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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코로나19의 예언서라 불리는 영화 ‘컨테이젼’이 놓친 것들폭동·약탈보다 더 무서운 공급망 붕괴와 소비 심리 악화 그리고 경기 침체 가능성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20-03-05 11:11:50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5일 06:1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흡기는 물론 매개물을 통해 전염된다고 봐야할 듯 합니다. 매개물이라 함은 무엇인가의 표면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2천~3천번 얼굴을 만지죠. 깨어있는 동안 매분 3~5번 만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이사이에 문 손잡이, 수도꼭지, 엘리베이터 버튼은 물론 다른 사람도 만지죠. 그렇게 전염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미어스 박사(케이트 윈슬렛 분), 영화 ‘컨테이젼’

2002년 겨울 사스(SARS)가 홍콩에서 시작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됐을 때, 전세계는 전대미문의 공포에 빠져들었다. 중국 광동성에서 시작해 홍콩을 거쳐 베트남, 대만, 싱가포르, 미국 등 32개국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약 7개월 동안 8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그 중 774명이나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7년 뒤인 2009년엔 신종플루(H1N1)가 미국에서 발견된 이후, 2010년 3월까지 전세계 214개국으로 확산되며 1만8000명 이상의 공식 사망자를 낳았다. 그런 세계적 전염병 확산을 경험한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다음 번 전염병의 대유행이 벌어졌을 때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담은 스릴러 영화를 제작한다. 그 작품이 바로 ‘컨테이젼’(2011년)이다.

영화는 홍콩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마주친 이들이 미국, 영국, 일본, 이집트 등 전세계로 흩어진 후, 급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며 목숨을 잃는 상황으로 시작된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미국 질병통제국(CDC)과 세계보건기구(WHO)의 관계자들은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에 MEV-1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확산 과정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이며 동시에 그 대응 방안을 찾으려 한다.

그렇게 바이러스와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전문가들의 이야기와 함께, 영화는 공포에 질린 시민들이 겪는 혼란과 그 과정에서 사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유사 언론 및 헤지펀드 매니저 등의 모습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상의 바이러스 MEV-1이 코로나19와는 전염 속도나 치명율 등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존재함에도, 최근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를 예견한 듯 한 영화 '컨테이젼'

다만 스릴러 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MEV-1의 확산이 글로벌 경제와 사회 시스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백신의 개발이 늦어지면서 유사치료제를 구하려는 시민들 사이에 폭동과 약탈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유통업을 중심으로 하는 민간 경제와 일부 공공서비스가 멈춰진 상황을 스치듯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와 소비 심리 악화에 따른 단기적 경기 침체가 매우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OECD는 이를 반영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율 전망을 기존 2.3%에서 2.0%로 낮춘 상태다. 다만 줄어들었다는 0.3%포인트가 의미하는 바는 당사자들이 아니면 그다지 와닿지 않는 상황이다.

대신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자동차, 항공, 여행, 숙박, 영화, 공연, 오프라인 유통, 외식업종의 우울한 소식들은 훨씬 직관적으로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상황에 급격한 개선이 없다면 적어도 2분기까지는 온라인 유통, 온라인 서비스, 특정 제조업, 제약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들이 심각한 수준의 역성장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진짜 우려되는 것은 루비니 교수가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경고한 것처럼 중국의 경제성장율이 2.5~4%라는 최악의 수준까지 떨어지며 금융과 실물경제 위기에 도화선 역할을 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율 자체가 아예 역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 없다. -5.5%를 기록한 1998년 만큼은 아니겠지만, 그 여파는 분명 예상을 초월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를 통해 경험한 바와 같이 코로나19가 자연스럽게 종식되거나 혹은 독감의 일부로 흡수되면서 경제에 대한 충격이 제한적으로만 발생하고 사라질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컨테이젼’의 경우 영화인만큼 미국에서만 250만 명의 사망자를 내는 최악의 상황이 지나고 나서야 백신이 개발되어 공급되는 극적인 결과를 보여주긴 하지만 말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차분하게 현 상황을 헤쳐나가면서 동시에 만에 하나 현실화될 지도 모르는 장기적인 금융과 실물 경제의 위기를 철저히 대비하는 일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지면과 방송시간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일종의 ‘재난 포르노’를 공급하는데 열중인 일부 언론들의 보도에도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컨테이젼’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5uDmQ2QfZQY&t=28s
(네이버 및 구글 플레이에서 대여와 다운로드 가능하며, 왓챠플레이 무료 가입 후 시청 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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