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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스타트업 '고평가 밸류'의 경고

안경주 벤처중기부 차장공개 2019-12-24 09:19:53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0일 07:3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벤처캐피탈(VC) 심사역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정된 자원으로 성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발굴해야 하지만 적정 가치보다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예컨대 미국 등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있는데도 국내 스타트업에 더 비싼 가격이 매겨지는 것은 예삿일이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이나 프리 IPO 단계에 접어든 벤처기업일수록 심하다. 이 때문에 지난 몇 년간 고평가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우아한 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 4조7500억원에 매각되면서 다소 희석된 느낌이지만 스타트업의 고평가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예컨대 지난 9월 넥슨코리아로부터 투자를 받은 위메프가 대표적이다. 당시 넥슨코리아는 위메프 지분 11.1%를 35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위메프의 기업가치는 3조원 정도로 평가됐다.

국내 시장성 등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가치를 기대하기 쉽지 않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식사 자리에서 만난 시니어 심사역은 "올해 각종 악재로 바이오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조정을 받으면서 비상장 스타트업 역시 조정을 받는 것 같았지만 다시 없던 일이 됐다"며 "여전히 시장에선 스타트업들이 고평가되어 있다"고 말했다.

투자를 결정하는 VC 심사역의 이 같은 우려에도 고평가 밸류에이션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벤처투자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 스타트업 대표들의 높은 밸류에이션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있는 탓이다. 예컨대 A 스타트업이 제시한 밸류에이션이 고평가 됐다고 판단해 B 벤처캐피탈이 투자를 거절하거나 밸류에이션 조정을 요청하더라도 C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열린 '코리아 VC 어워즈 2019' 행사장에서 만난 VC 대표 역시 "전체는 아니지만 유망 스타트업이 VC들의 투자금을 골라 받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고평가 밸류에이션 현상은) 벤처투자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신규 벤처투자 금액은 4조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고평가 밸류에이션이 자칫 투자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시장의 특성상 VC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유일한데 상장시 높은 밸류에이션 만큼의 평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금 회수를 고려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제시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꺼려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최근 새로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대열에 합류한 남성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20억달러에서 19억달러로 1억달러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금액으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최종 산정된 기업가치가 하락했다는 점에서 VC업계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은 소위 말하는 신기술이나 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인 혁신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혁신에 대한 시장의 프리미엄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평가된 밸류에이션은 조정기를 맞을 수밖에 없고 향후 거품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이는 결국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때처럼 벤처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타트업의 적정 밸류에이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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