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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인사이드 빌 게이츠’, 혹은 천재 갑부의 머릿속 들여다보기우리가 알지 못했던 유년 시절과 은퇴 이후 사회공헌 활동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20-01-06 11:32:04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6일 11:2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TT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사실상 독점해왔던 넷플릭스의 입지가 축소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마블을 비롯한 디즈니 계열 스튜디오의 작품들부터 넷플릭스에서 차츰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넷플릭스는 최근 ‘아이리시 맨’, ‘결혼 이야기’ 등의 오리지널은 물론,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미국외 국가의 영화•드라마들과 다큐멘터리들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가 국내 가입자들이 2019년에 가장 많이 본 다큐멘터리 10편의 리스트를 발표한 것도 그런 대응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 리스트에는 칼라로 변환된 기록 영상들로 만들어진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블랙홀의 실체를 최신 과학지식들을 통해 다룬 ‘노바:블랙홀 아포칼립스’ 그리고 빌 게이츠를 다룬 ‘인사이드 빌 게이츠’(Inside Bill's Brain)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인사이드 빌 게이츠’의 경우, 제목만 보면 상대적으로 흥미를 끌기 어려운 작품이다. 20세기 말을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에 대해, 50분짜리 3편으로 만들 만한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지 의문이 앞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다큐는 인물을 조망하는 관점에 따라 완전히 새롭고 흥미로운 컨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매우 영리하게 증명해낸 수작이다.

감독 데이비스 구겐하임이 동원한 그 새로운 관점이란, 빌에게 영향을 미쳤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은퇴 이후 그가 집중하고 있는 자선 활동들 사이의 연관 관계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앨 고어를 전면에 내세워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 변화의 원인들을 직설적으로 까발려 아카데미상을 받은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2006) 때와는 완전히 다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개인사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빌 게이츠라는 인물을 조망하는 다큐 '인사이드 빌 게이츠'


하버드를 중퇴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한 후 성공시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는 과정은 그저 맥락 차원에서 다뤄질 뿐이다. 그보다는 빌의 어린 시절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쳤던 어머니이자 비즈니스 우먼 메리 게이츠, 고등학교 단짝이었으나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켄트 에반스 그리고 MS의 초기 직원이었다가 아내가 된 멜린다 게이츠 등의 이야기가 전면에 등장한다.

그들과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빌이 직접 이야기하게 함으로써, 피상적으로만 알았던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폴 앨런이 사실은 첫 번째 창업 파트너가 아니었고, 어머니의 강권으로 워렌 버핏을 만났다가 절친이 되었으며, 멜린다와의 결혼 이후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하기 어려웠다는 흥미로운 사실들도 알게 해준다.

그러한 빌의 인간적인 경험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다큐는 은퇴 이후 그가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진행해 온 3가지 주요 프로젝트들로 화제를 돌린다. 저비용 고효율 화장실의 발명, 소아마비의 완전한 퇴치 그리고 차세대 원자력 발전설비의 개발 등은 인류에게 지워진 난제들 중에서 빌이 재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관여하는 것들이다.

화장실, 소아마비, 원자력 발전이 난제인가? 왜 빌은 그것들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던 것일까? 다큐는 저개발 국가들의 열악한 화장실 상황과 그로 인한 문제점들,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장벽으로 인한 일부 국가에서의 소아마비 종식 실패, 오래된 기술에 의존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현 원자력 발전설비 등 빌이 이 난제들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를 깊이 있게 파고든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뽑아온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 과정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인간적인 경험들과 타고난 천부적인 지능을 복잡한 문제점들의 해결을 위해 집중시키는 빌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재단 하나 만들어 생색내기 자선사업이나 하고 있으리라 넘겨짚었던 것이 부끄러워질 정도다.

“내 두뇌가 활동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수줍게 말하며 휴가를 맞아 오두막에 혼자 들어가 수십 권의 전문 서적을 읽는 천재 갑부의 복잡다단한 머릿속을 이 다큐를 통해 들여다보는 것은, 자아 성찰의 기회라는측면에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인사이드 빌 게이츠’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x8qsWi99T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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