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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승부수]제로섬 게임 속 '하이트→카스→테라' 시대 올까②하이트진로 "테라가 주력 제품"…'선택과 집중' 전략 통할까

박상희 기자공개 2019-12-18 09:38:46

[편집자주]

하이트진로는 소주와 맥주를 모두 생산하는 종합주류기업이다. 소주시장 1위, 맥주시장 2위 자리를 점해왔다. 맥주시장에서 하이트진로가 변방으로 밀려나기 시작한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 '구름처럼(클라우드+처음처럼)' 등에 밀리며 만년 2위로 고착화되는 듯 했다. 올해 출시한 '테라'가 흥행 대박을 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때마침 레트로 열풍에 올라탄 '진로이즈백'으로 쌍끌이 흥행을 견인했다. 하이트진로는 13년 간 지속돼온 '카스 천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3일 11: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맥주시장은 수요가 고정돼 있는 사실상 '제로섬 게임' 시장이다. 특정 회사 제품 매출이 늘어나면 경쟁사 제품 판매는 감소하는 구조다. 테라 흥행이 경쟁사에 긴장 요인이 될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작 경쟁사들은 '테라(Terra)'가 잠식하는 시장이 하이트진로 자매제품일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하이트진로 제품 간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 잠식)' 우려다.

맥주시장에서 2위에 머물렀던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흥행가도에 힘입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 역전은 주력 제품의 교체 및 단일 브랜드에 집중하는 마케팅 전략에 기인했다. 하이트진로도 '하이트(Hite)', '맥스(Max)', '드라이d' 다양한 라인업 가운데 주력 제품을 테라로 교체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테라는 카니발라이제이션 이슈를 딛고 맥주시장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까.

◇테라 흥행가도, 카니발라이제이션 이슈 제기

국내 주류 시장은 2018년 기준 5조3000억원(국세청 주세 과세표준 기준, 수입주류 포함, 주정 제외) 규모다. 구체적으로 맥주 42%, 소주 32%, 기타주류 26%로 구성돼 있다. 맥주는 대중주로서 넓은 수요기반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요 변동성이 크지 않다. 인구증가율 둔화, 음주문화 변화 등으로 인해 성장성은 매우 낮다. 맥주 출고량(수입맥주 포함)은 연간 220만㎘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맥주시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가 1강, 1중, 1약의 지위로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양분하던 맥주시장은 2014년 롯데칠성음료가 신규로 진출하면서 경쟁강도가 더 세졌다. 여기에 해외맥주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 증가로 수입맥주의 국산맥주시장 잠식률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지만 종합주류회사 하이트진로는 맥주시장에서 '도광양회' 재기를 노렸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야심작이 바로 테라였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와 키움증권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가정용 맥주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6.8%에서 올 2분기 19.3%로 상승했다. 올해 3월 출시한 맥주 테라 흥행 효과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롯데아사히의 점유율은 12.4%에서 10.4%로 축소됐다.

키움증권은 올해 테라의 시장 점유율을 약 8%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는 15%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테라의 성장 속도는 발포주 신제품으로 성공했던 필라이트의 매출 성장 속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테라의 매출 성장세가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가정용 채널에서만 유통됐던 필라이트와 달리 테라는 음식점, 주점 같은 업소용 채널로도 유통되고 있어 소비자들이 제품을 경험하고 브랜드를 인지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고 말했다.

◇"테라, 카스 위협할 정도로 성장 전망"…테라 이외 브랜드는 자연고사 전략

테라 흥행에 대해 경쟁사는 카니발라이제이션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테라가 경쟁사 제품이 아니라 하이트진로 자사 제품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출시 초반엔 그런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테라 출시 직후인 올 2분기 하이트진로 맥주부문은 190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해 2분기(1918억원)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하이트 매출은 6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1% 감소했다. 3월 테라 출시 이후 하이트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하이트와 맥스를 제외한 기타 맥주 부문은 매출이 970억원에서 1346억원으로 376억원 늘었다. 테라가 팔린 만큼 하이트가 덜 팔렸다는 의미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하이트진로 맥주 매출은 테라의 흥행과 하이트의 부진이 서로 상쇄됐다"면서 "7월부터 테라 매출이 하이트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테라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기존 하이트진로의 간판 맥주 브랜드 하이트를 가뿐히 넘어섰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주 주력 브랜드는 '하이트'가 아닌 '테라'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이같은 선택과 집중은 과거 맥주시장에서 점유율이 역전될 때 주로 사용됐던 전략이다. 주력 제품 교체 및 단일 브랜드 마케팅 전략은 과거 두 차례 맥주시장 왕좌 자리를 바꿔놓은 전례가 있다.

하이트진로 전신인 조선맥주는 하이트 출시 이후 기존 크라운맥주 마케팅을 중단하고 하이트에 집중했다. 이후 3년 만에 브랜드 기준 점유율 1위를 달성했고, 1999년에는 전사 기준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이같은 전략은 오비맥주가 카스 전성기 시대를 열 때도 똑같이 적용됐다. 오비맥주는 2008년 OB에 대한 마케팅을 중단하고 카스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점유율 반등에 성공했다. 3년 후인 2011년 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하이트진로 역시 신제품 테라가 출시 이후 흥행에 성공하자 주력 제품을 교체했다.

하이트진로의 '테라 밀어주기' 전략이 맥주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맥주 시장에서 테라와 카스 점유율이 역전되지는 않더라도 테라 점유율이 45%까지 오르며 카스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과거 맥주시장 점유율이 역전될 때 주력 제품 교체 및 단일브랜드 마케팅 전략이 사용됐다"면서 "하이트진로의 '테라'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향후 맥주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를 주력으로 밀면서 나머지 브랜드는 시장 수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고사시키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오성택 상무는 테라 출시 간담회 당시 "다른 맥주 브랜드는 시장에서 요청이 있을 때까지는 생산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금도 지방에서는 하이트나 드라이d가 판매되고 있다"면서 "맥스는 생맥주 브랜드라 테라와 카니발라이제이션이 많이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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