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1월 14일 14: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차원 홀로그래피 현미경 개발 스타트업 '토모큐브'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질병진단(바이오진단) 시장 개척에 나섰다.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데이터 확보와 임상 준비도 진행 중이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기업공개(IPO)를 통해 바이오진단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토모큐브는 향후 신약개발, 면역학 등 의료분야 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같은 다른 산업분야로 사업을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토모큐브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홍기현 대표는 "3D 홀로그래피 현미경과 AI를 접목한 스마트현미경을 통한 바이오진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토모큐브가 작년까지 현미경 회사였다면 이제부터 AI 회사이자 바이오진단 회사가 되고자 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토모큐브는 살아있는 세포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개발한 기업이다. 대전에 본사를 둔 토모큐브는 카이스트(KAIST) 산업경영을 전공하고 와이즈플래닛 등을 창업했던 홍기현씨가 대표를 맡고 있고, 카이스트 물리학과의 박용근 교수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고 있다.

▲토모큐브를 창업한 홍기현 대표(우측)와 박용근 CTO.

우선 홍 대표는 바이오진단 시장 개척을 위해 생체 데이터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신설한 AI팀의 역할도 바이오진단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AI 기술 보다는 데이터의 가치가 더 높다는 판단에서다.

홍 대표는 "그동안 세포를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지만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통하면 살아있는 세포 관찰이 가능하다"며 "이를 질병진단에 활용하기 위해서 많은 생체 테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통상적으로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분할 때 의사들은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이 때문에 다양한 검사를 거쳐야 확진을 한다. 하지만 다양한 세포 정보가 쌓여 있으면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통한 세포 관찰만으로 질병에 대한 진단이 가능하다.

토모큐브가 가장 우선적인 타깃으로 설정한 패혈증이 대표적인 사례다. 패혈증을 유발하는 박테리아 19종에 대한 이미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딥러닝 모델에 학습시켜 환자의 샘플에서 세포 이미지를 판별해 수 초만에 박테리아 종을 구분한다.

그는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통해 이미지 데이터를 쌓는다면 향후 AI 기술 가치보다 데이터의 가치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신속하게 진단할 방법이 없어 사망률이 높았던 질환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모큐브 내 부서 중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한 곳이 AI팀인 이유도 그만큼 데이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방증이다. 토모큐브 전체 인력 30명 중에서 AI팀 인력은 6명이다.

토모큐브는 내년께 바이오진단사업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패혈증 등 6개 질병 진단에 대한 임상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보스턴법인을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논의도 시작할 예정이다.

홍 대표는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으로 관찰한 이미지 데이터와 다양한 세포 데이터를 통해 질병진단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싶다"며 "그 첫 단계가 바이오진단의 상용화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토모큐브는 내년 바이오진단 사업의 상용화 작업을 마무리하면 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마무리한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B를 마지막으로 추가적인 투자 유치를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홍 대표는 "현재 계획상에 있는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재원을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추가 펀딩을 하지 않고 (바이오진단 사업) 상용화 이후 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모큐브는 삼성증권과 상장주관 계약을 맺었다. 현재로선 기술특례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해 질병진단 시장의 지배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인력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분야마다 최고의 능력을 갖춘 인재들로 각 팀을 구성하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시리즈B 투자 유치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전문인력을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모큐브는 질병진단 시장에 그치지 않고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반도체 등 다른 산업영역에도 도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홍 대표는 "반도체 분야, 특히 3차원 반도체와 관련해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활용하고자 하는 문의가 많다"며 "의료분야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토모큐브 직원들은) 남들이 하지 않는 영역을 하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다"며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