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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의 전문가' 우대하는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 [thebell note]

김현정 기자공개 2019-12-10 13:13:40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0일 11: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제 은행에서 부행장 임기 마치면 갈 데가 없을 것 같다."(신한은행 관계자)
"전문가 위주의 인선이 큰 방향이라면 이제 내부 출신도 CEO까지 올라갈 수 있지 않겠나."(신한금융 계열사 관계자)

신한금융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 방침을 놓고 은행과 계열사의 반응이 엇갈렸다. 앞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10월쯤 경영진 미팅에서 은행의 부행장들이 임기를 마친 후 신한금융투자나 신한생명, 아시아신탁 등의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는 인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고 한다.

조 회장의 생각은 간단하다. 은행에서 업력을 쌓은 임원들이 여신 계통의 계열사에서는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지만 자본시장 계통은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이 여신 쪽으로 분류되고 증권, 운용, 신탁 등이 자본시장 쪽으로 들어간다.

여신 계통의 계열사에서 요구되는 CEO의 자질은 은행과 결이 비슷하다. 고객의 돈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보수적이고 꼼꼼한 성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권사나 운용사, 신탁사들은 고객의 돈을 '불리는' 것에 무게추가 더 기울어져 있다.

사실상 은행 부행장 출신들을 계열사 CEO로 보내는 관행은 신한금융 뿐 아니라 모든 금융지주사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된다. 이른바 회장과 함께 호흡을 맞춰온 은행 경영진들에 대한 '보은인사'라고도 불린다. 현재 4대 금융지주 계열사 CEO 가운데 70%가량이 은행출신 인사다.

이제 신한금융에는 오랜 인사 관례를 깨뜨리는 인사 원칙이 세워졌고 계열사 내부에서는 금세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미 1년전 신한금융투자는 동양증권 출신인 자본시장 전문가 김병철 사장을 대표로 앉혔다. 신한생명에는 성대규 보험개발원장을 영입했으며, 계열사로 편입한 오렌지라이프에는 정문국 사장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전문가가 CEO로 와야 한다면 외부 출신 인사의 영입도 있지만 각 계열사 내부 출신들도 그 대상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가 안팎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그간 은행 출신 인사들이 계열사 임직원으로 선임되다보니 계열사 직원들의 사기가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30년간 업계에 몸담아 업무에 정통하더라도 은행 부행장을 최고책임자로 모실 수밖에 없었다. 이를 바라보는 아래 직원들 역시 한계를 느끼며 기업에 대한 애착이나 장기적 비전을 갖는 데도 소홀해졌다.

은행 쪽에서도 이런 방향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자리가 없어진다며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지주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필요한 방침이라는 데 결국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2020 스마트 프로젝트’ 등 중장기 전략에 발맞춰 리딩뱅크의 길을 걷는 중이다. 은행 성장이 한계에 이른 만큼 비은행 사업이 금융지주사 경쟁력의 관건이라는 것은 전망이 아닌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신한금융 역시 지난해부터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은행과 비은행 부문 간의 균형을 이루는 데 온 힘을 다했다. 외형을 만들었다면 이제 이를 탄탄히 키워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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