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의 선제적 '우한폐렴' 리스크 관리 [thebell desk]
안영훈 산업3부장공개 2020-02-12 10:47:29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1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공포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설 연휴 전까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지만 국내 확진자가 한명씩 늘어날수록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업종은 유통이다. 당장 대형마트, 백화점은 물론 영화관, 놀이시설까지 다방면으로 피해가 늘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의 매출 감소는 한두달만에 정상 수준을 회복했지만 이번엔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예기치 못한 사태는 안타깝지만 이에 대처하는 국내 유통사들의 리스크 관리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2주 전만 해도 각 유통사의 대책은 메르스 사태때의 기본적인 예방책과 다르지 않았다. 열화상카메라와 손소독제 배치, 손잡이 소독 강화 등이 거의 유일한 대응책이었다. 그룹사 차원의 대책회의에서도 뽀족한 방안은 없었다. 그저 각 계열사별로 사태 장기화시 연간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만 컸다.
하지만 곧 CGV 성신여대점과 부천점을 시작으로 서울 신라면세점과 롯데백화점 등이 줄이어 폐쇄 조치와 함께 방역작업에 나섰다. 지금에는 '확진자 방문 = 폐쇄'가 당연시되지만 첫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당장 하루만 문을 닫아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매출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결단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CGV 경영진은 확진자 방문 소식을 전해 듣고 곧바로 영업점 폐쇄를 결정했다. 당장 수십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했지만 부천점의 경우 영화 상영 도중에 폐쇄 조치를 단행했을 정도로 즉각적으로 시행됐다. 이후 손실규모가 수백억원 달하는 면세점과 백화점도 확진자 방문 사실만으로 폐쇄를 결정했다. 당장의 경제적 손실보다 미온적인 대책이 가져올 리스크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우한 폐렴은 리스크 관리 입장에서 일종의 운영 리스크로 분류된다. 그동안 운영리스크는 많은 기업들이 '그쯤이야'하고 넘어갔지만 이제는 소비자 불매운동의 불씨가 되기 일쑤다.
결국 유통사들은 눈앞의 이익을 과감히 포기하고 미래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를 행한 셈이다. 별도의 매뉴얼도 없던 상황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린 유통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이번 우한 폐렴 사태가 조속히 수습돼 빠른 시일내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해지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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