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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결정 '3자 배정 발행' 문제없나 [CB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⑤기존주주 신주인수권 침해 vs 법적 테두리 허용된 사안

이효범 기자공개 2019-12-05 08:09:39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CB 시장은 헤지펀드의 진입으로 개인들도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형태인 CB는 밑이 막히고 위가 열린 투자자산으로 한동안 각광받았다. 그러나 최근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불거지면서 CB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또 메자닌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제기되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벨은 메자닌 중에서도 투자 비중이 높은 CB를 둘러싸고 시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개선방향 등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8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발행사가 제3자 배정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게 기존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 상법에서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자금조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발행되는 CB는 거의 대부분 3자 배정 방식이다. 상법상 예외조항에 따르면 이같은 방식의 발행이 가능하다.

또 코스닥 상장사가 이사회 결의만 거치면 제3자를 대상으로 CB 발행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사실상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전환사채 발행과 조건을 결정하는데 무리가 없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기존주주들이 전환가 리픽싱을 견제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반대논리로 이사회가 전략적 판단에 따라 발행을 결정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해주고 있으며,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또 발행사가 3자배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도 있다. 기존 주주들이 새로 발행되는 CB를 인수하는데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상법상 3자배정 '예외적' 허용…발행사 정관 통해 이사회 결의 가능

우리나라 상법 제 418조 1항은 '주주는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서 신주의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2항에서 '회사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한다'고 규정했다.

원칙적으로 기업이 신주를 발행할 때 기존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지만, 예외적으로 회사의 정관에 특별히 정한 규정과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면 제3자 배정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418조 1항은 2001년 개정됐고, 2항은 같은 해 신설된 조항이다.

원래 제3자 배정 CB 발행은 정관에 특별히 정한 규정이 없다면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코스닥 상장사들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3자 배정 CB를 발행을 할 수 있다. 이는 회사 정관에 CB 발행한도, 발행목적, 이사회 결의로 발행 가능하다는 내용이 이미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상장시 도입하는 표준정관에 이같은 내용을 담는다.

그래서 발행사가 CB 발행시 주총을 열어야 하는 경우는 정관에 명시한 발행한도가 모두 소진됐을 때가 주를 이룬다. 주총에서 '정관일부 변경의 건'을 안건으로 주주총회를 열어 주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정관변경안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으로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3 및 출석주식 총수의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치면 회사는 또 다시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제3자에게 CB를 발행할 수 있다.

반대로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존 주주들이 주총에서 정관변경안에 반대표를 행사해야 하지만, 코스닥 상장사의 주총에 참여해 목소리를 높이는 주주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 결과 국내 시장에서 CB 발행은 거의 대부분 3자 배정 방식으로 이뤄진다. 올해도 재영솔루텍이 주주배정 방식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진행한 것을 제외하면 발행된 CB 대부분 제3자 배정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환가 리픽싱이라는 것도 발행사와 투자자간에 자유로운 계약의 일종인데 법으로만 제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그렇다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충분히 만들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환사채 발행을 위해서는 기존주주들로부터 일정 수준이상의 동의를 받는 등의 장치를 둬야 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적 판단 이사회에 맡긴 것"…구주주 배정해도 청약율 저조

신주인수권 침해라는 주장이 있지만 발행사가 이사회 결의로 CB 발행을 결정하는 건 허용된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일이다. 또 발행사가 이사회 결의를 통해 3자배정 CB 발행하는건 암묵적으로 주주들의 동의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메자닌 운용사 관계자는 "회사 정관은 헌법이나 다름 없는데 정관에 CB나 BW를 발행과 관련된 사항을 둔 것은 회사의 중요한 자금조달 수단이기 때문"이라며 "이사회에서 전략적으로 판단해서 정관에 정해진 한도와 발행목적에 따라 발행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길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주주 동의하에 이사회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또 발행사가 기존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주배정 방식으로 CB를 발행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적지 않다. 경영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금조달 규모가 있는데 주주배정 방식을 선택할 경우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실권이 발생할 경우 일반공모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등 이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과 절차도 발행사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CB는 아니지만 BW 발행시 종종 주주배정 방식이 활용된다. 지난 2013년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구주주 배정 방식으로 BW 발행을 실시한 적이 있다. 당시 청약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일반공모로 전환했다. 최근 재형솔루텍도 구주주 배정방식으로 BW를 발행했는데 청약률은 20%대에 그쳤다. 통상 지분율 희석을 꺼리는 대주주가 있으면 구주주 배정방식으로 이뤄진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앞선 관계자는 "발행사가 이사회 결의로 3자 배정 방식으로 메자닌을 발행하면 기존 주주들은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주주배정을 실시하면 기존 주주들은 청약에 참여안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당장 자금조달이 필요한 발행사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펼쳐질 것이 예상되는데 구주주 배정 방식을 선택을 할 실익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코스닥 상장사 투자자들도 스스로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보면 주주들이 자기 권리를 일부 제한하면서 회사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사회에 한도를 준 것"이라며 "발행사는 한도내에서 CB를 발행하는 것인데 이에 반대한다고 하면 정관변경과 관련된 주주총회에서부터 반대표를 행사해 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도록 주주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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