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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장 선출 원점으로…회장-행장 분리 '불확실' [DLF 제재심 중징계 파장] 회장 연임 여부 빨간불…계열사 사장단·임원 선임도 '연기'

김장환 기자공개 2020-02-03 13:03:33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1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그룹이 우리은행장 선출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거취가 불투명해지면서 모든 게 꼬였다. 회장과 행장의 분리 선출을 과연 실현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해 보인다. 회장 자체를 새롭게 뽑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는 31일 모임을 갖고 우리은행장 선출 절차를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와 김정기 집행부행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 3명으로 숏리스트를 꾸리고 이들 중 한 명을 행장 내정자로 선출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전날 손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책임에 따른 문책 경고를 받으면서 중도 하차해야 할 지 모를 상황에 놓였다.

손 회장이 경징계를 받고 회장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게 확실해졌더라면 그와 궁합이 맞는 인물을 우리은행장에 올리면 됐다. 하지만 손 회장의 연임 여부가 미궁에 빠지면서 이같은 상황에 맞춰 우리은행장을 선출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그룹임추위에 포함된 손 회장이 지지했던 인물은 김정기 집행부행장이다. 손 회장은 한일은행 출신, 김 부회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한일과 상업은행이 1998년 합병해 탄생한 우리은행은 양측 은행 출신들 간의 '안분 인사' 구도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손 회장이 한일은행 출신인 만큼 우리은행장은 상업은행 출신 인사에게 맞겨 균형을 이룰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 논리대로라면 김 집행부행장이 신임 우리은행장에 걸맞은 인사였다고 볼 여지도 있다.

손 회장이 금감원 중징계에도 연임을 하게 된다면 기존 계획대로 우리은행장 선출 절차를 단행하면 되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일로 관측된다. 만약 손 회장이 중도하차하게 된다면 우리은행장이 아닌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새롭게 뽑아야 할 수도 있다. 이번 숏리스트에 포함된 후보들을 우리은행장이 아닌 회장 후보로 올려두고 논의를 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그룹임추위가 아닌 회추위를 거쳐 단행해야 하는 일이다. 그룹임추위와 회취위 구성원에 핵심 차이는 손태승 회장의 참여 여부다. 그룹임추위는 손태승·장동우·노성태·박상용·전지평·정찬형 사외이사로 꾸려져 있고, 회추위는 여기서 손 회장만 빠진 멤버들로 구성돼 있다.

회장을 새롭게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번 3명 후보자 숏리스트가 아닌 이를 완전히 새롭게 다시 꾸리고 재검토를 하는 게 불가피하다. 우리금융 그룹임추위는 차기 행장 후보군으로 내부에서만 10명 넘는 인사를 두고 이번 숏리트를 꾸렸다. 그룹임추위가 아닌 회추위를 통해 회장 인선 절차를 다시 시작한다면 이들 전부를 다시 후보군으로 올려 놓고 재논의를 할 전망이다.

회장과 행장직을 분리하는게 과연 합리적인지 역시 다시 논의를 해봐야 할 사안이다. 애초 회장과 행장을 별도로 뽑으려고 했던 건 회장은 대외적인 역량 확대에 힘을 쏟고 은행장은 은행 본연 업무만 신경쓸 수 있는 인사를 앉히려는 목적이 강했다. 문제는 우리금융그룹은 계열사 전체 수익 중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8%에 육박해서 지주와 은행의 별도 경영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의 연임이 무산되면 회장과 행장을 모두 새롭게 뽑아야 하는데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회장과 행장의 분리 실현 자체가 손 회장의 당국 중징계로 인해 무산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그룹은 행장 선임뿐 아니라 임원 인사마저도 제 때 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거쳐 손 회장 연임을 결정한 우리금융그룹은 DLF 사태 결과를 일단 지켜본 뒤 임원 인사를 실시하려고 그 시점을 2월로 미뤄뒀다. 우리금융그룹은 행장 선임 재논의에 돌입하면서 임원 인사도 뒤로 다시 미루기로 했다. 회장 인선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임원 인사도 1분기 내에 실현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손 회장이 물러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우리금융지주는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열린 이사회에서는 손 회장 연임을 결정하면서 DLF 사태 우려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을 미리 마련해뒀다. 이 경우 최동수 우리금융지주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대행 체제가 시작된다. 최 부사장 지휘 하에서 회장 혹은 행장까지 새롭게 뽑아야 한다.

앞서 관계자는 "지주 회장이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정부의 대주주 적격 승인이 필요한 M&A 전략 등을 우리금융이 구사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중징계 통지를 주총 후에 받으면 연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사회와 손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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