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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뉴롯데 전략]'공간소유' 집착 버렸다…자금조달의 진화③부동산, '필수재→조달창구' 변화…호텔·물류도 리츠 유동화

최은진 기자공개 2020-02-06 10:26:26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4일 08: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73년 첫 특급호텔인 소공동 롯데호텔, 1979년 최대규모로 건설된 소공동 롯데백화점, 2017년 최고 123층 롯데월드타워.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은 마천루나 랜드마크와 같은 '공간'의 역사로 귀결된다. '유통은 곧 부동산'이라는 집념이 공간에 대한 집착을 낳았다. 이는 곧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욕망이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다르다. 롯데그룹의 관성과도 같았던 '공간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소유가 아닌 다른방식으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통 패러다임이나 고객의 구매니즈가 공간을 초월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는 롯데그룹이 조달전략을 전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손꼽히던 '땅부자'…트렌드 변화에 '공간' 해석 달라져

"부동산은 사두기만 하면 언젠간 돈이 된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유통전략은 '부동산'으로 점철됐다. 과거 유통업에서 부동산은 '필수조건'이었다. 더 많은 고객들을 끌어모아 구매토록 하기 위해선 '공간'이 필요했다. 얼마나 좋은 입지에 구미를 당길 상품을 갖췄느냐가 유통업 성패를 좌우했다.

롯데그룹은 주요거점의 부동산을 사들이고 점포나 매장을 세웠다. 사업확장의 도구로도 활용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소공동 반도호텔 부지를 대거 매입하면서 호텔업에 뛰어들었던 게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 롯데월드 등을 잇따라 개장하며 유통 및 레저사업으로도 몸집을 불렸다.

부동산에 대한 집착은 신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에서도 잘 드러났다. 10여년간의 좌초위기를 딛고 2017년 123층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를 성공리에 개장했다. 더 높이, 더 넓은 '공간'을 소유하고자 하는 신 명예회장의 부동산에 대한 애착이 묻어난 결과물이다.

롯데그룹이 한창 서울 도심부 요지를 사들였던 1990년대에는 서울 전체의 0.03% 규모인 5만여평 정도까지 소유했었다고 전해진다. 롯데그룹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4~2005년에는 보유 부동산 가치가 삼성그룹 다음인 약 10조원 규모로 커졌다. 당시 계열사 전체 자산이 32조원 규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3이 부동산 자산이었던 셈이다.

현재 전국 1만3000여곳에 달하는 오프라인 점포는 롯데그룹 유통업 성장의 상징성과도 같다. 유통망 확대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은 물론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수단이 됐다. 그러면서도 보유부동산 가치의 상승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실속이었다.


하지만 유통업 패러다임의 변화는 공간에 대한 다른 해석을 안겼다. 고객은 더이상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지 않고, 매출정체 상황에서 매장 유지비라는 고정비는 재무부담으로 이어졌다. 롯데그룹의 자랑거리였던 랜드마크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공간에 그칠 뿐 롯데에 대한 로얄티로 연결되지 않았다.

롯데그룹의 공간소유에 대한 집착이 느슨해진 것도 이와 연결된다. 자발적이든 불가피 한 선택이든 롯데그룹은 공간소유에 대해 어느정도 내려놓은 상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0년 신년사에서 미국 화학단지 완공과 함께 리츠상장을 2019년 성과라고 자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물론 1만여개의 오프라인 점포를 버리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드시 '소유' 해야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집착'을 느슨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신 회장이 "과거 성공방식을 다 버려라"고 주문한 것도 '소유'에 대한 전략 자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몸집은 가볍게, 자산은 효율적으로…조달재원 '역할' 부상

공간에 대한 집착이 느슨해 지면서 생긴 변화 가운데 대표적인 게 있다면 '자금조달' 전략이다. 롯데그룹은 항상 조단위 자금을 확보해 놓고 있을 정도로 현금부자로 통하는 기업이었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자체 자금마련에 능한 것은 물론 우량 신용도를 갖추고 있는만큼 조달시장에서 콧대높은 그룹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형제의 난, 신 회장 구속,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문제 등 잇따라 발생한 이슈에 더해 유통업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탓에 실적이 쪼그라들자 롯데그룹의 자금조달 및 재무개선 문제가 큰 화두가 됐다.

매년 2조원 가량의 회사채를 찍었던 롯데그룹은 2017년 돌연 사모채와 기업어음(CP)으로 선회하면서 조달비용을 줄이는 데 안간힘을 썼다. 그만큼 자금조달에 부담을 느꼈다는 의미이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도 부담이 됐다. 최대한 만기를 짧게 발행하는 전략을 쓴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그간 소유하던 부동산은 또 하나의 조달전략으로 급부상했다. 소유에 대한 개념이 느슨해지면서 활용방안이 확대됐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리츠로 상장시켜 수천억원의 현금을 조달한 것이 시작이다. 추가로 백화점 6개점과 마트 3개점 등 총 1조원 규모의 자산을 롯데리츠에 처분하기도 했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몸집을 가볍게 하면서도 자산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 '리츠 발행'으로 이어졌다.


롯데그룹은 추가로 부동산 자산을 활용한 자금조달을 준비하고 있다. 리츠 뿐 아니라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백화점이나 마트 외 호텔, 물류, 오피스 등 다양한 자산을 유동화 재원으로 활용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공간소유'로 성장한 덕에 자금조달 재원이 될 만한 카드가 많아 이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목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소유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활용해 유동화 하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리츠 뿐 아니라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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