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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사 유혹' 개방형펀드, 불완전한 구조인가 [CB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⑧라임사태 여파 '도마위', 만기 불일치 우려…장점 살린 다양한 시도 '눈길'

이효범 기자공개 2019-12-05 08:10:26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CB 시장은 헤지펀드의 진입으로 개인들도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형태인 CB는 밑이 막히고 위가 열린 투자자산으로 한동안 각광받았다. 그러나 최근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불거지면서 CB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또 메자닌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제기되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벨은 메자닌 중에서도 투자 비중이 높은 CB를 둘러싸고 시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개선방향 등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2일 16:5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사태가 불거진 원인 중 하나로 개방형으로 설정된 메자닌펀드 구조가 지목된다. 국내에서 유동화가 쉽지 않은 전환사채(CB) 등을 편입한 펀드를 환매 가능한 개방형으로 설정하는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다. 편입자산과 펀드의 만기 미스매칭으로 불거질 수 있는 유동성 위기에 뚜렷한 대응방안이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국내에서 CB가 투자자 입장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되지만, 펀드 투자자 입장에서 적어도 3년 이상 자금이 묶인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돼 왔다. 판매사들은 이같은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개방형펀드 설정을 타진하면서 이를 두고 고민하는 운용사가 적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CB에 투자하는 개방형펀드를 모두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운용상 장점을 살리기 위해 환매제한 조건을 두고 개방형펀드를 설정하기도 한다. 또 글로벌 메자닌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메자닌을 편입해 개방형펀드를 설정하는 등 다양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언제든 환매가능' 개방형 우려…"수익자에 운용 맡기는 것"

라임자산운용의 메자닌 모펀드로 알려진 '테티스2호'는 여러 자펀드를 통해 흡수한 자금을 모두 섞어 메자닌에 투자했다. 이 펀드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자펀드인 '라임새턴펀드'는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언제든 환매에 대응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이 펀드는 메자닌을 60% 비중으로 편입하고 30% 안팎의 자산을 주식에 투자했다.

라임자산운용 외에도 메자닌에 투자하는 개방형펀드를 설정한 사례들은 또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CB에 100% 투자하기보다는 유동화가 쉬운 주식 등의 자산을 함께 편입해 일정 수준 유동성 문제에 대응하거나, 짧게는 1년 정도 환매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다. 또 개방형펀드는 아니지만 편입한 CB보다 펀드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펀드가 출시되기도 했다.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이처럼 개방형 펀드를 설정하는 것은 판매사에서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통상 폐쇄형 메자닌펀드는 편입할 CB 만기에 맞춰 3년 만기로 설정되는데 판매사 입장에서는 고객들에게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걸 고객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3년간 고객의 재투자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판매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메자닌펀드를 개방형으로 설정하는 시도를 하는 것은 판매사에서 요청이 많기 때문"이라며 "PB들은 CB에 투자하는 3년 만기 펀드를 판매하기 어렵다며, 3년 폐쇄형 펀드를 개방형으로 바꾸고 1년간 환매제한을 두는 구조를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자닌에 오랫동안 투자해 온 전문가들은 메자닌펀드를 언제든지 환매 가능하도록 개방형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편입자산과 펀드의 만기 불일치로 인해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위험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메자닌 유통시장이 없기 때문에 만기전에 이를 현금화하기 위해서는 주식 전환 후 시장에서 매도할 수밖에 없다. 이때 주가가 예상보다 낮다면 펀드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자산운용사의 전문성을 배제하고 투자자에게 운용을 맡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편입 종목 선정 외에도 CB를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이후 시장에 처분하는 전략을 세우는데 환매요청시에는 이같은 전략과 무관하게 자산을 처분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편입할 메자닌을 선택하는 것 뿐만 아니라 주식으로 전환할 타이밍을 잡거나 또는 전환한 주식을 시장에 처분하는 것도 메자닌펀드 운용 역량에 포함된다"며 "그런데 투자자가 환매를 언제든지 요구할 수 있다면 운용사의 전략과 무관하게 투자금을 내주기 위해 자산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운용을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개방형 장점 有…환매제한 조건 등 안전장치 중요

그럼에도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는 개방형펀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판매사의 요구 뿐만 아니라 개방형펀드로 설정할 경우 운용 상에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통상 3년만기 폐쇄형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설정 이후 6개월 내에 자산의 70~80% 편입을 완료해야 한다. 늦어도 1년 내에 투자를 모두 끝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런데 이 기간동안 양질의 CB가 발행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은 운용사 입장에서 고민거리다. 이와 비교해 개방형으로 설정하면 상시적으로 유입되는 자금으로 양질의 CB를 편입할 수 있다는게 장점으로 꼽힌다.

오라이언자산운용은 지난 2016년 오라이언메자닌멀티스트래티지1호를 개방형펀드로 설정한 것도 이같은 의도가 반영됐다. 언제든 환매할 수 있도록 수익자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개방형의 장점을 살려 양질의 메자닌을 적시에 편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유동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투자시 2년간 환매가 제한된다는 조건을 뒀다.

또 글로벌 메자닌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CB를 편입하는 방식으로 개방형 메자닌펀드를 설정하는 방안도 시도되고 있다. 라이노스자산운용이 설정한 글로벌메자닌 펀드가 대표적이다. 해외 유통시장에서는 거래가 되기 때문에 굳이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CB를 처분할 수 있다. 다만 국내 CB와 달리 리픽싱이 없거나 할증발행 되기 때문에 국내에 투자하는 메자닌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대수익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개방형 펀드를 설정할 때 어떤 측면에 초점을 두느냐가 중요하다"며 "개방형펀드라고 하더라도 환매제한 조건 등으로 사실상 폐쇄형과 유사하지만 개방형의 장점을 취하는 구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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