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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관리보수율 '2%'로 본 KCGI 펀드 운용 전략총액 2600억선, 보수만 연간 50억대···고 조양호 회장 타계 기점 투자 전략 변화

이명관 기자/ 유수진 기자공개 2020-03-10 13:22:26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9일 16:1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GI·조현아·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연합과 한진그룹 장자인 조원태 회장 간 경영권 싸움이 본격화된 지 3개월여가 흘렀다. 양측은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층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장기전으로 흐를 조짐마저 보이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상황에서 KCGI는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하게 실속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높은 관리보수율 덕분이다.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를 통해 거둬들이는 관리보수는 대략 5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관리보수보다 투자금 회수가 KCGI에겐 더 중요한 이슈다. 시장 참여자들은 지분 매입시점 대비 10% 이상 높은 가격에 지분을 정리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높은 관리보수만큼 펀드의 출자자(LP)들에게 이익을 안겨줘야 한다. 다만 경영권 분쟁 결과가 투자금 회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KCGI가 펀드를 통해 실질적인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 관리보수율 주목

9일 IB업계에 따르면 KCGI가 한진칼 지분 매입을 위해 조성한 펀드의 관리보수율이 2%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KCGI가 한진칼 지분 매입을 위해 블라인드 성격인 1호 펀드를 비롯해 총 5개의 사모펀드를 조성했다"며 "이들 펀드의 관리보수는 통상적인 수준보다 50~100bp 가량 높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는 총 5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KCGI제1호 1597억원 △KCGI제1호의2 464억원△KCGI제1호의3 158억원 △KCGI제1호의4 209억원 △KCGI제1호의5 200억원 등 총 투자액은 2627억원에 이른다. 펀드의 만기를 살펴보면 'KCGI제1호'와 'KCGI제1호의5' 등 2개는 10년으로 설정됐다. 특히 KCGI제1호의5는 2년씩 2회 연장이 가능한 조항이 포함돼 있어 운용기간이 최대 14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나머지 3개 펀드의 만기는 3년이다.

관리보수율을 적용하면 연간 KCGI가 받는 보수는 52억원 가량이다. 각 펀드의 만기를 감안해 향후 10년 간 무탈히 펀드를 운용한다고 가정하면 총 41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안정적으로 펀드운용만 잘해도 꾸준히 보수를 챙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KCGI입장에선 한진칼 경영권 참여 선언 이후 급할 게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결정한 셈. 그런데 갑작스레 경영권 승계 이슈가 불거지면서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펀드 보수가 적지 않았던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세웠던 것으로 안다"며 "다만 갑작스레 그룹 오너가 세상을 떠나면서 경영권 승계가 급박하게 이뤄졌고, KCGI도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작은 '14년' 장기 프로젝트

KCGI는 강성부 전 LK투자파트너스 대표가 만든 사모펀드 운용사다.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KCGI의 정체성은 명확하다. '기업지배구조 관련 투자를 전문으로 한다'는 투자 철학이 확고하다. 이는 사명에서도 잘 나타난다. KCGI는 한국기업지배구조(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앞자리를 따 만든 이름이다.

KCGI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첫 투자 타깃으로 삼은 곳이 바로 한진그룹이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을 정점으로 비교적 단순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배구조 자체만 보면 복잡하거나 베일에 싸여 문제 삼을 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오너가의 '갑질' 이슈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오너 일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틈타 대결구도가 형성됐을 때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KCGI가 1호펀드를 조성해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본격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11월이다. 장내매수를 통해 238만여주를 매입, 보유 지분율을 9%대로 끌어올렸다. 기존 2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을 단번에 제치고 2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KCGI는 대한항공, 진에어 등 주요 계열사들이 저평가 돼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가치 증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투자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진칼의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단 적대적 M&A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경영권 장악 의도로 해석하는 것은 오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펀드 설정기간이다. 1호 펀드의 만기는 10년이다. 당초 알려져 있던 14년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긴 편에 속한다. 통상적인 펀드의 만기는 5~7년 선이다. 이처럼 긴 운용기간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연기금과 공제회는 KCGI의 펀드에 출자하지 않았다. 대신 현금 유동성이 양호한 중견 기업들에게 블라인드 펀드 출자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운용기간이 긴 만큼 KCGI는 장기적 관점에서 한진칼에 투자를 결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KCGI입장에선 2% 수준의 관리보수를 받는 만큼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10년 동안 꾸준히 관리보수를 챙기면서, 경영에도 적극 참여해 차근차근 주가를 끌어올린다면 향후 무리 없이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 깔렸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모로 급할 게 없었던 상황이었던 셈이다.

◇고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 투자전략 변화?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엎고 KCGI가 초반 기세를 올렸지만, 정작 작년 3월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너가와의 첫 번째 대결에서 주주제안이 막히면서 사실상 완패했다. KCGI는 한진칼 이사회가 상정한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하면서 개별 안건 별로 표결을 요구했다. 표 대결까지는 좋았지만, 모든 부의안건은 가결됐다.

사실상 다른 주주들과 연대를 통한 한진그룹 최대주주 및 경영진 압박의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물론 KCGI는 여전히 급할 게 없었던 상황이었다. 부족했던 점을 모색하고, 다시 목소리를 내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진그룹의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발생하면서 KCGI는 초반에 세워둔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2019년 4월 8일. 향년 70세의 나이로 한진그룹의 수장이었던 고 조양호 회장이 별세했다. 한국 항공·물류산업의 선구자이자 재계의 큰 어른의 비보에 재계 안팎의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한진그룹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3세 승계에 돌입해야 했다. 자연스레 장자인 조원태 현 한진그룹 회장이 자리를 물려받았지만, 상속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있었기 때문이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는 KCGI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다. 당초 계획엔 경영권 승계는 차후의 일이었다. 당분간 한진그룹은 조양호 전 회장 체제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당초 노림수대로면 경영권이 안정화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주주 목소리를 내면서 배당을 챙기고, 이 과정에서 주가 기업가치 제고 후 엑시트였다. 하지만 갑작스레 경영권 승계 이슈란 큰 변수가 생기면서 이 같은 전략을 고수하기 어려워졌다. 가족간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진그룹이 우호세력인 미국 델타항공을 백기사로 끌어들이면서 KCGI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주가마저 하락세를 보였다. KCGI가 빠른 엑시트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실제 작년 6월 한때 한진칼의 주가는 3만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 때부터 KCGI는 투자전략에 손을 본 것으로 관측된다. 초기엔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세웠다면 이후부터는 단기적으로 언제든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도록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높은 보수율 덕분에 꽃놀이패를 쥐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엑시트에 실패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KCGI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조원태 회장과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본격적인 '남매의 난'이 발발했다. 이를 기회삼아 KCGI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 같은 배를 탔다. 이후 중견건설사인 반도건설도 KCGI의 우군으로 참전하면서 3자 연합과 한진그룹의 대결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시 투자금 회수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후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KCGI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권 분쟁의 성패에 따라 KCGI의 엑시트 전략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KCGI는 운용 중인 펀드의 관리보수율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KCGI 관계자는 "관리보수는 고객과의 컨피덴셜한 사안이라 절대 확인이 안 된다"며 "확인 자체가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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