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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SPC 통해 주식 산 KCGI, 자본시장법 위반?PEF와 달리 특수목적회사 간 공동투자 가능 규정 없어, 로펌마다 해석 달라 논란

박상희 기자공개 2020-03-09 09:11:14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6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핵심 주체인 KCGI가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로 KCGI의 반대 진영에서 제기되는 의혹이다. 하지만 의혹으로만 보기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의혹대로 법 위반 사실이 있다면 최악의 경우 KCGI는 PEF(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사모펀드)와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 중 일부를 강제 처분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6일 법조계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가 한진칼 지분 취득을 목적으로 설립한 5개 SPC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라는 유한회사 외 5개 SPC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그레이스홀딩스를 제외한 나머지 5개 SPC의 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사모펀드(PEF)의 경우 다른 회사 의결권 발행주식 10% 이상을 취득하는 투자를 의결권 공동행사 합의 등의 방법으로 다른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PEF의 폭넓은 투자를 유도해 자본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KCGI가 PEF들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KCGI는 여러 유한회사 SPC를 만들어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

문제는 이 SPC가 PEF와 법적 성격이 같냐는 것이다. SPC는 PEF와 다르다. PEF에 권한을 준 법률이 SPC에는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법을 해석해서 적용하느냐에 따라 법 위반이 될 수도 있고 적법할 수도 있다.

자본시장법이 PEF에 허용해 준 법 조항을 역으로 해석해보면 SPC는 ‘단독’으로 '다른 회사 의결권 주식의 10% 이상 투자' 또는 '임원 선임권 하의 10% 미만 투자'를 해야 한다. SPC가 다른 SPC와 공동으로 '경영권 투자'를 하면 된다는 규정이 없으니 KCGI의 SPC를 통한 공동 경영권 투자가 자본시장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특히 KCGI의 SPC들은 애초에 함께 설립돼 공동 투자된 것이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추가 설립 및 후속 투자가 행해졌다.

◇"PEF처럼 공동 운용 규정 준용 안해, SPC는 단독 투자로 해석해야" 주장

금융·자본시장 분야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A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에는 SPC가 다른 SPC와 공동으로 경영권 투자를 해도 된다는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에 SPC는 '단독'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면서 "PEF의 경우처럼 공동 운용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PEF는 임원 선임 권한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다른 회사의 의결권 발행주식 10% 이상을 취득하는 경영권 투자를 해야 한다. 다만 자본시장법 제249조의 12 제1항에 의거해 다른 PEF와 공동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SPC의 경우 다른 SPC와의 공동 경영권 투자에 대해 적시하고 있지 않다. KCGI의 복수 SPC를 통한 한진칼 투자가 자본시장법 위반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 △엠마홀딩스 △디니즈 홀딩스 △캐롤라인홀딩스 △캐트홀딩스 △베티홀딩스 등 모두 6개의 SPC를 통해 한진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KCGI PEF 및 SPC 법인등기부등본 현황

그러나 무조건 법 위반으로만으로 보기도 어렵다. 해석이 분분하다. 이 논란과 관련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 관계자는 "PEF의 공동 경영권 투자를 허용하고 있는 이유는 출자금의 50%이상을 경영권 참여 목적으로 투자하도록 의무화 한 조항 때문"이라면서 "1개 PEF가 50% 이상 지분을 획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PEF가 설립한 SPC 간의 공통투자를 통한 사실상의 지배력 행사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CGI 관계자 역시 "사모펀드와 SPC를 설립할 때 법무법인에 법률 자문을 구했을 것"이라면서 "SPC 공동 경영권 투자가 적법하다는 결론이 나와 투자를 진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B법무법인 관계자는 "SPC의 공동 투자에 대해 구두 상이 아니라 명문화 된 유권해석은 아직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진칼이 KCGI의 SPC 공동 투자를 문제 삼을 경우 금융당국에서 어떤 유권해석을 내릴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KCGI, 자본시장법 위반시 금융당국 제재 불가피할 듯"

SPC 간 공동투자가 적법하지 않다면 지난해 2월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엠마홀딩스의 경우 이미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249조의 12 제 6항, 제 249조의 13 제5항 등에 따르면 SPC가 다른 회사의 주식을 최초 취득한 날부터 6개월이 경과할 때까지 위와 같은 경영권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경우 이미 취득한 주식 전부를 다른 독립된 제3자에게 6개월 이내에 처분하고 금융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한진칼에 대한 보유 지분율(12.46%)이 10%가 넘는 그레이스홀딩스를 제외한 나머지 SPC의 지분율은 2% 남짓 또는 1% 미만이다. 10% 이상 지분을 취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영권 투자를 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최초 매수일이 지난해 2월28일이었던 엠마홀딩스의 경우 취득기간 6개월, 처분 기간 6개월이 모두 지났기 때문에 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A법무법인 같은 변호사는 "2019년 한진칼 주총에서 경영권 투자를 했던 그레이스홀딩스를 제외한 나머지 5개의 SPC는 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면서 "최초 취득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한진칼 주식을 독립적인 제3자에게 모두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CGI가 이같은 규정을 위반해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보고한 경우 GP등에 대한 금융위 제재 사유(업무 정지, 해임요구 등)에 해당한다. KCGI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PEF를 운영하는 GP(업무집행사원)다. 자본시장법상 GP는 금융투자업자는 아니지만 진입규제 차원에서 GP 등록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 위반 논란은 SPC 간 공동 투자가 가능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서 나온다. A 법무법인 변호사는 "KCGI의 SPC들은 애초에 함께 설립돼 공동 투자된 것이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추가 설립 및 후속 투자가 이뤄졌다"면서 "SPC 간에 공동 투자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는지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만약 KCGI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더라도 의결권 제한 조치 등과는 무관하다. 이번 주총 결과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의미다. C 법무법인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주총 결과와 상관 없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경우 한진칼이 KCGI의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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