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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 창업주 떠나도 10년전 목표 '현재진행형' 매출 20조·ROE 20% 제시, 이행률은 40% 미만…김남정 부회장 '완수 특명'

박상희 기자공개 2019-12-24 15:18:03

[편집자주]

내수 기반으로 성장해온 유통업계와 식음료업계는 2010년대 들어 변화를 시도한다.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고,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싣었다. 2020년을 목표로 장기 비전을 발표한 곳도 많았다. 2020년까지 매출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목표로 삼았던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코앞이다. 2020 비전을 제시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0일 16: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업주에게 기업이 탄생한 날이라고 할 수 있는 창립기념일은 의미가 남다르다.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은 창립 40주년을 맞은 2009년 향후 10년 앞을 내다보고 그룹 매출 20조원, 자기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 20%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비전 2020'을 제시한 창업주 김 명예회장은 2020년을 1년 앞둔 시점이자 창립 50주년인 올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비록 창업주는 은퇴했지만 그가 제시한 비전만큼은 현재진행형이다. 동원그룹은 2020년까지 사업적인 비전 달성은 어렵지만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을 계속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오너 2세인 김남정 부회장은 향후 경영전략을 수익성 끌어올리기에 초점 맞출 계획이다. 외형 성장(매출) 못지않게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ROE)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창업주의 비전을 승계한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창업주 김재철 회장 비전 제시...차남 김남정 부회장 '진두지휘'

2009년 비전 발표 당시는 동원그룹이 창립 40주년을 맞이했다는 의미가 있는 때였다. 직전년도인 2008년 글로벌 참치캔 업체인 '스타키스트' 인수를 앞세워 사세를 확장할 때였기도 하다. 국내 식품기업이 세계적인 식품기업을 인수한 것이 처음이었던 데다 인수 금액이 3억63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3800억원)에 달하면서 화제가 됐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2009년 비전 발표는 창립 40주년을 겸해 미래 성장 목표를 제시한 것이었다"면서 "당시 스타키스트 인수를 계기로 회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명예회장은 비전 달성을 위해 향후 식품유통사업 및 해외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실제로 동원그룹은 2008년 스타키스트에 이어 2011년 세네갈 국영 통조림 회사 'SNCDS(현 S.C.A.SA)'를 인수하면서 아프리카 참치캔 시장에 진출해 유럽 및 북아프리카, 중동 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비전은 김 명예회장이 달성했지만 이를 위한 액션플랜은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사진)이 담당했다. 김 부회장은 2013년 부회장으로 취임한 후 공격적 M&A 행보를 보이며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주력 계열사인 동원산업은 2016년 12월 종합물류기업인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100%를 4200억원에 인수했다. 2017년 3월엔 두산생물자원 지분 100%를 353억원에 인수하며 사료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이어 7월에는 두산생물자원과 사료 계열사인 동원팜스를 흡수합병했다.

동원시스템즈를 중심으로 하는 종합포장재 사업에서도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몇년 새 5건 이상의 포장재 기업 M&A를 성사시키며 왕성한 식욕을 드러냈다. 식품 분야에선 1인 가구 증가로 급성장하고 있는 가정간편(HMR)식 시장에 공을 들였다. 2016년 7월 동원홈푸드는 국내 최대 가정간편식 온라인몰 '더반찬'을 300억원에 인수했다.

김 부회장의 적극적인 M&A를 통해 동원그룹은 수산, 식품, 종합포장재, 물류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2009년 대비 매출 2배 성장…'선택과 집중' 전략

김 명예회장이 제시한 비전은 크게 두 가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매출로 대변되는 외형 성장과 ROE로 대변되는 수익성이다.

2009년 비전 발표 당시 동원그룹은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중심으로 동원산업, 동원F&B 등의 식품계열사와 통신, 건설, 포장재 분야의 동원시스템즈 등 13개 계열사를 거느렸다. 비전을 발표하던 2009년 그룹 매출 3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3000억원을 목표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동원그룹 매출액은 6조2620억원이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은 5조270억원이다. 2009년 대비 최근 매출 규모는 2배 이상 증가했다. 당장 내년 목표로 했던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기는 어려워보인다. 2009년 대비 매출 규모를 2020년까지 6배 이상 키우겠단 목표 달성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지난 10년 간 동원그룹의 매출과 이익이 빠른 폭으로 성장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2020비전 당시 제시한 경영실적 숫자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수익성 비전 달성도 버거워 보인다. ROE는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의 하나다. 주주가 갖고 있는 지분에 대한 이익의 창출 정도를 나타낸다. 지난해 말 기준 동원그룹(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 기준) 자기자본(1조8743억원)과 당기순이익(1486억원) 규모를 감안한 ROE는 7.92%다. 3분기 누적 기준 자기자본(2조715억원)과 누적 분기순이익(1636억원)을 감안한 ROE는 7.9%다. 당초 목표로 한 ROE 20%에는 미치지 못한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2009년 제시했던 비전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다만 시기와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성장을 지속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성장보다는 동원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 카테고리에 집중하면서 시장지위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수익성 개선에도 나선다. 원가 개선과 함께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고비용 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수익이 안 나는 사업과 제품은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서 판가를 재정립하고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며 "수익이 안 나는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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