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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방막힌 안전자산? 위험자산 '오명' 억울한가 [CB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②라임사태 여파, 투자자 공포감 확산…

이효범 기자공개 2019-12-05 08:08:10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CB 시장은 헤지펀드의 진입으로 개인들도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형태인 CB는 밑이 막히고 위가 열린 투자자산으로 한동안 각광받았다. 그러나 최근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불거지면서 CB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또 메자닌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제기되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벨은 메자닌 중에서도 투자 비중이 높은 CB를 둘러싸고 시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개선방향 등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6일 08:2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발생한 라임사태는 메자닌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에게 적잖은 고민거리를 안겼다. 그동안 '하방이 막힌' 투자자산으로 알려진 전환사채(CB)에 위험자산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CB라는 자산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라임자산운용 자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렇다면 CB를 위험자산으로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주식 전환이 가능한 채권이라는 점에서 투자 전략이나 관점에 따라서 안전자산 혹은 위험자산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라임 사태 여파, 시장 위축 불가피…운용사들 "CB 자체 문제 아니다"

올들어 터진 라임사태는 메자닌 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CB를 위험자산으로 보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것 만큼 공포스러운 일은 없다. 헤지펀드 업계에서는 이같은 투자심리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메자닌 자산에 대한 공포감으로 번져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메자닌 시장이 위축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는게 전문가의 견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라임 사태가 발생한게 얼마되지 않아서 데이터 상으로는 추세가 꺾였다고 볼 정도로 발행량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최근 기업들이 발행을 취소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점차 나오는 것으로 볼 때 연말까지 추세를 살펴보면 발행량 감소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판매사들에서도 라임 사태 이후 운용사 핵심 투자자산군이 메자닌이거나 총수익스왑거래(TRS) 거래를 사용했을 경우 펀드 구조와 전략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또 이같은 상품에 대해 환매를 요구하는 고객들도 심심치 않게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깐깐해진 메자닌 투자 심사로 인해 CB 발행 계획을 접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연 라임사태가 CB라는 자산 때문에 벌어진 일일까"라고 반문하며 CB에 대한 오해라고 입을 모은다. CB라는 자산 자체보다는 미흡했던 리스크관리와 펀드의 투자구조를 근본적인 원인으로 봐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국내에서는 체계화된 유통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만기 도래 전에 CB를 처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라임자산운용은 모자형 구조를 활용, 메자닌에 투자하는 개방형 펀드를 만들었다. 코스닥 메자닌에 주로 투자한 모펀드 '테티스2호'에 수많은 자펀드가 투자하는 형태다. 펀드 판매 규모는 4000억원에 육박했다. 자펀드 환매요청시에는 모펀드가 자산을 처분해 현금화 하거나 보유한 현금 등을 자펀드에 쏴주는 형태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규모 환매요청이 쇄도하자 현금을 확보하지 못해 환매중단 사태로 번졌다.

메자닌 전문 운용사 임원은 "라임운용의 환매중단 사태는 펀드 만기와 편입한 자산의 만기 '미스매칭'으로 펀드 내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문제를 미리 대비하지 못한게 근본 원인"이라며 "CB라는 자산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메자닌 시장에 헤지펀드가 진입해 개인들도 수익을 향유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라임 사태로 메자닌에 대한 오해가 쌓여 시장이 침체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2016·2017년 메자닌 발행사 상폐 '2%'…"하방 막혀야 일반적 CB 투자"

메자닌 투자에서도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발행사가 상장폐지되거나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 CB투자시 주식전환이나 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기업의 CB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는 투자기업의 거래 정지로 인해 펀드 만기에 원금 일부를 회수하지 못했고, 결국 최근 투자자에 상환 연기를 통보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발행사가 상장폐지까지 되는 사례는 일부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메자닌채권을 발행한 상장기업중 상장이 폐지된 기업의 비중은 6.9%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계속성 요인, 자본잠식, 감사의견 거절, 대규모 손실, 부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상장이 폐지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0년과 2011년 메자닌채권 발행기업중 상장폐지 기업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 들어 그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2018년 메자닌 채권을 발행한 상장사 277개 기업 중에서 상장폐지 기업수는 2개 뿐이었다. 비중으로는 0.7%에 불과한 수준이다. 발행 이후 채 2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때 오히려 2016년과 2017년 결과가 더 중요할 수 있다. 2016년 272개 발행사 중에서 상장폐지 기업은 7개(2.6%)이고, 2017년에는 254개 발행사 중에서 상장폐지 기업은 5개(2.0%)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금감원이 조사를 실시했다거나 메자닌으로 투자한 기업으로부터 운용사 임원이 고발 당했다는 등의 뉴스가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고, 대규모 환매사태로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자닌채권이라는 자산이 다른 투자자산에 비해서 투자자들에게 유리하게 구조라는 점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메자닌채권 발행기업의 상장폐지 추이

*메자닌채권 발행기업의 상장폐지 추이(출처 :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
그렇다고 해서 국내에 발행되는 CB가 대부분 안전자산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CB에 투자하는 투자자의 관점에 따라 안전자산이 될수도 위험자산이 될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CB가 채권이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특히 발행사의 원금상환 여력 보다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신라젠 CB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국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을 크레딧 관점에서 보면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재무적 안정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업종 특성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특허가 없는 신생 제약사의 경우 연구개발(R&D) 비용만 발생하기 때문에 재무구조의 안정성을 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신라젠 CB에 투자했던 투자자들 중에서는 주가 상승에 따라 대규모 수익을 실현한 사례도 있다.

10년 이상 메자닌 투자를 실시해온 전문가는 "CB로 발행된다고 해서 모두 같은 CB라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극단적으로 CB는 채권 분석을 통해 하방이 막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CB자체가 위험자산이라기 보다는 위험하게 투자하는게 가장 큰 문제"라며 "단적인 예로 비상장 바이오 기업 CB에 투자하는 것은 일반적인 메자닌 투자라기보다는 벤처투자로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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