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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을 움직이는 사람들]합병후 주마가편 2세대…맨파워로 무장②우수 인재 확보에 총력…기업자문·공정거래 강화

조세훈 기자공개 2019-12-04 08:08:55

[편집자주]

내년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지평은 국내 법률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20~30대 젊은 변호사들의 도전으로 출발한 지평은 설립 초기 벤처, 해외시장 등에 선구적으로 진출했으며 공익 활동도 왕성히 수행해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2008년에는 지평, 지성의 통합으로 대형 로펌 반열에 올랐으며, 현재 전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며 종합로펌으로서의 위상도 세웠다. 더벨은 지평의 성장을 이끌어온 변호사들의 면면을 세대별로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3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형 로펌들은 외환위기를 기회로 삼아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법률시장에서 '규모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작동한 시기다. 후발주자인 지평은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창립 초반 `벤처전문 로펌`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최고가를 기록한 하이트-진로 인수합병을 자문하며 M&A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기업자문 역시 사모펀드(PEF), 기업공개(IPO) 영역에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했다.

2000년대 이후 로펌 대형화 흐름이 가속화되자 '작지만 강한' 로펌을 추구한 지평 역시 몸집 키우기에 들어갔다. 2008년 법무법인 지성과 합병해 변호사 120명의 대형 로펌으로 도약했다. 어느덧 중견 로펌으로 성장한 2세대는 금융, 기업 인수합병(M&A)뿐 아니라 소송, 공정거래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속속 활약하고 있다.

◇ 우수 인재 포진 '2세대'…지성 합병으로 맨파워 강화

평균 연령 35세로 시작한 지평은 '차별화'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법률 소송·자문뿐 아니라 공익을 추구하는 경영 철학은 가치 실현을 추구하는 법조인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신생 로펌인 지평이 대형 로펌 못지않게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왼쪽부터) 김지홍, 강율리, 심희정 변호사


대입 전국 수석을 차지하고 군법무관 법관 임용 서열 1위에 오를 만큼 화려한 이력을 보유한 인재였던 김지홍 변호사(사법연수원 27기)는 갓 출범한 지평의 공채 1기로 합류했다. 김 변호사는 "법원과 대형 로펌에서 두루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공익적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지평에 끌렸다"며 "큰 고민 없이 즉각 합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연수원 성적이 뛰어났던 강율리 변호사(27기)와 심희정 변호사(27기) 등도 각각 세종과 김앤장을 떠나 지평을 택했다.

지평은 우수 인력 충원으로 나름의 지위를 공고히 했지만 로펌의 대형화 흐름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2008년 젊고 규모가 비슷한 '지성'과 합병을 선택했다. 통합 후 화학적 결합을 고려한 행보였다. 지평은 금융과 소송, 지성은 M&A와 노동분야에서 강점을 보인 로펌으로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통합 로펌은 총 125명의 변호사를 보유해 당시 국내 7위 규모의 대형 법무법인으로 올라섰다. 초창기 통합 로펌의 이름은 법무법인 '지평지성'으로 삼았다. 합병은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성 출신 이광선 변호사(35기)는 "합병 당시 차별이나 위화감은 전혀 없었다"며 "동기 중 해외연수를 가장 먼저 갔으며 파트너 2년 차 만에 노동팀 팀장을 맡은 게 방증"이라고 말했다.

◇차별화 강조 '적중'… 기업자문·공정거래 부문 괄목 성장

기업자문 분야는 2005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지평은 인수합병(M&A) 법률자문시장의 후발주자였지만 당시 국내 M&A 역사상 최대 인수 금액을 기록한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성공적으로 자문하면서 주요 법률 플레이어로 입지를 굳혔다.

2005년 진로 인수전에는 롯데, 두산, CJ 등 국내 대기업들이 모두 뛰어들었다. 국내 대기업이 대형 로펌과 자문을 맺자 하이트맥주는 실력있는 중형 로펌인 지평과 손잡고 인수에 나섰다. 치열한 경합이 이뤄진 진로 인수전은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3조4000억원을 써낸 하이트맥주가 승기를 잡았다.

다만 독과점 이슈라는 난관이 남아있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기준은 2개 기업이 1개로 합쳐져 점유율 50%를 넘으면 제재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진로를 인수한 하이트의 점유율이 산술적으로 50%를 넘었다. 지평 변호사들이 대다수 뛰어들 만큼 노력을 기울인 끝에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했다. 하이트-진로 인수합병은 그해 금융전문잡지 파이낸스아시아(Finance Asia)의 베스트 M&A 딜(deal)로 선정됐다.

지평 2세대 변호사들은 기업자문에서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강율리 변호사는 자산유동화, 구조화 금융, 부동산 PF를 담당하고 있다. 세종에서 첫 법조 생활을 시작한 후 2004년 지평에 합류했다. 강 변호사는 틈새시장인 해외 자산유동화 발굴에 적극 뛰어들어 성과를 보여왔다. 2012년 중국 기업 최초로 청도리동화공 유한공사가 한국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이용하여 현지 매출채권 및 은행어음을 담보로 자산담보부대출(ABL)을 받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최근에는 영토를 넓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자산을 기초로 한 유동화 업무를 자문하고 있다. 올해에는 한국투자증권을 대리해 TRS 관련 자문도 수행했다.
(왼쪽부터) 배성진, 이행규, 정철, 채희석 변호사


금융소송팀을 이끌고 있는 배성진 변호사(28기)는 의뢰인에게 '컴플레인 없는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지평 설립 멤버이자 보험 전문 변호사인 그는 2003년 영국계 재보험사인 RSA를 대리해 대규모 오토론 보험 관련 소송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이름을 알렸다. 산은자산운용의 선박펀드 관련 수천억원대 소송을 대리하여 대부분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냈다. 또 하급심에서 진 사건을 맡아 대법원 상고심에서 판세를 뒤집는 보험분쟁의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지평 자본시장팀을 이끌고 있는 이행규 변호사(28기)는 기업 M&A 자문을 거쳐 기업공개(IPO) 영역에서 입지를 굳혀왔다. 후발주자지만 다른 로펌이 보지 않은 블루오션 발굴과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2006년 외국기업 한국거래소 상장이 허용되자 해외 기업의 상장을 자문했다. 한상기업인 코라오홀딩스(현 LVMC홀딩스)와 미국의 뉴프라이드코퍼레이션, 베트남의 LS전선아시아와 화승엔터프라이즈가 그의 손을 거쳐 한국거래소에 입성했다.

상장예비기업에 대한 내부통제체계 구축 컨설팅, 공시체계 구축 컨설팅 등 특화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며 IPO 자문건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이큐어, 뉴트리, 에스퓨얼셀 등 8건의 법률 자문을 수행하며 IPO 법률자문 시장에서 가장 많은 자문을 수행했다. 내년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과 태광실업도 법률자문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M&A팀 팀장을 맡고 있는 정철 변호사(31기)는 국내외 딜을 총괄하는 '멀티 플레이어'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SK의 LG실트론(현 SK실트론) 인수, SK의 빈그룹 투자 자문 등을 자문해왔다. 해외 지점을 개척한 양영태 대표변호사와 호흡을 맞추며 중국 및 동남아시아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합작투자 업무 등을 전문적으로 맡아왔다. 또 신한은행의 미얀마 은행 라이선스 취득 건을 자문했다.

채희석 변호사(32기)는 경영 참여형 사모투자펀드(PEF)의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국내에 PEF 제도가 도입된 초창기인 지난 2006년부터 PEF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지평은 후발주자인 점을 감안해 무주공산인 PEF 시장 공략에 집중해왔다. 국내 유일한 한국변호사 겸 러시아변호사인 채 변호사는 'PEF의 이해'라는 법률해설서도 펴내며 전문성을 인정받아왔다. SK의 SK증권 지분 매각, 키스톤PE의 디젠 인수, 키스톤PE·에코프라임PE의 동부건설 인수, 베이사이드PE의 웰리브 인수 등이 그의 손을 거쳐 성사됐다.

특히 채 변호사는 함께 일한 PEF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SK가 베트남 빈그룹(Vin Group)에 투자할 당시 재무적투자자(FI)와의 법률 대리를 지평 M&A팀에서 맡았다. 이때 FI로 참여한 IMM인베스트먼트는 SK와의 협상 법률 대리를 이례적으로 같은 로펌 소속인 채 변호사에게 맡겼다. 지평이 양측 모두를 대리하면서 10층과 11층 사이에 정보차단벽(Chinese Wall)을 세워 협상이 진행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공정거래팀장인 김지홍 변호사는 치밀한 분석으로 지평을 공정거래 분야 신흥 강자로 키워냈다. 지평은 초창기 공정거래위원회의 대리업무를 전략적으로 맡았다. 수임료가 낮지만 굵직한 사건을 쉽게 맡을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실제 공정위를 대리해 라면담합, 석유화학 담합 사건, 다국적 제약사 GSK와 동아제약의 역지불 합의 등을 맡아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퀄컴과의 소송도 공정위를 대리하며 맡게 됐다. 지평은 2009년 공정위를 대리해 글로벌 통신기업 퀄컴과의 과징금 소송에서 10년 간의 재판 끝에 승소를 이끌어냈다. 퀄컴은 김앤장과 세종에 소송 대리를 맡겼는데, 지평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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