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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뉴롯데 전략]"쿠팡 따라가지 마라" 엄포에 담긴 의미①이커머스 변화 놓친 탓 성장정체, '트렌드·수익성' 고민

최은진 기자공개 2020-02-04 09:15:10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1일 07:4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위닝 스피릿(Winning spirit).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연초 사장단 회의인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수차례 강조한 단어들을 관통하는 의미는 '혁신'이다. 그룹의 근간이 되는 유통 및 식품 사업의 부진이 변화나 트렌드를 읽지 못한 임원들의 관성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던 이건희 회장의 심정만큼 절박하다"고 표현한 신 회장은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다. 유통분야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 전략, 식품사업의 해외 자회사 관리, PB 상품 전략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신 회장은 '쿠팡'을 겨냥하며 "따라가지 마라"는 엄포를 내렸다. 이 말엔 앞으로 펼쳐질 롯데그룹의 신(新) 경영전략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패러다임 시프트' 놓치며 실적 반토막 '최대위기'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전체 계열사가 벌어들인 총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2018년 73조4300억원, 5520억원이었다. 2017년 기록한 72조1810원, 3조2020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정체를 나타냈고, 당기순이익은 절반 이상 축소됐다.


그룹의 주축인 유통 및 식음료 사업의 부진이 배경으로 꼽힌다. 각각 사업분야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의 매출액은 같은기간 예년수준을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롯데쇼핑은 4650억원을, 롯데칠성음료는 5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롯데그룹 유통 및 식음료 사업의 부진이 일회적이냐 한다면 그렇지 않다. 특히 최대 매출처인 유통의 경우 구매 패러다임 자체가 온라인으로 바뀌었는데 이를 따라가지 못한 채 오프라인 중심의 전략을 고집한 것이 근본적 패인으로 거론된다. 신 회장 역시 이를 꼬집었다. 이달 15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작심한 듯 전 사업 부문에서 일어난 '패러다임 시프트'를 놓치고 있다고 꾸짖었다.

신 회장이 강조한 '패러다임 시프트'란 무엇일까. 그의 과거 발언에서 이를 찾을 수 있다. 신 회장은 2013년부터 옴니(Omni)채널을 강조했다. 온-오프라인 양대 유통 플랫폼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채널 중심의 영업망은 온라인 채널로 전환되지 못했다. 각 계열사들이 각각의 온라인 및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어 영업채널을 구현했지만 일원화 시키지 못한 탓에 고객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롯데그룹의 7개 계열사 온라인 플랫폼의 거래액은 약 8조원 수준. 신흥 유통강자인 쿠팡의 12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유통공룡 롯데그룹이 신규 트렌드에 도태되면서 신생사에 구매고객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신 회장이 강조한 옴니채널의 현실화는 결국 구현되지 못한 셈이다. 신 회장은 이를 기존 것을 고수하려는 '관성' 탓으로 돌렸다. "다 버리고 다 바꿔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쿠팡의 '유연함' 인정, 지속가능성장은 '과제'

그렇다면 신 회장이 생각하는 혁신은 무엇일까. 이 역시 그의 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임원회의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쿠팡 따라가지 마라"는 주문을 내렸다고 전해진다. 유통강자인 롯데그룹이 신세계그룹과 같은 대형사가 아닌 신생사를 특정한 것도 주목되지만 따라가지 말라고 주문한 것 또한 꽤 흥미롭다는 평가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새로운 경쟁자로 '쿠팡'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누가 '적'인지를 정확하게 지목했다는 것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온라인 및 모바일 구매고객·빠른배송·간편한 결제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쿠팡의 전략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실제로 롯데는 이를 염두에 두고 유통 플랫폼 개발에 한창이다.

지난 2년간 이커머스 사업 강화를 위해 투자한 자금만 약 3조원이다. 계열사 및 사업별로 흩어져 있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등을 '롯데ON'으로 통합하고 소비자 중심의 구매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다. 2018년 독립적인 계열사였던 롯데닷컴을 롯데쇼핑이 흡수합병 한 것도 이의 일환이었다. 2년 내 온라인 매출을 현재의 3배인 20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공표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를 찾은 김범석 쿠팡 대표(왼쪽)를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오른쪽)가 배웅하고 있다.
신 회장이 쿠팡의 최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물론 최고경영자(CEO)인 김범석 대표와 친분을 맺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 회장이 직접 신흥강호들과 소통하면서 관련 시장의 성장성이나 트렌드에 공감대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의 판매전략이 기존과는 완전 다른 방식으로 구현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롯데그룹이 티몬 등 이커머스 기업 인수를 심도있게 검토한 것 역시 이의 일환이다.

또 신시장에 대한 쿠팡의 유연함이나 안되면 바로 접는 빠른 결단 등도 쿠팡을 경쟁자로 인정한 배경으로도 꼽힌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 혁신이 쉽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신 회장이 "안되면 빨리 다 접어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 회장은 쿠팡을 지칭하면서도 '따라가지 말라'고도 덧붙였다. 쿠팡의 사업모델이나 철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는 '지속가능 성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로도 해석된다. 특히 이커머스 업체의 가장 큰 과제와도 같은 '수익성'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오프라인 사업에 비해 온라인 사업은 마진율이 낮다. 쿠팡을 비롯해 대부분의 이커머스 기업들도 적자를 보고 있다. 여기에 후발주자라는 아킬레스건까지 더해지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한다고 한들 성과로 이어지긴 어렵다. 신 회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 고객으로 이어지게 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오프라인 플랫폼 등 기존사업이나 전략도 포기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이어진다.

기존의 룰(Rule)이나 이미 시장에 안착한 아이디어가 아닌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라는 주문으로도 해석된다. 단순히 쫓아 가는 게 아닌 만드는 '존재'로서 입지를 갖자는 말이다. 게임 체인저, 위닝 스피릿이란 얘기도 이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말로 풀이된다. 결국 롯데그룹의 신경영전략은 트렌드와 수익성, 그리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등이 연결되는 지점에서 새로운 전략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쿠팡 따라가지 말라'고 주문한 것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다"며 "변화에 늦어진 상황에서 과감한 혁신을 하되 기존 것들과의 연계성이나 시너지 등을 고려한 새로운 전략을 의미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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