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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의 버티기, 이동걸의 굳히기

김일문 M&A부장공개 2019-12-06 10:10:52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5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흥행이 어렵고, 심지어 매각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세간의 우려는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강력한 인수 의지로 잠재워버렸다. 경쟁자들을 압도해 버린 입찰 가격 뿐만 아니라 딜 성사를 향한 원매자들의 강력하고도 공격적인 태도를 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이들의 열망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제 공은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에게로 넘어왔다. 가장 높은 금액을 적어낸 인수 후보를 테이블 앞에 모셔다 놨으니 구주와 신주 거래 가격만 확정하면 협상은 끝이다. 하지만 눈앞에 보일것만 같은 그 목적지는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박 회장이 구주 가격에 불만을 표시하며 협상이 원만히 끝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는 딜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사안이다. 새 주인 입장에서는 구주 보다는 신주의 비중을 높여 가급적 아시아나항공에 더 많은 돈이 투입돼 경영 정상화를 위해 쓰이길 원할테고, 박 회장 입장에서는 응당 구주 가격을 올리길 희망할테니 말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을 빼앗기게 된 박 회장의 심정은 오죽할까. 한푼이라도 더 건지길 바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나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M&A 관련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구주 가격을 둘러싼 원매자와 금호그룹간 협상은 어디까지나 당사자들이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며 산업은행은 이번 딜에 한발짝 물러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그 다음부터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살리자는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하고 뒷받침한 (박삼구 회장의) 대승적 결단에 대해 감사하다"며 "개인 욕심을 버리고 기업에 대한 미련을 끊는다는 건 훌륭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박삼구 회장을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미련을 과감히 떨쳐낸 훌륭한 기업인으로 추켜세운 셈이다.

하지만 이 발언을 박 회장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받아들인다면 오산이다. 반대로 해석하면 박 회장이 구주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지연시킬수록 개인적 욕심과 미련을 못버린 기업인이라는 말이 돼 버린다. 사탕을 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에게 "훌륭한 어린이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라고 이야기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이 회장의 발언은 아시아나항공 M&A를 놓고 한걸음 뒤에서 관망하는 듯 보이지만 금호그룹과 박 회장을 압박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현재 스탠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팔장을 꼈지만 협상 테이블을 노려보고 있는 산업은행 앞에서 박 회장의 선택지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2019년 M&A 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매물 가운데 하나였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이해 당사자가 모두 만족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막바지에 다다른 아시아나항공 M&A는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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