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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구체화 안 된' 100년 메시지, '남매의 난' 영향?신년사에 사업 계획·구조조정 방향 등 전무

유수진 기자공개 2020-01-07 08:22:15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3일 17:0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 계획이나 사업구조 개편 등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으며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말 예고한 사업 구조조정이 올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신년 메시지에 구체적인 내용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최근 불거진 한진그룹 오너일가간 경영권 분쟁의 영향이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영권 방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며 계획 수립 자체가 뒤로 밀렸거나 이미 계획을 짜 놓고도 대외 공표가 부담스러워 발표 시기를 조율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 참석해 신년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4월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래 처음으로 임직원들에게 새해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1년 전 대한항공 사장 자격으로 신년사를 발표했으나 당시엔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을 대신하는 성격이 강했다.


이번 신년사에서 조 회장은 ‘100년 기업’으로 향하는 첫 걸음을 강조했다. 지난해 국내 항공사 최초로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만큼, 올해를 ‘100년 기업’ 도약을 위한 원년으로 삼아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당부였다. 특히 임직원 모두가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그 길을 가자고 제안했다.

조 회장은 “새로운 100년을 향해 첫 걸음을 떼려는 우리 앞에 아직 아무도 걸어본 적이 없는 흰 눈이 쌓여있다고 (생각한다)”며 “눈길이 미끄러워 넘어지는 동료가 있을지 모른다. 서로 일으켜주고 부축해주면서 함께 새 미래를 향해 걸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글로벌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100년 기업 대한항공’이란 푯대를 바라보면서 함께 걸어가자”고 강조했다. 직원들간 화합과 동행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날 조 회장이 발표한 신년사는 원고지 아홉 장(1787자) 분량이었다. 그 중 대부분이 임직원들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 표현과 함께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격려로 채워졌다.

다만 조 회장은 올해 대한항공 경영 방침이나 목표, 사업구조 개편 방향 등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 당초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조 회장의 신년사에 ‘많은 내용’이 담길 걸로 예상했다. 한진그룹 회장으로서 처음 내놓는 신년 메시지인데다 국내 항공업계 전체가 유례 없는 실적 부진을 겪으며 침체된 상태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항공사를 이끄는 조 회장이 어떠한 위기 돌파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지 그의 입에 이목이 집중됐었다.

특히 조 회장이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특파원 간담회에서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한 만큼 해당 내용이 일부라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걸로 전망하며 극복 방안으로 구조조정을 언급한 만큼, 빠르게 후속 조치들이 뒤따를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작 메시지는 ‘100년 기업’이란 목표를 제시하는데 그쳤다.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나 세부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오히려 ‘희망찬 기대와 기다림에 대한 설렘을 선사하는 기업’ ‘출근이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일터’ 등 미래 대한항공의 지향점을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표현했다.

이는 지난해 사장 자격으로 했던 신년사와도 비교가 된다. 당시 조 회장은 “임직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할 것”이라며 “자랑스러운 일터,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회장 취임 이후 복장 규정을 없애고 점심시간 자율 선택제를 도입하는 등 조직 문화 개선에 앞장섰다.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실제 회사 운영에 반영하는 등 소통에도 힘썼다. 이같은 이유로 올해 신년사가 내용면에서 지난해보다 후퇴했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조 회장은 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은 것일까.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불거진 ‘남매의 난’ 때문일 수 있다는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조 회장이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만큼, 공개적으로 사업이나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는데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회사 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경우 자칫 조 전 부사장과의 갈등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에 문제를 제기한 상황에서 다시 중요한 결정을 내릴 경우 조 전 부사장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을 '한진칼 대표이사'로 칭하는 등 한진그룹의 총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이 올해엔 예년과 달리 신년사를 외부에 공식 배포하지 않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대한항공은 시무식을 마친 후 현장 사진과 함께 신년사를 공개해왔으나 올해는 이를 자제했다. 최대한 조용히 시무식을 치르는데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해 사업 계획이나 경영과 관련된 자세한 사안은 추후 IR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신년사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새해 덕담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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