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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 다시보기]원익IPS, 실적부진에 스톡옵션 전량취소성과연동형 조건에 과도한 목표치 지적도…이현덕 대표, 8만주 취소

김슬기 기자공개 2020-03-02 07:54:25

[편집자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스톡옵션은 회사가 미리 정한 가격에 신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임직원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대표적인 보상방안이다. 인재확보와 인건비 부담을 덜고 향후 회사 성장의 과실을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기부여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단기이익에만 몰두하거나 스톡옵션 행사 후 퇴사하는 등 늘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더벨은 스톡옵션으로 본 기업들의 성장사와 현 상황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8일 13: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익IPS가 지난해 실적 부진에 따라 2017년과 2018년에 임직원들에게 지급했던 주식선택매수권(스톡옵션) 전량을 취소했다. 당시 지급된 스톡옵션은 100만여주로 현재 유통주식의 2%에 해당한다. 원익IPS는 통큰 스톡옵션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스톡옵션 조건인 실적요건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모두 사라졌다. 다만 회사가 제시한 실적목표치가 과하게 높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원익IPS가 2017년 7월7일과 2018년3월 26일에 임직원들에게 부여했던 스톡옵션 전량을 취소했다. 회사 측은 "스톡옵션 행사조건 미충족으로 기존에 부여했던 수량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원익IPS는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제조용 장비를 생산하는 곳으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분투자를 할 정도로 안정적인 고객사를 두고 있다.

2017년에 부여했던 스톡옵션은 당시 총 93명의 임직원에게 56만9200주였다. 행사가액은 2만9350원이었으며 행사기간은 올해 7월8일부터 2023년7월7일까지였다. 2018년 스톡옵션은 총 100명에게 64만6800주가 부여됐다. 행사시기는 올해 3월27일부터 2023년3월26일까지였다. 행사가액은 3만4850원이었다. 개인 퇴사 등으로 취소된 수량을 고려하면 총 103만6000주가 있었다.


하지만 대량으로 부여된 스톡옵션이 취소된 데에는 '성과연동형'이라는 조건 영향이 컸다. 두 차례 모두 2019년 목표 매출 및 영업이익이 달성에 따라 행사주식수가 변동되는 형태였다. 2019년 매출 1조원 이상 및 영업이익 2000억원 이상인 경우 부여수량 100% 행사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결과적으로 2019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 스톡옵션이 취소된 것이다.

2019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6692억원, 영업이익은 411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429억원이었다. 전년대비 매출이 3%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1%, 51%가량 축소됐다. 원익IPS 측은 업황 침체로 매출 성장세가 둔화됐고 인력 및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가장 스톡옵션을 많이 부여받았던 이현덕 대표는 아쉬운 상황이 됐다. 그는 2017년 4만주, 2018년 4만주를 받으면서 총 8만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 출신으로 DS부문 상무와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 등을 역임했던 인물로 2017년에 원익IPS로 왔다. 원익IPS는 그가 온 뒤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등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 대표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임기가 3년 더 연장될 예정이다.

원익IPS의 실적이 목표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부여당시인 2017년과 2018년 실적을 보면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2017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6309억원, 영업이익은 1223억원이었고 2018년에는 6493억원, 영업이익 1059억원선이었다.

회사는 스톡옵션 조건으로 연간 1조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2000억원을 내세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목표치로 보인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배 가량 높여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원익IPS가 처음부터 스톡옵션 부여시 성과를 고려했던 것은 아니다. 원익IPS는 인수합병과 분할 끝에 탄생한 회사이다. 2010년 아이피에스와 아토 합병으로 원익IPS가 탄생했고, 2016년 4월 인적분할을 단행하면서 원익홀딩스과 원익IPS가 분할됐다. 지난해 2월에는 원익테라세미콘을 합병하기도 했다. 스톡옵션의 역사를 보려면 옛 아토 시절인 2007년까지 거슬러올라가야 한다.

2007년 3월 총 29명에게 스톡옵션을 줬고 2011년에는 총 3번에 걸쳐서 28명, 2012년에는 1명에게 부여했다. 당시 부여방법이나 행사가격은 그때그때 달랐지만 성과연동에 대한 조건은 없었다. 행사기간이 도래하면 회사의 자기주식을 받던가, 차액으로 보상받던가해서 임직원들이 수혜를 누렸다. 당시 2007년 아토의 매출은 805억원, 영업이익은 98억원이었고 2012년에는 합병 등으로 회사가 커지며 매출액은 3487억원, 영업이익은 265억원으로 확대됐다. 회사 성장의 수혜를 고스란히 가져간 것이다.

하지만 2017년과 2018년에는 상황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광 셀 장비를 만드는 원익IPS는 업황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다. 2017년과 2018년에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 영향을 받으면서 6000억원대로 뛰었다. 고객사인 삼성전자 매출도 3500억~4500억원대를 오갔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9년 업황이 꺾였기 때문이다. 실적부진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원익테라세미콘과의 합병에도 실적은 개선되지 못했다.

지난해 실적 부진에 따라 이미 부여된 스톡옵션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이사회 때에는 스톡옵션 부여에 관한 안건이 올라가지 않는다. 다만 올해에는 반도체 업황 개선이 기대되고 있고, 주요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퀀텀닷(QD) 디스플레이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원익IPS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불확실성이 커져 현재의 업황 개선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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