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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KT의 회장 인선 '정보공개' 실험

김장환 산업2부 차장공개 2019-12-26 08:00:00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4일 07:3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차기 회장 선출 절차를 두고 최초의 시도를 하고 있다. 핵심은 투명성 높이기다. 황창규 회장의 임기를 무려 1년여 남겨둔 지난 4월부터 후임 인선 절차를 시작했다. 그 절차와 일정은 공개적으로 꾸준히 밝혔다. 외부 후보자 공모를 실시해 몇명을 모집했는지, 어떤 방식이었는지, 몇명을 인터뷰 했는지 등등 다양한 진행 상황을 때때로 시장과 공유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롱리스트 명단의 직접 공개다. 황창규 회장 후임 선정 절차 첫단추를 끼운 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 12일 후보군 9명을 추렸다고 밝혔다. 이어 후보군 8명의 이름을 당일 공개했다. 1명은 본인 의사에 따라 밝히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위원들이 절차의 투명성을 보여주자는 의도에서 동의한 후보에 한해 이름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모든 게 처음 해보는 일이다.

KT의 변화를 보고 있자니 예전 드나들던 은행권이 문뜩 떠오른다. 주요 은행 회장, 행장 인선 시기의 기억이다. 회장·행장후보추천위원회, 이사회, 주주총회 등등. 공개모집과 면접 등 절차까지 거치다 보면 이슈를 따라가야 할 기간이 만만찮다. 롱리스트에서부터 숏리스트까지 추려질때는 치열함의 절정이다. 먼저 쓰면 '특종', 늦으면 '낙종'이다. 후자는 뭔가 비틀어 만회하는 기사라도 써야 마음이 편하다. 속보 경쟁 탓에 마지막 순간까지 오보도 많은 게 인선 기사다.

소위 '물' 먹은 기자들이 펜대로 분노를 쏟아내는 경우를 여럿 봤다. 별다른 근거 없이 '깜깜이' 인선이란 비판에서부터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개인적으로 보면 이들을 탓할 수만은 없어 보였다. 다 알려진 사실조차 은행이 맞다 틀리다 공개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깊숙한 취재원이 없으면 낭패다.

정작 취재원이 누구는 많고, 누구는 적고 문제가 아닐 때도 있다. 내부 사람에게 "후보군이 누가 됐다"고 들었는데 후에 "바뀌었다"는 말을 듣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출입기자들과 소통해보면 혼자만의 경험은 아니다. 무언가 '외압'에 따른 변화일 수도, 아니면 정보의 비대칭이 주는 혼란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핵심 원인은 절차 자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데 있다고 봤다. 절차의 불투명성이 괜한 의구심과 없어도 될 구설을 불렀다. 지난해 출입을 떠나기 전까지도 일부 은행에선 전혀 달라지지 않았던 풍경이다.

은행은 정부 당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고 수익을 낸다.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기관이다. 그런 은행조차 회장 인선에 있어서는 모든 사안을 가리기에만 급급했다. KT는 '민간기업'이면서도 이와 정반대 취지의 실험을 이번 회장 인선에서 최초로 하고 있는 셈이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결과는 일단 나쁘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절차 자체를 둘러싼 흠집내기, 흔들기식 기사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석채 전 회장, 황 회장 선출 당시를 살펴보니 지금과는 분명 기류가 다르다. '낙하산' 논란이 있을만한 이력을 가진 후보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한 몫을 했을 수 있다. 이보다는 후보자를 직접 일일이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고자 했던 진심이 통한 것이란 생각도 든다. KT가 스스로 정보 공개에 적극 나서는 변화를 준 덕분일 수 있다.

KT의 새로운 회장 인선 실험은 곧 끝을 맺는다. 회추위는 오는 26일 9명 후보군 개별면담을 거쳐 숏리스트를 결정하고 최후의 1인을 이사회에 통보할 계획이다. 회추위와 이사회 구성이 동일해서 사실상 26일 절차가 끝이다. 지금까지 상황대로만 진행되면 이번 인선은 은행이든 기업이든 본보기로 삼을 만한 사례가 될 듯하다. 성공적 실험 결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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