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 눈돌리는 SK하이닉스, 성장동력될까 메모리 넘어 비메모리 다각화‥해외 기업과도 협업
김슬기 기자공개 2020-01-15 08:15:52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4일 14: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자동차 전장(전자부품) 반도체 분야라는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2020에서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부품 등을 소개하는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한 축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SK하이닉스는 자동차 반도체 쪽으로도 서서히 영역을 키워나가면서 폭발적인 반도체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장 부품의 경우 진입장벽이 높아 실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장부품 관련 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에서 전장부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기는 2016년이다. 그해 5월 '오토모티브(Automotive) 태스크포스(TF)'가 공식적으로 출범했고 그해 말 팀으로 승격됐다. 아직 조직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서서히 자동차 반도체 분야가 확대되면 조직 역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해당 부서에서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중에서도 D램 비중이 높기 때문에 비메모리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D램 시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올해 실적은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시급하다.
전장 반도체는 자동차에 탑재되는 이미지센서나 내비게이션, 오디오 등에 사용되는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를 뜻한다. 엔진, 트랜스미션 등을 제어하는 전기제어장치(ECU)가 핵심이다. 해당 반도체 시장은 유럽과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네덜란드의 NXP가 1위업체다. 독일 인피니온,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등이 자리잡고 있고,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뛰어들었다. 해당 분야는 절대강자가 있지 않고 수십여개의 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정통 반도체 회사로 최근 대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전장부품 사업과는 다른 형태를 띄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장사업 진출을 위해 하만(Harman)을 인수했고, 해당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솔루션 플랫폼이나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등 다양한 제품 등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완제품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가 아닌 자동차 모듈 업체에 반도체를 납품하는 구조를 가져가야 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시장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전장용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CES2020에서 LPDDR4X와 eMMC5.1(내장형 멀티미디어카드) 등을 차량용으로 선보였다. 또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인 HBM2E도 소개했다. SK하이닉스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해당 시장에 진출한 이력이 있다. 현대전자 시설 1998년 국내 최초로 자동차 전자제어장치용 비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규모는 2018년 417억6900만달러(약 48조2600억원) 규모였고 2022년 529억2400만달러(약 61조1000억원)로, 5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이후 연평균성장률(CAGR)은 6.5%로 전망된다. 이중에서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규모는 2018년 35억6100만달러(4조1000억원)에서 2022년 49억8700만달러(5조75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CAGR은 8.6%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차량용 시스템 메모리 제품은 개발해 납품하고 있고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확대를 위해 외부 업체들과도 협업을 넓혀나가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중국의 AI스타트업인 호라이즌 로보틱스에 투자한 바 있다. 해당 투자는 SK차이나와 SK하이닉스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 기업은 2015년에 만들어진 곳으로 자율차량 및 기타 사물인터넷 장치를 구동하기 위한 AI칩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아우디, 충칭 창안 등과 제휴하는 등 완성차 기업들과도 협업하고 있다.
다만 전장용 반도체 시장은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업력과 신뢰도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후발주자가 진입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또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SK그룹 차원에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세운만큼 그룹 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용 반도체에 대응하기 시작했다"며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크지는 않지만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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