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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vs 해외, 발행조건 차이 '극명' [CB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⑦선진국 전환가 할증·리픽싱 無, 발행사 소유·경영 분리 영향도…베트남 CB도 유사

이효범 기자공개 2019-12-05 08:10:11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CB 시장은 헤지펀드의 진입으로 개인들도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형태인 CB는 밑이 막히고 위가 열린 투자자산으로 한동안 각광받았다. 그러나 최근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불거지면서 CB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또 메자닌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제기되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벨은 메자닌 중에서도 투자 비중이 높은 CB를 둘러싸고 시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개선방향 등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9일 14:1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와 해외 메자닌 시장을 비교할 때 두드러진 특징으로 언급되는 것 중 하나는 전환가 리픽싱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에서만 사례를 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전환사채(CB) 발행 조건이다. 특히 국내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주로 CB를 발행하다보니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전환가 리픽싱이 활용되고 있다.

세부적으로 국내에서 발행되는 CB는 통상 3년~5년 만기로 발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 중에서도 만기는 3년 짜리 CB가 대부분이다. 사모 CB의 경우 발행 이후 최소 1년간 주식으로 전환을 할 수 없으며 계약에 따라서 이후에 전환 가능하도록 돼 있다. 투자자에게는 풋옵션, 발행사에게는 콜옵션이 부여되기도 한다. 또 리픽싱 전환가액이 할인발행되는 경우도 있다. 이자율은 0~2% 수준에서 형성된다.

전환가 리픽싱, 풋옵션, 전환가 할인발행 등은 모두 투자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조건들이다. 이는 국내 메자닌 시장이 투자자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은행대출이나 채권발행 등이 막혀 주로 CB를 발행하다보니 급한 쪽은 발행사다. 투자자는 계약시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해 유리한 조건을 둘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신용등급이 높은 발행사 CB는 조건은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카카오는 지난 2016년 5년 만기 이자율 0%의 사모 전환사채(CB) 2500억 원 발행했다. 해당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은 산정한 기준주가의 120% 수준이다. 사채권자는 발행일로부터 3년 후인 2019년 4월 14일부터 조기상환청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이다. 다만 전환가 리픽싱 조건은 없이 발행됐다.

카카오 CB의 발행조건은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되는 선진국 기업의 발행조건과 유사하다. 국내 헤지펀드들이 투자하는 해외 CB는 크게 선진국과 신흥국으로 나뉜다. 선진국 시장은 CB 유통시장이 존재하는 곳으로 주로 할증발행되며 전환가 리픽싱도 부여되지 않는다. 발행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신용등급 'A' 이상 기업이 많다. 우리나라 헤지펀드 중에서는 라이노스자산운용이 주로 글로벌 CB에 투자한다.

이처럼 선진국과 우리나라 시장에서 발행조건이 차이가 나는 배경을 발행사들의 지배구조에 있다는 해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는 오너가 직접 경영을 맡고 있는 대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는 전환사채를 잘 발행하지 않는다"며 "선진국 기업들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경영진이 필요에 따라서 전환사채를 발행하는게 자유롭다"고 말했다.

또 선진국 CB가 할증발행 되기는 하지만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이 발행하기 때문에 원금회수 가능성은 높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의 접근 방식도 다르다. 국내 CB 발행사 중에서는 한계기업들도 많기 때문에 원금 회수 가능성을 분석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 유통되는 CB는 신용도가 우량한 기업인데다 할증 발행되기 때문에 신용위험보다는 성장성을 분석하는데 방점을 둔다. 해외 발행사의 신용등급은 주로 'A'가 많다.

국내와 달리 선진국 CB 시장의 특징은 유통시장에서 거래가 된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기관들이 채권을 거래하는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해외 CB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투자은행(IB)를 통해 주문을 내고 이를 매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국내 헤지펀드가 편입한 CB를 소싱하는 것도 주로 유통시장이다. 이 때문에 CB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적정한 가격만 형성되면 매도해 일주일 정도 내에 현금화도 가능하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은 주식발행에 따른 대리인비용, 역선택비용의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메자닌채권을 발행하는 경향이 높은 반면, 유럽은 주로 부채 조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메자닌채권을 발행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헤지펀드들은 선진국 외에도 신흥국 기업들이 발행하는 CB에도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인게 베트남 CB다. 이 시장도 우리나라에 비해서 발행조건이 투자자에게 유리한 건 아니다. CB 전환가액은 할증발행되는 경우가 많고 리픽싱 조건도 없다. 풋옵션이 붙긴 하지만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은 발행일 이후 1년 정도인 국내와 달리 3년을 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 비해서 성장성이 높은 이머징 마켓이라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라이노스자산운용이 처음으로 베트남 CB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했고 뒤를 이어 아샘자산운용, 밸류시스템자산운용 등이 베트남 CB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놨다. 주로 2016년부터 투자가 시작되기 때문에 투자 성과에 대해 업계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다만 베트남에서는 CB를 발행하는 절차가 국내에 비해서 다소 까다롭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CB 유통시장은 형성돼 있지 않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베트남에서는 기업들이 CB를 발행하는 것에 대해 주주들이 우호적이진 않다"며 "상장기업이 발행을 할려면 주주총회를 열지 않더라도 주주들의 의견을 구하는 절차가 있으며 이는 베트남 기업법에서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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