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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수차례 생보사 '입질'...이번엔 성공할까 [KB, 보험업 메기될까] ②ING생명 인수 실패 후 다수 매물 접촉

손현지 기자공개 2020-01-29 08:30:15

[편집자주]

이번엔 KB 차례다. 신한금융그룹이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통해 한발 달려나가자 KB금융그룹은 푸르덴셜생명을 타깃으로 삼고 견제에 나섰다. 푸르덴셜생명 매각에 따른 보험업계의 변화와 파장, 그리고 비은행부문 확대를 노리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비전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1일 16: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그룹 자회사인 KB생명보험은 자산 규모(10조4079억원)가 작고 방카슈랑스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다. KB생명의 오가닉(Organic) 성장은 분명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생보업을 키우려면 인수합병(M&A)을 통한 인오가닉(Inorganic)성장이 유일한 해답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줄곧 생보업 포트폴리오 보강을 강조해온 이유다.

무엇보다 생보사와 손보사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생보사는 손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자금을 장기간 운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다면 수익성 측면에서는 손보사가 유리한 측면도 있다. 때문에 생·손보사의 운용 자금의 규모나 수익성 균형을 맞추는게 중요하다.

KB금융은 2015년 6월 LIG손해보험(현 KB손보)를 편입하며 손해보험 포트폴리오를 보강했지만 생보업 영업력은 여전히 미약했다. KB생명의 자산규모나 순이익은 26개 생보사 중 하위사에 속하고 있다. NH농협생명이나 신한생명 등 경쟁사에 비해 한참 밀린다.

◇ING생명 2번의 무산, 생보업 M&A '절실'

그룹 차원에서 생보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기 시작한 건 2012년, 어윤대 회장 시절 부터다. 당시 KB금융과 지분적 연결고리가 있던 ING그룹의 ING생명 한국법인이 매물로 등장했다.

당시 KB금융은 홍콩 생명보험사 AIA를 따돌리고 ING생명 인수를 위한 단독협상에 나섰다. 당시 조율된 가격은 2조2000억원대. 거래 양측은 가격조정도 끝난 상황이었다. 그러나 KB금융 사외이사가 반대하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어 전 회장이 설득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후 ING생명은 1조8000억원에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에게로 허무하게 넘어갔다.

윤 회장은 2014년 취임한 뒤 손보-증권-카드-캐피탈로 이어지는 비은행 라인업을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생보사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둔 터라 자본 확충 기준이 명확치 않았던 탓이다.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M&A에 따른 변수가 많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윤 회장은 KB생명과 GA(법인보험대리점)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키로 했다. 전속 설계사 채널을 일시에 확대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KB생명 경쟁력 강화도 등한시 한 건 아니었다. 사실상 KB생명은 태생적으로 방카슈랑스 의존도가 높다. 이는 계열사 국민은행의 채널 지원을 받은 영향이 크다. 국민은행은 2003년 영업창구를 통해 보험 상품 판매를 허용하는 방카슈랑스 제도가 도입된 이후 우호 협력사인 ING생명과 활발한 방카슈랑스 판매 행보를 보여왔다. KB생명이 2009년 4월 KB금융에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이런 국민은행의 보험 판매채널 노하우를 그대로 흡수했다. 구조적으로 자체적인 경쟁력 제고가 어려운 배경이다.

윤 회장이 2017년 KB금융 사외이사 진열에 미국 국적의 스튜어트 솔로몬 이사를 추가한 것도 생보업 강화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당시 외국인 사외이사 발탁은 그야말로 '깜짝' 인사였다. 솔로몬 이사는 1995년 한국 메트라이프생명 입사 후 2011년 12월 회장으로 퇴임하기까지 16년간 생보업계에 몸 담은 '보험통'이었다. KT사외이사,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부회장도 역임했다.

윤 회장은 KT 사외이사 재직시절 동료 인연으로 솔로몬 이사를 KB금융으로 영입했다. 일종의 보험업 구원투수 역할이 필요했던 셈이다. 보험업을 비롯, 비은행 부문에 대한 이사회의 자문기능 강화를 꾀했다.

그러던 중 2018년, ING생명이 매물로 재등판했다. 윤 회장은 ING생명에 대한 예비실사를 진행했다. 부채관리 역량, 자산관리(WM)상품, 포트폴리오 등 변화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봤다. 자산 10조원이 채 안됐던 KB생명이 40조원에 달하는 ING생명을 품을 경우 단숨에 업계 5~6위로 뛰어오를 수 있는 기회로 판단했다. 그러나 ING생명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건 신한금융이었다.

◇상위권 생보사 매물 스터디 완료...매력적이라면 국내외 무관

ING생명 인수권을 신한금융에 넘겨준 뒤 KB금융은 매물로 언급됐던 여러 생명보험사를 스터디하기 시작했다. 윤 회장은 "당분간 생보사 인수경쟁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했지만 자본활용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KB금융의 자금력을 보면 지난 9월 말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지주사 자기자본/자회사 출자총액)이 126%에 육박한다. 추가 출자여력은 9000억원인데 자사주 활용시 2조2000원 정도로 늘어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나 배당 등을 가정할 경우 M&A를 위한 출자여력은 3조5000억~4조원까지도 확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4년여 간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였다. 지난 2016년부터 총 4차례에 걸쳐 축적해온 자사주 보유량만 현재 1조3000억원(소각분 반영)에 달한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서 회계상 자본차감 항목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포괄적 주식교환을 할때 매각 효과를 얻으면서 보통주자본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M&A에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경쟁사인 신한금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한은 오렌지라이프 인수, 글로벌 진출 등 비이자 포트폴리오 확보차원에서 앞서나가고 있었다. 때문에 KB금융은 빅4 생보사를 제외한 자산 사이즈 10위권 내에 속한 보험사들은 대부분 검토했다. 미래에셋생명부터 동양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 잠재적인 매물은 물론 KDB생명까지 다각도로 살펴봤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지난 10월까지 배타적 협상권을 받아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과 미래에셋측은 협상과정에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가격조정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당시 원매자측은 당초의 보험사 경영 목적과 달리 생보업계에 대한 규제가 상당한 점에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과의 협상도 기초적인 수준에서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이 재무적투자자(FI) 보유 지분을 우선 인수해 협업체계를 구성하고 추후 순차적으로 교보생명의 경영권을 인수해 갈 수 있다는 요지였다. 그러나 딜을 위해 이렇다할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투자금 회수를 놓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간의 입장 차이가 커 국제중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교보생명측은 이와 관련 "현재로서는 매각 계획이 전혀 없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매물로 나온 KDB생명도 KB금융 참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KB금융으로서는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시 막대한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KB의 기업가치에 도움이 될 만한 매물이 나온다고 하면 국내·외 가능성을 모두 열고 있다"라며 "다만 그동안 과감하게 뛰어들 만한 매력적인 매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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