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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덴셜 인수 이중레버리지 부담…주식스왑 활용할까 [KB, 보험업 메기될까] ⑤현대증권 인수 당시 같은 방안 활용…인수 후 배당 확대로 레버리지비율 축소

김장환 기자공개 2020-02-03 13:01:29

[편집자주]

이번엔 KB 차례다. 신한금융그룹이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통해 한발 달려나가자 KB금융그룹은 푸르덴셜생명을 타깃으로 삼고 견제에 나섰다. 푸르덴셜생명 매각에 따른 보험업계의 변화와 파장, 그리고 비은행부문 확대를 노리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비전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0일 08: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그룹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려면 2조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할 전망이다. 사모펀드(PEF)들이 대거 예비입찰에 참여하는 등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가가 2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심지어 원매자 측은 3조원대를 바라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KB금융 가용자금 한계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2조원대 자금을 투입하게 되면 KB금융지주 이중레버리지비율은 대폭 오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높은 편이어서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었다.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자칫하면 이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 약화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성사시키려면 주식스왑 방식을 동원하는 것 외에 방법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분을 선제적으로 인수한 뒤 주식을 교환해 잔여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과거 KB증권(옛 현대증권)을 사들일 때 이 같은 방식이 동원됐다.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인수할 때는 일부 지분 확보 후 자사주를 활용해 잔여지분을 확보했다.

물론 후순위채 등 차입을 통해 자기자본을 확대, 이중레버리지비율을 방어할 수 있지만 자본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KB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지난해 9월말 기준 14.39%로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채권 발행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대증권 인수 당시 일부 지분 매수 후 주식교환 방식 동원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주회사가 외부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해 자회사에 지분을 투자한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100% 이내면 차입으로 자회사 지분을 투자한 게 없다는 것이며 이를 넘어가면 외부 차입을 끌어와 투자를 했다는 의미다. 과도하게 높아지면 지주사 현금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감독당국은 금융지주사 이중레버리지비율을 오래 전부터 감시하고 있다. 차입을 통한 과도한 확장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2009년 이전까지만 해도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00%를 넘지 않도록 강제했다. 이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자기자본의 100% 내 자회사 출자한도 규제는 폐지됐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사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30%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이 금융지주사들 중에서도 유독 높은 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125.59%대다. 이 기간 국내 9개 금융지주사 평균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18% 가량이다. KB금융지주 경우 금감원 권고 사항인 이중레버리지비율 130% 마지노선에 바짝 다가서 있다. 이를 보다 낮추는 게 KB금융지주가 안고 있는 고민이자 해결하기 쉽지 않은 숙제다.

KB금융지주가 자회사에 추가 출자할 수 있는 가용자금은 1조원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KB금융지주의 자회사 출자총액(장부가)은 19조2384억원이다. KB금융지주 별도기준 자본총계는 24조1621억원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 출자총액/자기자본*100)이 125.59%대란 점에서 보면 약 8500억원대 자회사 추가 출자만 감행해도 금감원 권고 사항인 130%를 넘게 된다. 권고이긴 하나 금감원 종합검사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수치다.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 인수가는 2조원대가 거론된다. 이중레버리지비율 130% 마지노선을 고려할 때 가용할 수 있는 출자금 8500억원은 이를 인수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KB금융지주가 이를 전량 투입할 경우 인수할 수 있는 지분은 42% 조금 넘는 수준이다. 물론 이중레버리지비율을 금감원 규제 기준 최고치까지 올려가며 푸르덴셜생명 지분을 사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은 지분 일부를 인수한 후에 잔여지분을 지주사의 신주 등을 교부해 주식스왑으로 확보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KB금융지주가 과거 현대증권을 인수할 때 보여줬던 인수 구조이기도 하다. 당시 1조2500억원대 자금을 들여 현대증권 지분 22.6% 가량을 우선 매수한 KB금융지주는 이후 신주를 발행해 잔여지분과 스왑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과 우리파이낸셜(KB캐피탈)을 인수할 당시에는 비슷한 방식을 쓰면서도 자사주를 활용했다. 양측 지분을 각각 61%, 48% 가량 먼저 사들인 뒤 잔여지분은 KB금융지주 자사주와 교환해 확보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기주식 2847만7202주를 보유 중이다. 28일 코스피 거래시장 종가 기준 1조2601억원 규모에 달하는 주식수다.

◇푸르덴셜생명 배당금으로 이중레버리지비율 축소 가능

푸르덴셜생명 인수 후에는 배당을 활용해 이중레버리지비율을 줄여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배당을 받게 되면 모수인 자기자본이 늘어난다. 배당 수익은 별도기준 재무지표에서 이익잉여금으로 잡힌다. KB금융지주의 지난해 9월 말 자본총계(24조1621억원)를 기준으로 보면 1000억원대 배당금 유입시 이중레버리지비율이 6%p 가량 떨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푸르덴셜생명은 배당 여력이 충분한 상태다. 가장 마지막으로 공시된 재무지표를 확인해볼 수 있는 2018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그 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이 1조9478억원이다. 이 중에서 법정적립금과 대손준비금, 임의적립금을 제외하고 배당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 지표로 볼 수 있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은 1조9006억원에 달한다.

오랜 기간 안정적 배당을 실현하고 있기도 하다. 2017년 거둬들인 1644억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반으로 2018년 700억원대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KB금융지주에 인수되면 이보다 공격적 배당을 실시할 전망이다. 투자금을 서둘러 회수하려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KB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을 줄이는데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푸르덴셜생명 인수 본입찰은 내달 초 진행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KB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을 낮추면서도 푸르덴셜생명 인수 대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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