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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권 행사]한라그룹 정몽원 회장, '재선임' 될까반대의견에도 '꿋꿋', 한라홀딩스·만도 등 주력 계열사 주총 안건 상정

김경태 기자공개 2020-02-12 08:37:0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0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이 다수의 국내 상장사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가운데 그 대상에 한라그룹의 핵심 계열사도 포함되면서 한라그룹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사정권에 들어가게 됐다. 국민연금은 단순투자라고 밝히던 때에도 한라그룹 계열사들의 주총 안건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린 바 있어 올해 정기 주총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한라그룹 계열사들의 핵심 안건으로는 정몽원 회장의 재선임이 지목된다. 그는 3년 전에도 국민연금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안건이 통과되면서 등기임원 지위를 유지해왔다. 이번에도 일부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더라도 재선임을 관철시키려는 의지로 풀이돼,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3년전 '이의 제기'…한라그룹, 흘려듣기?

국민연금이 한라그룹 계열사 만도의 주요 주주로 등장한 때는 2010년 10월 11일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2010년 8월 20일에 한라홀딩스의 주식 103만9267주를 매입한 뒤 같은 해 9월 27일에 19만3271주를 장내매도해 84만5996주(4.64%)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뒤 추가 매입해 2011년말에는 지분율이 9.78%까지 올라갔다.

그러다 2014년 9월 만도를 인적분할하면서 국민연금은 만도와 한라홀딩스의 주주가 됐고 현재까지도 마찬가지다. 그룹 지주사 한라홀딩스의 지분 13.87%를 보유하고 있다고 올해 1월 7일 공시했고, 만도는 14.02%를 보유하고 있다고 이달 7일 밝혔다. 특히 만도의 경우 이달 7일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꿨다. 한라홀딩스의 경우 10일 오후 4시 현재 일반투자 변경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만도처럼 바뀔지 주목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 목적이 변하면서 만도와 한라홀딩스의 주총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단순투자라 밝히던 시기에도 한라그룹 계열사의 주총 안건에 대해 마냥 찬성하지 않았고 목소리를 내면서 입장을 확실히 했다. 6년 전인 2014년 3월 주총에서도 일부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고, 3년 전인 2017년 3월에도 마찬가지였다.

출처: 국민연금

당시 한라그룹은 한라홀딩스와 만도, 한라에서 정 회장의 등기임원 재선임 안건을 다뤘다. 이 중 국민연금은 지분을 들고 있는 한라홀딩스와 만도의 주총에서 정 회장 재선임을 반대했다. 당시 정 회장의 한라홀딩스 등기이사 재선임에 대해서는 주주가치 훼손 이력과 장기 연임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만도에서의 정 회장 재선임에 대해서는 주주가치 훼손, 이사회 참석률 저조 등을 꼽았다.

3년 전 국민연금의 반대는 눈에 띌 만한 행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56개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및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상장 계열사 264개사 중 국민연금과 의결권행사 자문기관 3사(대신경제연구소·서스틴베스트·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주총에서 모두 반대한 임원은 3명인데, 정 회장이 포함됐다.

한라그룹은 올해 3월 주력 계열사인 한라홀딩스, 만도, 한라의 정기주총 안건에 정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포함시켰다. 국민연금이 과거부터 반대를 해왔던 사안이지만 한라그룹은 꿋꿋하게 안건을 추진하는 셈이다. 최근 국민연금이 일반투자로 보유 목적을 변경한 만큼 더 거센 반대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이사회 참석률 양호…한라그룹 "연기금 반대 이유 크지 않아"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내부적인 판단과 더불어 의결권자문사 등과 협의를 통해 주총 안건에 대한 찬반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주총이 열리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검토를 지속하는 과정이라고 전해진다. 다만 3년 전 정 회장의 재선임을 반대할 때 내세웠던 이유 중 하나였던 '이사회 참석률'이 주요 평가 지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라홀딩스와 만도는 2018년 이전에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만 공개했다. 그러다 2018년부터 사내이사의 참석률도 밝히고 있다. 정 회장의 2018년 한라홀딩스 이사회 참석률은 56%에 불과하다. 9번 열렸는데 4번 불참했다. 다만 작년 3분기까지는 모든 이사회에 참석하면서 참석률 100%를 나타냈다. 만도에서는 2018년과 작년 3분기까지 모두 100%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반대의 사유로 이사회 참석률만 가지고 판단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분석된다.

한라그룹 관계자는 "2017년 이후 힘든 여건 속에서도 배당을 비롯한 주주친화 정책을 줄곧 펴왔다"며 "2018년과 2019년에 불어닥친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위기 속에서도 굳건하게 어려움을 극복해 이제는 안정된 매출과 수익이 창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회장은 경영 및 영업 능력이 뛰어나서 필드에서 없어서는 안될 포지셔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연기금 등에서 재선임에 대해 반대할 이유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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