매각예정가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금호산업은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구주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추후 협상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금호산업 측은 상세 실사 및 추가 협상 없이 본입찰 가격으로 거래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합의를 해 가고 있다. 기술적 문제들만 해결하면 이르면 11월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다. 왜 금호그룹이 굴욕적이라 할 수 있는 구주 제시 가격을 받아들였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존재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구주가격이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라며 "딜 초반부터 구주가격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구주가와 신주가 평가비율을 동등하게 하는 등 여러 장치를 마련했지만 결국 시장의 논리를 뒤집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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