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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대체율에 관한 소고(小考) [WM라운지]

김태우 한화생명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공개 2020-01-28 08:55:29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3일 10: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수시대에 장수리스크를 헤지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연금이다. 특히 은퇴자가 장수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종신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연금이 아닌 일시금을 다른 곳에 투자해 은퇴자금을 마련하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을 ‘연금퍼즐(annuity puzzle)’ 또는 ‘연금수수께끼’라고 한다.

또 생애주기 가설에 따르면 인간은 은퇴와 같은 소득변동(감소)을 감안해 일생 동안 소비 한계효용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consumption smoothing)하기 위해서 은퇴자산을 축적한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실제 은퇴자는 은퇴직후 소비수준이 은퇴이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은퇴소비퍼즐(retirement-consumption puzzle)' 현상이 나타난다.

그 이유는 은퇴 후에는 저축의 필요성과 부양책임 등의 감소 그리고 자녀상속에 대한 니즈가 소비지출을 줄이는 행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생애주기 가설은 소득의 변동과 관계없이 일정한 소비수준 유지로 생애효용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다. 일정한 소비수준 유지를 위해서는 은퇴 전·후 노후소득에 대한 적정성(adequacy)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대표적으로 은퇴자산과 연금 등 노후소득에 대한 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소득대체율(income replacement rate)’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퇴직 전후 소득(소비)을 비교한 가장 익숙한 지표다. 하지만 소비자가 인식하는 소득대체율은 몇 가지 한계점이 존재한다.

먼저 소득대체율은 실제소득(소비)수준을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 가령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은 높은 소득대체율, 고소득층은 낮은 소득대체율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실제 은퇴시기에 소득(소비) 수준은 정반대다. 경우에 따라서 왜곡된 해석을 할 수 있다.

둘째, 은퇴 전·후 소득(소비)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보통 소득은 ‘생애평균 소득’ 또는 ‘퇴직직전소득’으로 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것은 퇴직을 앞둔 사람에게는 참고할 만한 유용하고 효과적인 지표일 수 있지만, 은퇴와는 거리가 먼 20, 30대의 경우는 사실 매력적인 기준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20, 30대의 경우는 지금과 달리 소득과 소비의 패턴이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젊은 세대는 미래에 소득(소비)수준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마지막으로 은퇴저축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소득대체율은 대부분 공·사적 연금에만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개인 또는 가구주의 주요한 은퇴소득은 연금소득 외에 다양한 금융자산뿐만 아니라 특히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은퇴소득자원(resource)을 소득대체율 계산시 간과하는 경우 은퇴소득 부족 리스크를 왜곡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제 100인 이상 사업장 중 3층 연금(국민/퇴직/개인연금)을 모두 가입한 비율은 10% 내외로 나타나서 사실 연금만으로 은퇴저축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행히 요즈음 주택연금에 관한 연구가 예전과 달리 매우 활발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주택은 과거처럼 은퇴자가 거주하다 자녀에게 물려주는 단순한 실물자산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주택연금은 노후에 삶의 수준을 높이고, 빈곤율을 낮출수 있는 몇 안되는 중요한 은퇴소득자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 교수는 “한국의 역모기지론은 은퇴자에게 축복이다. 이것이 없는 나라도 있는데, 이를 은퇴자에게 맞게 제대로 설계하면 더 좋은 제대로 발전시킬 수 있다”라고 얘기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소득대체율은 은퇴저축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익숙한 지표며 훌륭한 가이드다. 다만 퇴직직전소득, 생애평균소득 등과는 무관한 현재 은퇴자 생활수준과 관련된 특정 소득(소비)수준을 벤치마크 지표로 사용한다면 더 직관적인 접근법이 되지 않을까. 여기에 연금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금융자산 재원 등을 활용하면서, 젊은 세대에게도 좀더 친숙한 은퇴저축을 위해 새로운 지표로서 역할을 기대해본다.

김태우 한화생명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前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부소장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위원
경희대학교 (Pension & Finance) 박사과정 수료
보험연수원 연금(은퇴설계) 전문가 양성과정 교수
생명보험협회 사회공헌위원회 위촉 노후설계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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