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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제도 개선]'손 모자란' 수탁사에 감시기능 '실효성' 논란업무 과부하, 감시기능 여력 의문…위법행위 파악도 사실상 '불가능'

최필우 기자공개 2020-02-19 12:59:54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8일 11: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 당국이 수탁사에 펀드의 위법행위를 감시하게 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탁사가 기존 업무 만으로도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어 감시 기능까지 장착할 여력이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 수탁 업무에 임하면서 운용사의 위법 행위를 파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운용사 급증했지만 인력 '그대로'…라임 사태로 추가업무 소화

금융 당국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모펀드 재산을 수탁받은 신탁회사가 와 PBS에 운용사의 운용상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감시 기능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수탁사와 PBS가 운용사의 위법·부당행위를 가장 신속히 인지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금융 당국은 수탁사와 PBS가 운용사의 운용지시가 법령·규약에 부합하는지 포괄적으로 감시하고 문제시 운용사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운용사를 고객으로 삼고 있는 PBS가 감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탁사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 감시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수탁사의 경우 업무 과부하로 감시 업무를 추가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탁 업무는 대부분 은행이 맡는다. 수탁 업무가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 아닌 탓에 인력을 추가로 배치받지 못하고 있다. 4명 안팎의 인력이 전체 공사모펀드 운용사 고객을 관리하는 곳도 있다.

업무 부담은 사모펀드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 수는 217개로 집계됐다. 2015년 사모펀드가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되면서 빠르게 수가 늘었다. 사모펀드 설정액이 공모펀드를 넘어설 정도로 성장해 그만큼 수탁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은행에서 수탁 업무를 맡는 인력에는 큰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최근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수탁사에 추가적인 업무를 만들었다. 사모펀드에서 잇따라 리스크가 불거지자 판매사가 운용사에 투자 현황을 확인하고, 운용사가 수탁사에 투자 자산군 내역을 요청하고 있다. 판매사와 운용사가 사실상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수탁사들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운 상태다. 이에 신규 펀드 수탁을 뒤로 미루거나 아예 거절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후문이다.

◇단순 입출금 업무 주력…자금용도 파악 어려워

수탁사가 운용사의 위법·부당행위를 신속하게 인지할 수 있다는 데도 반론이 나온다. 수탁사는 운용사의 펀드 자산을 보관하고, 운용사가 요청할 경우 자산을 내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운용사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인 수탁사가 사사건건 입출금 이유를 확인할 수 없고 몇가지 정황만 놓고 위법 의도를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수탁사가 수상한 거래를 감지한다고 해도 위법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견해에 힘이 실린다. 현재도 헤지펀드 운용사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위법을 저지르는 경우는 드물다.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총수익스와프(TRS) 계약과 재간접펀드 비히클(Vehicle)을 활용해 투자 주체를 가리는 방식을 썼다. 이같이 복잡한 기법을 수탁사가 파악하고 위법으로 확신할 역량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수탁사의 업무 현실을 전혀 모르고 대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향후 유사한 사태가 불거졌을 때 감독 당국이 업계에 책임을 전가하려고 시장 참여자에게 감시 기능을 요구하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존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탁사가 감시 기능까지 갖추라는 건 수탁 업무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수탁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런 대책을 내놓은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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