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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분석/부방그룹]'차남' 이중희 부사장 무게추 실리나지주사 부방 지배력 강화… 그룹내 핵심 사업도 가전에서 평형수처리 이동

윤필호 기자공개 2020-01-20 08:26:16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7일 1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견 가전그룹 부방의 지배구조가 차남에게로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지주사 역할을 하던 부방의 최대주주가 이동건 회장의 장남인 이대희 부방 부회장에서 테크로스로 바뀌었는데 테크로스의 최대주주가 차남 이중희 테크로스 부사장이기 때문이다.

지배구조뿐만 아니라 핵심 사업도 자연스럽게 교체되는 모습이다. 기존에 메인 사업은 쿠첸 중심의 생활가전이었지만 최근 몇 년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영향력이 급격하게 줄었다. 국내 밥솥 시장이 한계에 달하면서 전체 매출 볼륨의 감소세를 막지 못한 것이다. 빈 자리는 해양 수처리 사업을 영위하는 테크로스가 채우고 있다.

◇차남 이중희 부사장 부방 지배력 강화

부방그룹 중심에는 지주사인 부방과 최대주주인 이대희 부회장이 있었다. 이동건 회장과 경영권 승계 절차를 밟고 있던 이 부회장은 부방과 쿠첸으로 이어지는 라인의 중심을 지켰다. 하지만 최근 지분 변동에 따라 이중희 부사장이 지배구조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장남 이대희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부방 지분 18.48%를 테크로스에 매각했다.

2000년 설립한 테크로스는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테크로스의 최대주주는 55.05% 지분을 가지고 있던 이동건 회장이었는데 최근 차남 이중희 부사장이 기존 19.09%에서 38.41%로 지분을 늘리며 최대주주에 자리에 올랐다. 이 회장이 보유한 18.83%와 이 부회장의 6.84%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그동안 부방은 장남인 이 부회장이 부방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형태로 경영 승계가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2008년 아버지 이 회장으로부터 부방테크론(현 부방) 주식 62만6395를 매입해 지분 25.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부방테크론은 리빙사업부와 유통·전자부품사업부를 각각 인적분할과 물적분할하면서 지주사 부방과 쿠첸, 부방유통으로 쪼개졌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부방의 신주를 취득해 지분율을 2014년 말 기준으로 30.37%까지 늘렸다. 2016년 부방은 경영시스템 선진화를 명목으로 부산방직공업과 합병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부산방직공업의 지분을 48.5% 보유한 최대주주였는데, 이 과정에서 부방 지분을 34.85%로 더욱 늘렸다.

올해 들어 이 같은 구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차남인 이 부사장은 테크로스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지주사인 부방을 손에 넣었다. 이 부사장이 직접 보유한 부방의 지분은 10.3%로 형인 이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11.55%)보다는 적다. 하지만 테크로스를 통해 우회적으로 보유한 지분을 합치면 20%를 넘긴다. 여기에 이 부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제이원인베스트먼트는 부방의 지분 5.33%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테크로스와 제이원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지주사인 부방의 지배력을 가져가면서 그룹 내 확실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부방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도와 매입 과정은 모두 내부적인 합의 하에서 진행된 사안"이라며 "후계자 논의 등도 정해진 사안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쿠첸에서 부방으로 이동한 이대희 부회장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지주사 부방에서 신규 사업 발굴 등의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룹 핵심사업도 가전→수처리 이동

부방의 지배구조 개편은 핵심 사업의 우선순위도 바꾸는 결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부방그룹의 핵심사업은 쿠첸이 영위하는 전기밥솥 등 주방가전이었다. 부방그룹의 밥솥 사업은 1976년 설립된 삼신공업사가 1979년 국제전열공업으로 회사가 상호를 바꾸며 본격화했다. 이 시기에는 LG전자에 전기다리미와 전기주전자 등 전열기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공급했다. 2009년 웅진으로부터 관련 사업부를 인수했는데 기존의 자체 브랜드인 '리홈'을 '리홈쿠첸'으로 바꾸었다. 그러다 2015년 지금의 쿠첸으로 사명과 브랜드를 통일했다. 이 과정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장남인 이 부회장이다.

하지만 쿠첸의 가전 사업은 2017년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쿠쿠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실적은 꾸준히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 감소한 2373억원에 그쳤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84억원, 65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이듬해 상황은 소폭 개선세를 보였지만 어려움은 여전했다. 영업이익 20억원, 당기순이익 7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매출액은 전년보다 5.9% 줄어든 22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을 놓고 쌀 소비 하락과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즉석밥 시장 확대 등의 악재가 원인으로 제시됐다.

결국 부방은 지난해 쿠첸을 4년만에 다시 불러들여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부방은 쿠첸 주주들의 보유주식을 받고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주식은 쿠첸 주식 1주당 2.2078196주의 교환비율로 쿠첸 주주들에게 넘기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했다.

부방이 쿠첸 지분을 100% 보유하면서 쿠첸은 상장사 주식분산 요건을 갖추지 못해 결국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지난해에도 부진이 여전하자 올해 쿠첸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을 꾀했다. 16일 박재순 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기존 대표직을 맡던 이 부회장은 지주사인 부방 부회장으로 이동하면서 사실상 쿠첸 경영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흔들리는 쿠첸과 달리 테크로스는 실적 개선과 LG전자 자회사 인수 성사를 통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중희 부사장의 평가도 오르면서 입지도 강화됐다. 결국 그룹의 중심 사업도 테크로스가 영위하는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1위 기업인 테크로스는 최근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LG전자 자회사인 LG히타치워터솔루션(현 테크로스워터앤에너지)과 하이엔텍(테크로스 환경서비스) 인수에 성공하며 이 같은 구도에 더욱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사업영역을 산업용(폐수 포함) 수처리 사업과 상수도 사업, 환경기초시설 운영 분야로 다각화를 꾀하고 장기적으로 종합환경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가 한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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